낯익은 괴물들·외투·호르몬이 그랬어
'한라산'을 쓰고 옥고를 치렀던 20대 청년 시절의 저항 정신이 여전히 바래지 않았다. 정치 철학자 안나 아렌트가 언급했던 '악의 평범성'을 시집 제목에 쓴 이유도 예사롭지 않다.
'나를 찍어라./ 그럼 난/ 네 도끼날에/ 향기를 묻혀주마.'(시 '나무' 전문)
이산하는 장기 수배 중이던 1987년 3월 제주 4·3사건을 논쟁적으로 다룬 장문의 시 '한라산'을 발표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이후 진보좌파 진영에서는 이산하 구명 운동을 '국내외적 결합과 연대'를 통해 진행한 끝에 그를 석방하는 데 성공했다. 이산하는 오랜 기간 절필한 채 전민련 편집위원, 참여연대 국제인권센터 실행위원 등으로 일하다 1998년 시인으로 활동을 재개했다.
이산하는 "8명의 젊은이들이 동시에 처형된 '인혁당 사건' 서사시를 내년쯤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창비. 148쪽. 9천 원.
▲ 낯익은 괴물들 = 촉법소년부터 성 착취, 인공지능까지. 우리 시대 가장 논쟁적인 세 가지 주제를 아홉 명의 인기 작가가 모여 단편 소설로 다뤄낸 테마 소설집이다.
촉법소년을 다룬 단편들은 어린 것과 악한 것은 상관없다는, 특히 어리다고 악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넌지시 일깨운다. 인공지능과 성 착취를 다룬 소설들 역시 논란의 경계에 선 이 민감한 문제들을 다양한 장르와 기법으로 강렬하게 파헤친다.
김종광, 김이설, 서유미, 듀나, 주원규, 김은, 권정현, 김희진, 신주희가 참여했다.
폭스코너. 300쪽. 1만6천원.
▲ 외투 = 2017년 작고한 영국의 시인이자 소설가 헬렌 던모어의 장편소설이다.
제2차 대전의 상흔이 아직 가시지 않은 1950년대 영국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긴장감 넘치는 로맨스를 고스트 스토리와 절묘하게 배합했다.
죽은 자들의 절규와 산 사람들의 고단한 현실이 겹치며 묘한 비애감을 준다. 공군 제복 차림의 남자가 '타임 루프'에 빠진 인물이라는 설정이 흥미를 더한다. 윤미나 옮김.
문학동네. 236쪽. 1만4천500원.
▲ 호르몬이 그랬어 = 신예 박서련의 첫 창작 소설집이다.
표제작을 포함한 세 편의 짧은 소설을 통해 동시대 청년들의 겨울 같은 삶, 춥고 위축된 몸과 마음을 이야기한다.
박서련은 2015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해 장편 '체공녀 강주룡'으로 제23회 한겨레문학상을 받았다.
자음과모음. 136쪽. 1만2천 원.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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