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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악의 평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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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괴물들·외투·호르몬이 그랬어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 악의 평범성 = 장편 서사시 '한라산' 필화 사건으로 유명한 시인 이산하가 22년 만에 펴낸 창작 시집이다.

'한라산'을 쓰고 옥고를 치렀던 20대 청년 시절의 저항 정신이 여전히 바래지 않았다. 정치 철학자 안나 아렌트가 언급했던 '악의 평범성'을 시집 제목에 쓴 이유도 예사롭지 않다.

'나를 찍어라./ 그럼 난/ 네 도끼날에/ 향기를 묻혀주마.'(시 '나무' 전문)

이산하는 장기 수배 중이던 1987년 3월 제주 4·3사건을 논쟁적으로 다룬 장문의 시 '한라산'을 발표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이후 진보좌파 진영에서는 이산하 구명 운동을 '국내외적 결합과 연대'를 통해 진행한 끝에 그를 석방하는 데 성공했다. 이산하는 오랜 기간 절필한 채 전민련 편집위원, 참여연대 국제인권센터 실행위원 등으로 일하다 1998년 시인으로 활동을 재개했다.

이산하는 "8명의 젊은이들이 동시에 처형된 '인혁당 사건' 서사시를 내년쯤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창비. 148쪽. 9천 원.

연합뉴스



▲ 낯익은 괴물들 = 촉법소년부터 성 착취, 인공지능까지. 우리 시대 가장 논쟁적인 세 가지 주제를 아홉 명의 인기 작가가 모여 단편 소설로 다뤄낸 테마 소설집이다.

촉법소년을 다룬 단편들은 어린 것과 악한 것은 상관없다는, 특히 어리다고 악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넌지시 일깨운다. 인공지능과 성 착취를 다룬 소설들 역시 논란의 경계에 선 이 민감한 문제들을 다양한 장르와 기법으로 강렬하게 파헤친다.

김종광, 김이설, 서유미, 듀나, 주원규, 김은, 권정현, 김희진, 신주희가 참여했다.

폭스코너. 300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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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투 = 2017년 작고한 영국의 시인이자 소설가 헬렌 던모어의 장편소설이다.

제2차 대전의 상흔이 아직 가시지 않은 1950년대 영국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긴장감 넘치는 로맨스를 고스트 스토리와 절묘하게 배합했다.

죽은 자들의 절규와 산 사람들의 고단한 현실이 겹치며 묘한 비애감을 준다. 공군 제복 차림의 남자가 '타임 루프'에 빠진 인물이라는 설정이 흥미를 더한다. 윤미나 옮김.

문학동네. 236쪽. 1만4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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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르몬이 그랬어 = 신예 박서련의 첫 창작 소설집이다.

표제작을 포함한 세 편의 짧은 소설을 통해 동시대 청년들의 겨울 같은 삶, 춥고 위축된 몸과 마음을 이야기한다.

박서련은 2015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해 장편 '체공녀 강주룡'으로 제23회 한겨레문학상을 받았다.

자음과모음. 136쪽. 1만2천 원.

연합뉴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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