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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구화' 연구자들의 생각 "경계 없는 세상은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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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으로서의 경계' 번역 출간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많은 사람이 정보통신기술과 교통수단의 발달로 국가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지구촌 세계가 됐다고 말한다. 지구 반대편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하면서 정보의 전달과 공유 측면에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도 크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국경으로 대표되는 정치·사회적 경계는 여전히 존재한다. 미국은 멕시코의 불법 이주민을 막는다며 장벽을 세웠고, 영국은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며 또 다른 차원의 장벽을 만들었다.

지역과 국가, 인종, 사회의 경계를 넘는 '전지구화' 담론을 연구해온 산드로 메자드라와 브렛 닐슨은 신간 '방법으로의 경계'(갈무리)에서 현대의 세계화를 언급하며 "경계 없는 세상은 오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1990년대 초를 떠올리며 "많은 이들이 경계 없는 세계로 가는 움직임에 대해 확신했다"고 말하면서도 "지난 20년의 전지구화는 경계의 감소보다는 오히려 경계의 확산을 낳았다"고 강조한다.

책은 어떤 사람은 전자여권으로 출입국 심사대를 10초 만에 통과하지만, 다른 사람은 소말리아의 해변에서 동력선을 타고 바다를 건너 몇 주 혹은 몇 달의 밀항을 해야만 한다는 예를 들며 경계에 관해 설명한다.

이를 토대로 경계가 시·공간을 포함한다고 말한다. 누군가에게는 내가 이 나라의 일원이 될 수 있느냐 없느냐를 판별 받는 몇 년의 시간이 되기도 하고, 그들이 존재하는 모든 곳이 되기도 한다는 게 저자들의 생각이다.

연합뉴스



저자들은 경계 지대를 둘러싼 폭력의 분위기와 함께 다양한 지리적 범위에 걸친 경계 투쟁을 탐구한다. 유럽과 아시아, 태평양, 아메리카 등에서 가져온 사례 연구를 통해 이론적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들기도 한다.

또 철조망과 장벽, 장애물을 떠올리게 하는 경계에 대해 가로막고 배제하는 것이라는 시각이 아니라 생산하는 것이라는 입장도 취한다.

책은 "경계들은 단순히 사람, 화폐, 물건들의 전지구적 이동 경로를 가로막거나 방해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그것들의 접합을 위한 핵심적인 장치가 돼가고 있다"며 경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경계가 지도 위에 그어진 선이라는 생각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다. 지도 제작과 자본의 역사를 설명하면서 영토 구획선이라는 경계의 이미지는 근대의 산물이며 제국주의와도 깊이 연관돼 있다고 덧붙인다.

저자들은 한국어판 서문에서 "가까운 미래에 경계 관리가 갖는 중요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코로나19 이후 이미 지금 어떤 하나의 세계 혹은 몇몇 세계들의 전조를 보여주고 있는 주요한 경향들을 간파하는 개념적 도구를 제공하길 바란다"고 말한다.

남청수 옮김. 512쪽. 2만7천원.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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