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 로힝야 사태로 국제적 신뢰 훼손…군부와 타협도 실패
코로나19 사태로 대중 동원 극히 어려워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이 지난해 10월29일(현지시각) 수도 네피도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네피도/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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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산 수치(76)는 이번에도 미얀마의 민주화를 지키는 상징으로 남을 수 있을까?
미얀마의 국가원수 역할을 해온 수치 국가고문은 1일(현지시각) 군부에 의해 구금된 이후 관저에 연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치는 “건강하고, 관저를 자주 산책했다”고 집권 민주주의민족동맹(NLD) 대변인을 인용해 <시엔엔>(CNN) 등 외신이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미얀마 언론을 인용해, 의회 개원식에 참석하기 위해 1일 수도 네피도에 온 여당 의원 등을 비롯한 민주주의민족동맹 쪽 인사 수백명이 군부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1일 밤 군부는 선관위를 재구성해 유권자 명부를 조사한 뒤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치러질 것이고, 승리한 정당에 권력이 돌아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군부 발표들을 종합해보면, 지난해 11월 총선 ‘부정’ 조사→선관위 재구성 및 유권자 재확정→새로운 총선 실시→신정부 구성의 일정이 나온다. 군부가 비상사태를 1년간 유지한다고 발표한 것을 고려하면, 1년 이내 새 정부 출범을 구상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총선 부정을 빌미로 민주주의민족동맹의 현 의원과 내각 인사 대부분은 출마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런 시나리오는 군부의 희망일 뿐이며, 비상사태가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
수치를 상징으로 하는 미얀마 민주화운동 세력은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과거처럼 수치를 중심으로 대응에 나서려 할 것이 분명하지만, 수치가 그때처럼 구심력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수치는 더 이상 권력에 도전하는 신분이 아니라, 권력에서 밀려난 처지이기 때문이다.
특히 수치는 집권 이후 군부에 유화적이고 타협적인 자세를 보였고, 이번 사태에 한 책임이 있다는 평가가 많다. 수치가 군부와 손잡고 소수민족 학살을 방관하는 등 권력유지에 급급한 정치인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다.
수치는 2017년부터 시작된 로힝야족 학살과 축출, 난민사태를 부정하며 군부를 옹호했고, 로힝야족에 대해 경멸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런 처신으로 국제사회에서 노벨평화상 박탈 여론이 높아졌다.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 아시아 국장인 필 로버트슨은 <뉴욕 타임스>에 “수치는 로힝야족에 대한 군부의 잔학행위를 은폐함으로써 도덕적 시험에서 탈락했을 뿐 아니라, 군부와의 데탕트도 실현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수치가 민주화운동가로서도 정치인으로서도 ‘미달’이라는 평가다.
수치는 집권 이후 군부에 양보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양보하고도, 군부와의 관계는 갈수록 냉랭해졌다. 최근 1년간 민 아웅 흘라잉 사령관과 통화조차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올여름 퇴임을 앞둔 흘라잉은 ‘퇴로’를 우려했고, 이것이 쿠데타의 한 배경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얀마의 비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치 말고는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11월 총선에서 드러난 것처럼, 수치와 민주주의민족동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는 변함이 없다. 국제사회와 미얀마 민주화 진영은 여전히 기회이면서 중대한 한계이기도 한 ‘수치 딜레마’에 놓여 있다.
더욱이 코로나19 상황도 수치와 민주화 진영의 발을 묶고 있다. 미얀마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뒤 사실상 국가를 봉쇄했다. 외국인 입국 제한, 국내 여객기 운항 중단, 양곤 등 대도시 지역 야간통행 금지 등 방역조처들은 ‘대중 동원’을 극히 어렵게 만들고 있는데, 쿠데타 세력에는 절호의 기회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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