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말레이·싱가포르, "우려"
캄보디아·태국·필리핀, "간섭 불가"
베트남·라오스·브루나이, 침묵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미얀마의 수도 네피도에서 2일 군인들이 국회의사당으로 향하는 길목을 막고 있다. 네피도=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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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웨이(ASEAN Way)'로 하나 되길 소망하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미얀마 쿠데타에 대해 저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역사적, 지정학적, 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힌 것으로 풀이된다. '미중 등거리 외교', '소리 없는 중립'을 표방하는 동남아의 샌드위치 현실도 투영됐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은 미얀마 사태 발생 12시간 후인 1일 오후 5시48분쯤(현지시간) 4개 문장의 성명을 발표했다. "미얀마 국민의 의지와 이익에 따라 대화, 화해 및 정상화 추구를 권장한다"가 핵심이다. 일반적인 언급에 발표 시점도 상대적으로 늦었다.
형식도 외교장관 공동성명이 아닌 의장 성명이었다. "각국 의견을 수용하려 했다"는 후문이나 공동성명보다 격이 떨어진다. 합의라고 보기 어려워 훗날 이견의 여지를 남겨둔 셈이다. 회원국 내정을 양해하는 분위기도 한몫 했지만 그만큼 각국 입장이 다르다는 얘기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사무국 신청사.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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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를 제외한 9개 회원국 중 정부 공식 성명을 발표한 나라는 세 곳뿐이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심각한 우려", 인도네시아는 "우려"를 표명했다. 싱가포르는 "모든 당사자가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고, 인도네시아는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대화로 풀어가라"고 촉구했다.
반면 태국, 캄보디아, 필리핀은 정치지도자 입을 빌려 "내정 간섭 불가"라는 입장을 밝혔다. 군부가 현재 실권을 잡고 있거나 쿠데타 시도 또는 비슷한 사태를 겪은 공통점이 있다. 36년 독재자 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다른 아세안 국가의 국내 문제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을 것", 쁘라잇 웡수원 태국 부총리는 "쿠데타는 미얀마 국내 문제"라고 했다. 심지어 필리핀 국방장관은 "필리핀군은 미얀마군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고 사실상 정부에 충성 맹세를 했다.
베트남과 브루나이, 라오스는 침묵했다. 베트남은 최근 13차 전국대표회의(당대회)를 통한 권력 재편이 이뤄지면서 국내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브루나이는 의장 성명으로 대체한 것으로 보인다. 라오스는 미얀마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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