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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이슈 초유의 공매도 전쟁

“기울어진 운동장 뒤집자”…한국도 ‘공매도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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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연합회가 1일 오후 서울 세종로에서 ‘공매도 폐지’ ‘금융위원회 해체’ 등의 문구를 부착한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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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들 단체 주주행동 나서
‘한국판 게임스톱’ 지목한
셀트리온 주가 14.51% 폭등

개인투자자들이 ‘한국판 게임스톱’으로 지목한 셀트리온의 주가가 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4.51% 폭등했다. 미국 게임스톱 사태로 촉발된 ‘공매도 전쟁’이 한국에서도 이어붙은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기관투자가 중심의 시장이 균형을 찾고 있다는 긍정적 해석을 내놓으면서도 압도적 유동성에 바탕을 둔 비이성적 과열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1일 코스피시장에서 셀트리온은 전 거래일보다 14.51%(4만7000원) 오른 37만1000원에 마감했다. 코스닥시장에서 에이치엘비도 7.22%(6500원) 올라 9만65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국내 700만 주식투자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공매도와의 전면전을 선포하겠다고 밝혔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공매도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한다”며 “공매도 피해기업인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를 중심으로 단체 주주행동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는 현재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비중이 각각 4.83%, 6.57%로, 공매도 잔액 기준 각각 코스피와 코스닥 1위다.

이는 최근 미국 증시에서 개인투자자들이 기관투자가들에 대항해 ‘공매도 전쟁’을 벌인 것을 본뜬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이 게임스톱 주식을 사들이며 올해 들어 한 달 동안 1600% 이상 올랐고 월가에서 주목받는 헤지펀드 중 하나인 멜빈캐피털은 이 전쟁에서 패하면서 자산의 절반 이상을 날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투연은 미국 개인투자자들이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 게시판을 중심으로 공매도 헤지펀드와 경쟁했다는 점에 착안해 케이스트리트베츠(kstreetbets·KSB) 사이트를 개설해 연대할 예정이다.

기관 투자 중심의 금융시장
균형 찾는 건 긍정적이지만
비이성적 과열은 경계해야

전문가들은 미국과 한국에서 연이은 ‘공매도 전쟁’이 기관 중심의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던 금융시장이 평평해지는 과정이라는 긍정적 해석을 내놓고 있다. 소셜미디어 등을 통한 정보 유통이 활발해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이 ‘분리된 다수’에서 ‘집중된 다수’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인들이 힘을 가지면서 생기는 시대 변화”라며 “균형이 맞춰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에서 기관투자가로 대변되는 ‘중간 단계’의 역할이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보 유통이 원활해지면서 기관투자가를 거치지 않고 개인이 직접 투자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의 유동성이 과도한 쏠림 현상을 보이면서 주식의 펀더멘털(기초체력)과 주가가 괴리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박 연구원은 “단지 공매도가 많으니 ‘역습’하겠다는 차원을 넘어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며 “자신이 투자하는 회사는 옳고 공매도는 나쁘다는 이분법보다는 펀더멘털에 기초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갑자기 상승한 가격 빠질 때
일부 기관투자가뿐 아니라
다수의 개미도 피해 가능성

‘공매도 전쟁’의 패배자가 누가 될지도 심각한 문제다. 일부 개미투자자가 승리할 순 있지만 최후의 피해자도 개인투자자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갑자기 상승한 가격은 유지될 수 없는데 이런 경우 제일 늦게 들어간 개인투자자가 피해자가 된다”며 “일부 기관투자가만 패배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개인투자자가 패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게임스톱 대란’이 국내에서도 알려지면서 ‘서학개미’들은 지난달 27일에만 1154만달러(약 129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후 게임스톱 주가는 주식거래 앱 ‘로빈후드’에서 개인 매수를 제한하자 44% 급락했다가 29일 다시 67% 반등하며 극심한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공매도가 금지된 한국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금지 1년 연장’ ‘공매도 폐지’를 거론하면서 생산적 토론이 어려운 부분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박 연구원은 “공매도의 순기능도 분명히 있기 때문에 제도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논의해야 한다”며 “무조건 막는다고 해서 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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