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하루 만에 최대 26%에 이르는 큰 폭의 조정을 보이며 3만달러대까지 위협 받다가 1월 중순 이후에는 다시 3만9000달러대 근처에서 횡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급격한 상승 뒤에 조정을 거쳐 숨고르기 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니다.
비트코인 시세가 소강상태에 들어서자 가상화폐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을 비롯해 알트코인들의 시세도 꿈틀거렸다. 특히 이더리움은 우상향 흐름을 이어 3년 만에 최고가 경신을 넘보고 있다. 이더리움 가격은 19일 장중 한때 개당 1439달러로 17%나 올라 종전 역대 최고가인 2018년 초 1448달러를 넘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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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만에 달라진 비트코인의 위상
‘꿈의 1억원도 머지않았다?’
2017년 1차 대세상승기 이후 비트코인의 위상은 달라졌다. 무엇보다 제도권 기관투자자들의 시장참여 규모가 늘었다. 가상화폐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그레이스케일 같은 거대 자산운용사들이 등장해 막대한 투자금을 축적하고 있고, JP모건은 지난해 5월 메이저 은행으로선 최초로 가상자산거래소에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의 저명한 자산운용사 반에크어소시에이츠(VanEck)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트코인에 연동한 ETF 상품을 취급하는 신탁 설립 신청서를 지난 연말 제출했다. 2019년에 반려당한 이후 두 번째 도전이다.
미국 대형 보험사 매사추세츠 뮤추얼(매스뮤추얼) 생명보험은 최근 비트코인 1억달러(약 11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미국 대형 투자기업 스카이브릿지캐피탈 역시 비트코인 관련 펀드에 2500만달러(약 276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억만장자들의 비트코인 투자도 봇물이 터지고 있다. 대표적인 억만장자 헤지펀드 투자자 폴 튜더 존스는 지난해 5월 자신의 포트폴리오 가운데 2%가량을 가상화폐에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가치 투자’의 아이콘이자 성공한 기술주 투자자로 유명한 빌 밀러는 지난 1월 8일(현지시간) 미국 CNBC에 출연해 암호화폐의 시가가 높아질수록 비트코인이 안정자산이 될 것이라고 논평하기도 했다. 기존에 암호화폐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던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설립자인 레이 달리오는 최근 비트코인이 금과 같은 대체 자산으로 자리매김했다며 발언을 수정하기도 했다.
예측하기 힘든 비트코인의 시세만큼 그에 대한 전망 역시 다양하다. 테슬라의 상승을 정확히 예측해 엄청난 수익률을 올려 주목받은 투자전문회사 ARK 인베스트먼트도 비트코인 상승을 점쳤다. 캐시 우드 ARK 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비트코인 가격이 50만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JP모건은 지난 1월 4일 ‘비트코인 14만6000달러(약 1억6000만원)까지 간다’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암호화폐 동향 보고서를 내놨다. 이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치 평가의 기초는 두 가지로 첫 번째는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금과의 비교, 그리고 두 번째로 채굴 비용과 비트코인의 ‘실질 가치’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보고서는 지난 10월 중순경 금 상장지수 펀드 ETF에서 70억달러의 투자금이 빠져나간 대신, 세계 최대 가상자산 운용사 그레이스케일에 30억달러의 투자금이 더 투입됐다는 점에서 금을 대체할 투자처로 비트코인이 소비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보고서에서도 변동성은 문제로 지적됐다. 기관투자자들 역시 변동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금을 대체할 수단으로 쉬이 인식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가상화폐가 주류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비트코인 상승에 힘을 보탰다고 평가받는다. 지난해 10월 온라인 결제 플랫폼인 페이팔(Paypal)은 올해부터 비트코인 결제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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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89% “비트코인 시세 거품”
공포지수 높아져 단기하락 불가피
비트코인 시세과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자산가격 거품에 대한 신호는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도이체방크가 지난 13∼15일 시장 전문가 627명을 상대로 벌인 설문 조사 결과에서 응답자의 89%는 일부 금융시장이 거품 영역에 진입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이들은 비트코인과 미국 기술주를 거품이 가장 많이 낀 자산으로 지목했다. 거품의 정도를 1∼10점으로 측정할 때 비트코인은 거품 정도가 최고 수준인 10이라고 평가한 응답자가 절반에 달했다. 미 기술주 역시 응답자의 83%가 거품 정도를 7 이상이라고 답하는 등 평균 7.9로 평가했다.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최근 ‘디지털자산 공포·탐욕지수’를 국내 최초로 내놨다. 가상화폐에 특화한 실시간 변동성 지수로, 국내외 증시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공포·탐욕지수와 원리가 비슷하다. 지난 24시간 동안의 가상화폐 가격과 거래량을 분석해 5분 단위로 공표한다.
디지털자산 공포·탐욕지수는 다섯 단계로 나뉜다. 높은 거래량과 강한 변동성을 동반한 가격 상승은 ‘매우 탐욕적’ 또는 ‘탐욕적’ 단계로 분류된다. 특별한 움직임이 없는 상태는 ‘중립’ 단계다. 이와 반대로 변동성과 거래량이 높아지면서 가격이 하락하면 ‘공포’ 또는 ‘매우 공포’ 단계로 표시한다.
두나무 측은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돕기 위한 것”이라며 “주식시장의 S&P VIX, V-KOSPI200 등과 같은 변동성 지표로 참고할 수 있다”고 했다. 예컨대 탐욕 단계라면 가격이 단기 고점일 가능성이 높고, 중립 상태가 지속되면서 가격이 우상향한다면 괜찮은 투자시점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오후 국내 비트코인 시장은 ‘매우 탐욕적’으로 분석됐다.
대표적인 비트코인 회의론자 중 한 명인 ‘닥터 둠’으로도 불리는 뉴욕대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지난 1월 7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1월 15일이 다가오고 있다. 이날 버블이 터질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비트코인이 대표적인 버블자산이라고 주장하는 닥터 둠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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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확대로 달러 지위 약화
비트코인의 장밋빛 전망이 짙어지는 이유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각국 정부는 확장적 통화정책을 펴고 있다. 막대한 통화증발에 따른 인플레이션 및 통화가치 하락은 비트코인의 인플레 헤지 기능이 부각되고 있다. 미 달러화는 코로나19 사태 이전 일부 우려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사태에도 ▲국제교역 결제통화(Settlement Currency) ▲외환시장 기축통화(Key Currency) ▲중앙은행 준비통화(Reserve Currency)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심각해지면서 달러 패권에 금이 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국금융연구원의 ‘비트코인 2차 상승랠리와 미 달러화 기축통화 위상’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시중에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면서 법정통화의 급격한 가치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이나 기관투자자 등이 총 채굴량 2100만 개로 한정돼 있는 비트코인 투자를 상대적으로 선호하는 성향이 강화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비트코인은 2020년 12월 말 기준 총 채굴량의 약 88%가 유통되고 있고 2021년 1월 4일 기준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약 6150억달러(약 666조6000억원)로 한국 삼성전자 시가총액 496조7000억원(약 4600억달러)을 이미 넘어섰다. 미국 테슬라(시가총액 약 6689억달러)와 페이스북(시가총액 약 7719억달러)에 육박한다.
그럼에도 보고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치료제나 백신개발로 종식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실물경제 기초체력 회복을 위해 추가적인 재정지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일정기간 재정수지 악화는 불가피하다”며 “법정통화 불신 및 비트코인 선호 성향을 강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채권자들의 미국의 부채상환 능력에 대한 회의감이 늘수록 달러화가 누리고 있는 패권적 위상이 약화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그에 대한 헤지 기능을 담당하는 비트코인의 가치가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비트코인에 대한 회의론을 펼치던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회장 겸 최고투자책임자는 최근 옹호론자로 돌아선 듯한 견해를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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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첫 등장한 비트코인에 대해 개발자나 옹호론자는 인플레이션 헤지를 위한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금(Physical Gold)과 유사하게 신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가치저장 수단을 제공하는 대체자산(Digital Gold)으로 간주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회의론자들은 비트코인을 안전자산으로 간주하기에 가격 변동성이 너무 크다는 점을 들고 있다. 실제 2017년 12월 2만달러까지 육박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2018년 8월 4000달러 안팎으로 하락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비트코인의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가격변동성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했다. 암호화폐 회의론자는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들이 중심인데, 이들은 가치저장을 위한 안전자산으로 금을 절대적으로 선호한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1982~2000년생)의 암호화폐 보유 비중은 27%, 베이비부머 세대(1944~1964년생)는 3%에 불과하다. 최근 비트코인 2차 상승랠리와 관련해 주목받는 것은 투자나 가치저장 수단뿐 아니라 지급결제 수단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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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보고서는 “미 달러화 접근성이 크게 제약돼 있는 나이지리아나 자국 통화 가치가 불안정한 아르헨티나 등의 중소기업들이 비트코인을 국제교역 결제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회사들이 비트코인 관련 사업에 앞다퉈 진출하며 서비스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향후 암호화폐가 지급결제 수단으로 위상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은 점차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보고서는 “각국 정부가 발권력 및 자국 화폐가치 보호차원에서 고객확인의무, 자금세탁방지, 세금부과 등 관련 규제를 강화할 움직임이 거세지면 비트코인 2차 상승랠리에 급작스러운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고 당부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5호 (2021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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