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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코로나에 갈 곳 잃은 돈 4.3조원…모험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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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세종=최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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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중소벤처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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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지난해 사상최대 신규 벤처투자를 이끌었다. 역대 최대 규모로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주식시장, 부동산을 흐르고 흘러 벤처·스타트업까지 이어졌다. 바이오·의료·비대면 등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업종에 집중적으로 투자가 이뤄졌다.

이 같은 벤처투자 증가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실질적인 기술역량을 갖춘 벤처기업을 가려내기 위한 시스템을 갖춰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백신 보급으로 감염병이 안정화되는 단계에서 유동성 공급이 줄어들 때 투자 받은 벤처기업의 옥석이 가려지면서 나타날 수 있는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자는 이유에서다.


2020년 벤처투자 4조3045억원…역대 최대

27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투자는 2019년보다 0.6%(268억원) 늘어난 4조3045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2016년(2조1503억원)에 비하면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벤처투자건수 4231건, 피투자기업 2130개사 역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업종별 투자액 증감에 코로나19 영향이 그대로 반영됐다. 지난해 바이오·의료 분야 투자는 1조1970억원으로 2019년보다 8.5%(937억원) 늘었다. 이 기간 ICT서비스 투자는 1조764억원으로 3.0%(318억원) 늘었다. 전기·기계·장비 2738억원(+34.5%), 화학·소재 1765억원(+45.7%), ICT제조 1869억원(+25.2%), 게임 1249억원(+4.8%) 등의 투자액도 늘었다.

반면 유통·서비스는 7242억원으로 11.1%(903억원) 감소하고 영상·공연·음반도 2902억원으로 21.6%(801억원) 줄었다.

비대면 분야 투자는 1조9982억원으로 2019년보다 5.1% 늘었다. 특히 비대면 분야는 1~4분기 매번 전분기보다 증가했다. 비대면분야 투자를 받은 기업은 2019년보다 370개 늘어난 1072개사였다.

코로나로 낮아진 벤처투자 문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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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의 경제성장률과 심각한 고용 위축 속에서도 벤처투자가 늘어난 것은 시중에 풀린 돈 자체가 대폭 늘어난 영향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 통화량을 나타내는 M2(광의의 통화)는 지난해 1월 2927조5000억원에서 같은해 11웍 3178조4000억원으로 약 250조원 증가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 교수는 "민간에 유동성은 풀렸는데 전세계에 코로나가 창궐하면서 해외로 나가던 투자가 끊겼을 수 있다"며 "주식과 부동산 외에는 투자처가 없으니 국내에서 최소한의 기술력만 갖추면 투자를 받기 쉬워진 것"이라고 바라봤다.

강성천 중기부 차관은 정부의 정책 효과와 코로나시대의 특성에 따른 바이오·의료 등에 대한 투자 증가에 더해 주식시장 호황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강 차관은 27일 브리핑에서 "코스피 3000과 코스닥 1000 등 증시 활황에 따라 투자 회수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한 게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업력별 벤처투자에서는 투자자들의 안정 추구 성향이 나타난다. 지난해 업력 3년 이하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는 1조3205억원으로 5.0% 줄었다. 업력 3~7년 이하도 2.2% 줄어든 1조7268억원이었다. 반면 업력 7년이 넘은 기업에 대한 투자는 12.1% 늘어난 1조2572억원이었다.


"코로나 백신 풀린 이후 '투자 급감'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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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룸에서 강성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이 2020년 신규 벤처투자 실적 성과 발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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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코로나19 특수상황에 따른 벤처투자 증가 영향이 백신 보급 등 감염병 안정화 단계 이후에 가라앉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널리 퍼진 시장의 유동성에 기대 쉽게 자금을 조달하는 벤처기업의 모습은 코로나19 이후 금리인상 등을 만나 유동성이 줄어들 때 폭탄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실질적인 사업역량과 사업화 가능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투자만 받는 형태는 경계해야 한다"며 "코로나 이후 유동성이 끊기는 상황에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상당한 만큼 그때 시장에 너무 큰 충격이 오지 않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성 교수는 "충격 완화를 위해 실력 있는 벤처기업을 가려낼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스타트업들이 다양한 사업 경험을 쌓으면서 실력있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규제환경을 개선하고, 연구·교육기관들과 연계해 R&D(연구개발) 역량을 키우도록 하는 데 정부의 지원이 집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벤처펀드 신규결성은 6조5676억원으로 2019년보다 54.8%(2조3243억원) 늘어나며 당분간 벤처 신규투자 증가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강성천 차관은 "지난해는 우리 스타트업·벤처 생태계의 저력과 미래의 가능성을 보여준 한 해"라며 "스타트업과 벤처기업들이 우리 경제의 회복과 도약의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최우영 기자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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