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8분간 ‘타임아웃’ 벌 준 교사 벌금 300만원 원심 확정
“지옥탕이라 불린 곳, 아이들에게 공포감 줘 정서 학대 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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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듣지 않는 7세(만 6세) 아동을 빈 교실에 홀로 약 8분간 격리한 교사의 행위는 정당한 훈육일까, 정서적 학대일까.
아동을 다른 장소로 격리해 생각할 시간을 주는 일명 ‘타임아웃’ 훈육 방식일지라도 아동의 정신 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칠 수준이라면 아동학대로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의 아동학대 가중처벌) 등 혐의로 기소된 초등학교 교사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4월 자신이 담임을 맡고 있던 1학년 학생 B군이 말을 듣지 않고 다른 학생의 학습에 방해를 준다는 이유로 옆 교실에 약 8분 동안 혼자 있도록 했다. B군이 격리된 곳은 아이들이 ‘지옥탕’이라고 부르던 곳이었다.
재판에서는 A씨의 행위가 훈육인지 학대인지가 쟁점이 됐다. A씨는 아동을 다른 장소로 격리해 생각할 시간을 주는 타임아웃 방식의 훈육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옥탕이라는 명칭도 쟁점이 됐다. A씨는 “동화책의 이름을 따서 별명을 붙인 것일 뿐 무서운 공간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1심은 A씨의 아동학대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한 달 남짓한 아동을 교사의 시야에 닿지 않는 공간에 격리하는 행위는 아동에게 공포감을 주고, 아동이 해당 공간을 이탈하는 등 추가적 사고가 발생할 위험도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다른 선생님이 쉬는 시간에 혼자 격리된 B군을 보고 본래 교실로 데려간 점을 감안하면 A씨가 위험이 있는 곳에 아이를 방치했다고 간주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재판부는 “지옥탕이라는 명칭이 동화책에서 따온 것이라고 보이기는 하나, 단어 자체로 아동들에게 공포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명칭”이라며 “피해 아동은 지옥탕에 대해 ‘무섭다’는 취지로 말했고, 같은 학급 다른 학생들 또한 지옥탕은 ‘혼나는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러한 훈육 방식이 학칙이 정한 기준을 넘어선 점도 유죄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A씨 학교가 허용하는 격리 방식 훈육은 같은 교실 내 격리에 한정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교육 목적으로 보관하고 있던 학부모 연락처를 이용해 학부모 23명에게 이 사건과 관련해 탄원서를 써달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로도 기소됐다. 1심은 “명백하게 개인정보 수집 목적을 초과한 이용 행위”라며 유죄로 인정했다.
1심은 A씨가 이 사건을 부모에게 말했다는 이유로 교실에서 “이게 뭔 꼴이냐. 네가 그러니까 뭐라고 한 것 아니냐”며 B군을 다그친 점도 지적했다. 1심은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2심도 1심 판결에 잘못이 없다고 봤고, 대법원도 A씨 상고를 기각했다.
아이를 ‘생각의자’에 일정 시간 앉아 있게 하는 방식 등으로 행해지는 타임아웃은 체벌이 아니라는 이유로 널리 활용되는데, 이런 훈육 방식 역시 아동의 정신 건강과 발달에 해를 끼칠 정도라면 아동학대로 처벌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지난해 3월에도 대법원은 4세 아동을 78㎝ 높이 교구장 위에 40분간 앉혀놓은 보육교사의 행위를 정서적 학대라고 인정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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