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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스포츠인 1세대' 농구스타 김동광 "차별없는 환경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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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동광 생애 정리하고 가치 재평가한 논문 화제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10대 시절에 정말 열심히 운동했죠. 팀훈련 하고 연습경기 치르고, 친구들은 집에 가도 저는 남아서 개인 연습하고…. 어릴 때부터 차별을 종종 겪으면서 한국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다른 이보다 특출나야 한다는 절박함에 열심히 노력했던 거 같아요."

김동광(71) KBL(한국프로농구연맹) 경기본부장은 1951년 주한미군 출신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출중한 기량으로 1970년대 최고 농구스타로 떠오른 그는 10년 가까이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아농구선수권대회와 아시안게임에 출전했으며, 당시 최장수 국가대표라는 기록을 남겼다. 프로농구가 출범한 1997년부터는 삼성 썬더스 등에서 15년 넘게 지휘봉을 잡았고, 2015년에는 국가대표 감독으로 부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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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서울 삼성썬더스 감독 시절 김동광 KBL 경기본부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근 김 본부장의 생애를 정리하고 가치를 재평가한 논문이 발표되며 그의 굴곡진 생애가 다시 화제에 오르고 있다.

27일 강원도 양구에서 초·중등부 농구 유망주를 대상으로 열린 캠프에 참석 중인 그는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반백 년 농구 인생을 돌아봤을 때 같은 세대 혼혈인보다 운동을 택했다는 이유로 큰 덕을 본 것 같다"며 "훌륭한 지도자를 만났고 도움을 준 이들도 많았으니 나름 운 좋은 인생이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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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국가대표 시절 김동광(가운데). [본인 제공]



"피부색을 두고 차별이 선명하던 시기에 태어나 수준 높은 기량을 발휘하며 농구 경기의 중심인물로 자리 잡은 첫 번째 다문화인."

한국체대 체육과학연구소가 발간한 '스포츠사이언스' 최신호에 실린 '한국 남자농구 최초의 다문화인 국가대표 선수 김동광 연구' 보고서의 한 대목이다.

논문 저자인 허진석 한국체대 교수는 "그가 차별을 이겨내고 스타로서 존중받는 과정은 스포츠뿐만 아니라 사회적 현상의 하나로 주목해야 한다"며 "우리가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여러 종목에서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선수들이 활약하는 현재 흐름의 본보기로서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본부장은 일찌감치 차별이 무엇인지 깨달았다고 기억했다. 다문화라는 인식 자체가 희미하던 시절, 남과 다른 그의 피부색과 생김새는 쉽게 눈에 띄었다. '혼혈'이라고 불리면 다행이고 더 비하하는 말도 숱하게 들었다.

그는 "국민학교 때부터 놀림도 많이 받고 싸움도 많이 했다"며 "어린 마음에 '이런 게 차별이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1970년대 실업농구단에 입단할 때도 '다르게 생긴 사람을 어떻게 받아주냐'는 말도 들었다.

"아까 운이 참 좋았다고 했잖아요. 인천 송도중·고에 입학해 농구부에 입단하면서 선배들이 '팀 내에서 차별하지 말 것'을 선언했어요. 당시 지도자였던 전규삼 감독님도 물심양면 이끌어주시면서 엇나가지 않도록 해주셨고요. 나름 치열하게 노력하다 보니까 도움을 주는 분들도 생기는구나 싶었죠."

특히 2001년에는 굵직한 행운이 몇 번이나 찾아온 해였다. 그는 삼성 썬더스를 이끌며 통합 우승을 거머쥐었고, 감독으로서 개인 통산 100승을 달성했다.

시즌이 끝나고 반세기 만에 한국을 찾은 아버지와 재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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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4월 김동광 당시 삼성 썬더스 감독이 아버지 조지 프레츠 씨의 손을 잡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도 아버지가 있었구나'하고 감격스러웠고, 자식들한테도 '너희 할아버지야'라고 얘기할 수 있어서 정말 기뻤어요. 힘이 장사인 아버지를 보면서 '아! 내가 완력이 좋은 게 유전자(DNA)를 물려받아서 그렇구나' 뿌듯하기도 했고요."

이제 그의 바람은 과거의 자신과 달리 차별없이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그는 "육상 등 기초종목과 구기종목에서 활약하는 다문화 선수가 늘고 있다"며 "이들이 운동에만 몰두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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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시절 김동광의 경기 모습. [유튜브 캡처]




다문화 체육인 1세대인 그는 2009년부터 영입된 KBL 귀화선수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특별 귀화 선수 등을 2세대라고 본다.

그는 "(동포 3세부터는 현지인과 거의 다를 바 없듯) 현재 다문화 체육인 3세대는 그냥 한국 사람이나 마찬가지"라며 "그럼에도 이들은 일반 학생보다 더 많이 노력하고 월등한 기량을 보여줘야 한다는 절실한 마음을 갖고 땀을 흘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 동안 쉴새없이 달려왔어요. 정말 열심히 살았습니다. 6월에 임기가 끝나는 경기본부장 역할을 잘 마무리하고 좀 쉬고 싶네요. 코트 복귀 계획? 아유, 이제 후배들이 해야지!"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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