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주체’ 논란…검찰 압박 가능성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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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를 압수수색했다. 2019년 안양지청 수사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가 긴급 출금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데 따른 것이다.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 이정섭)는 26일 대검 반부패부 수사지휘과장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안양지청에 대한 수사지휘 관련 문건 등을 확보했다. 앞서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 신고자는 ‘추가 공익신고서’에서 2019년 7월 대검 반부패부의 압력으로 안양지청이 대검 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의 불법 긴급 출금 요청 혐의를 제대로 수사할 수 없었다고 적었다. 이 검사를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 등으로 수사하겠다는 ‘과거사진상조사단 파견검사 비위 혐의 관련 보고’를 작성했으나 “김학의 쪽에 출금 정보를 유출한 과정만 수사하고 나머지 수사를 진행하지 말라는 취지의 대검 반부패부 등의 연락으로 내부 검토 단계에서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게 신고자의 주장이다. 대검 반부패부를 압수수색한 검찰은 안양지청의 이 검사 수사 계획이 왜 무산됐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이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이첩하는 게 옳다는 뜻을 밝히면서 수사 주체를 둘러싼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현행 공수처법에는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그 수사기관의 장은 사건을 수사처(공수처)에 이첩해야 한다”고 돼 있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를 방지하기 위한 조항이다. 박 후보자는 지난 25일 인사청문회에서 공수처법 조항을 근거로 “현 상태에서 (김학의 사건은) 공수처로 이첩하는 게 옳다”고 밝혔다. 김학의 불법 출금을 제보한 공익신고자는 2019년 안양지청 수사가 대검 반부패강력부의 외압으로 무마됐다며 이성윤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현 서울중앙지검장)을 ‘피신고인’으로 지목했다. 일단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에서 이 지검장 등의 외압 의혹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인 셈이다. 국민권익위원회도 이 사건을 제보한 신고자와 면담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권익위는 26일 “최근 해당 사건 공익신고자가 보호 신청을 했고, 현재 신고자 면담 등 관련 절차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검토 중”이라며 “조사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관계 법령에 따라 신고자 보호 조치와 공수처 수사 의뢰 여부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공수처에 사건을 보낸다고 해도 수사는 검사·수사관 임용이 마무리되는 최소 두달 뒤에나 가능하다. 한 원로 변호사는 “공수처가 아직 수사를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은 법의 공백 상태”라며 “‘혐의가 발견된 때 사건을 이첩한다’는 법이 적용되려면 공수처가 제대로 꾸려진 상황이어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 사건을 이첩하면 수사 지연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김학의 사건을 공수처로 보내야 한다’는 발언이 법 조항에 따른 “원론적인 얘기”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장관 후보자의 그런 뜻은 한창 수사를 진행 중인 검찰에 이첩을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법무부·검찰의 전·현직 고위간부가 연루된 사건의 수사 주체와 공수처 이첩 시점 등을 놓고 법무부와 검찰이 갈등할 수도 있는 것이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검사는 “신임 법무부 장관이 김학의 사건이 공수처로 이첩돼야 한다는 뜻을 나타낸다면 사실상 사건을 검찰이 수사하지 말라는 압박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옥기원 배지현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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