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지난 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코로나 백신 3억회분 추가 확보를 밝히고 있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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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유럽연합)가 코로나 백신 수급에 사활을 걸면서 아스트라제네카 등 제약사들에 권역 밖 백신 수출 제한 조치를 시사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측이 생산 차질로 1분기 유럽 백신 공급 물량을 당초 계약 물량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통보한 데 따른 대응이다.
25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최고경영자(CEO)와의 통화에서 “아스트라제네카는 계약 의무에 부응해야만 한다”며 “사전 구매한 계약 물량이 (제때) 전달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당초 EU는 올해 1분기 아스트라제네카로부터 백신 1억회분을 공급받는 사전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22일 물량 부족으로 공급 기한을 제때 맞출 수 없을 전망이라고 통보했다. 현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이달 말 EU 산하 유럽의약품청(EMA) 승인을 앞두고 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대변인에 따르면 그는 “EMA가 아스트라제네카에 막대한 투자를 제공했다”는 점을 들며 “아스트라제네카가 신속한 공급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촉구했다. EU는 작년 8월부터 27억유로(약 3조6000억원)의 선수금을 주고 제약사 6곳과 20억회 넘는 분량의 백신을 확보하는 계약을 마쳤다. 아스트라제네카에도 상당 금액이 흘러간 것으로 알려졌다.
EU의 제약사 압박 방안은 이날 저녁 구체화됐다. EU 집행위원회 소속 스텔라 키리아키데스 건강·식품안전 담당 집행위원이 이날 아스트라제네카 경영진과의 후속 논의에 대해 “오늘 논의는 명확성과 충분한 설명 없이 불만족스러웠다”며 “EU는 지금까지 아스트라제네카가 생산한 백신 물량이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이 물량이 어떤 국가에 전달됐는지 확인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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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EU 역내서 백신을 생산하는 제약사들이 제3국으로 백신을 수출할 때 사전에 알리도록 하는 ‘투명성 제도(export transparency mechanism)’ 도입을 제안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역내에서 생산 백신의 수출 현황을 EU 회원국이 모두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글락소스미스클라인, 프랑스 사노피, 독일 큐어백(CureVac)은 물론 벨기에에 생산 기지가 있는 미국 화이자 백신도 수출을 사전 고지해야 한다.
한편 올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완수로 EU와 완전히 결별한 영국에선 즉각 반발이 나왔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EU가 권역 밖 나라들에 대한 백신 수출을 중단시킬 것을 영국 정부는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벨기에에 위치한 화이자·아스트라제네카 등의 생산 시설에서 만든 백신 공급이 EU의 위협으로 중단될지도 모른다”고 평했다.
[임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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