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감염자 사전 복용으로 단기 예방 가능성
셀트리온·대웅제약 이어 뉴젠·케어젠 가세
코로나19 바이러스 이미지. /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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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경쟁이 예방의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일부 약물은 비감염자가 사전 복용할 경우 단기적인 감염 예방 효과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2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현재 셀트리온(068270)과 대웅제약(069620)이 ‘예방 임상’ 3상을 진행 중이고 뉴젠테라퓨틱스·케어젠 등 최소 2개사가 연내 추가로 예방 임상에 착수한다. 예방 임상은 바이러스에 노출됐지만 아직 양성이나 음성 판정을 받지 않은 채 격리 입원 중인 밀접접촉자를 대상으로, 치료제 복용 여부에 따른 양성 판정 비율을 살펴보는 시험이다.
업체들은 복용자가 비복용자보다 양성 판정 비율이 유의미하게 낮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간 세포 속으로 침투하려면 세포의 ‘안지오텐신 전환효소2(ACE2)’ 수용체와 결합해야 하는데, 약물이 이 결합을 방해한다. 침투한 바이러스가 전신으로 퍼지지 못 하게 하는 치료 효과는 물론 침투를 사전에 차단하는 예방 효과도 있을 거라는 것이다.
국내에서 치료제 임상 1상을 진행 중인 뉴젠테라퓨틱스(뉴지랩의 자회사)의 한신영 임상개발본부장은 "코로나19는 전파력이 강한 대신 노출 후 감염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는 특징이 있다"며 "치료제를 예방 차원에서 복약하는 개념은 원래 없었는데, 코로나19의 경우 바이러스에 노출된 밀접접촉자들이 격리 중에 먼저 치료제를 먹게 해 최대한 감염을 피하게 하자는 목적으로 예방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방까지 가능한 치료제의 첫 후보는 말라리아 치료제 약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었다. 지난해 4월 국내 연구팀은 이 약물의 예방 임상에 들어갔지만 효과를 확인하지 못하고 종료했다. 코로나19에 걸렸다가 회복됐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예방 목적으로 이 약물을 복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0월 셀트리온은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성분명 레그단비맙)의 예방 임상 3상에 들어갔다. 이 약물의 주성분인 항체가 세포의 ACE2를 대신해 바이러스와 결합하는 원리다. 비슷한 항체치료제를 개발한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가 지난 22일 "예방 임상 결과 감염 위험을 80% 줄였다"고 발표하면서 셀트리온의 임상에도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엘리너 라이리 영국 에든버러대 면역학 교수는 "기본적인 건강 상태 때문에 백신을 접종할 수 없거나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라며 예방 효과를 가진 치료제가 백신을 일부 보완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셀트리온의 뒤를 이어 대웅제약도 지난 22일 경구치료제 ‘호이스타정’(성분명 카모스타트)의 예방 임상 3상에 들어갔다. 카모스타트는 바이러스가 세포 속으로 침투하는 데 필요한 체내 물질(TMPRSS2)의 기능을 억제하는 효능을 가졌다. 업체 관계자는 "호이스타정이 예방 임상을 통과할 경우, 바이러스에 노출되거나 노출이 의심될 때마다 1회분씩 복용해 감염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치료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모스타트와 효능과 기전이 비슷하다고 알려진 약물 나파모스타트도 뒤따라 준비되고 있다. 뉴젠테라퓨틱스의 경구치료제 ‘뉴젠나파모스타트정’이다. 업체는 "오는 5월 국내 1상을 마치고 하반기에 치료와 예방 임상을 분리해 각각 2상을 시작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종근당도 나파모스타트 제제 ‘나파벨탄’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이지만 중증 치료 효능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케어젠(214370)도 치료와 예방이 모두 가능한 스프레이 방식 치료제 ‘스파이크다운’을 개발 중이다. 조만간 국내 임상을 시작해 상반기 내 1상을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업체는 "동물실험에서 효과를 확인했다"며 "하루 한 번 코에 뿌리면 24시간 동안 예방 효과가 지속되는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치료제 임상 2상을 진행 중인 엔지켐생명과학(183490)은 이날 "현재 임상 결과를 토대로 예방 임상을 따로 진행할지 검토 중"이라고 했다.
김윤수 기자(kysm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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