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먹자골목에서 던진 출사표 중의 한 대목인 “강단 있는 리더십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구석구석 살피고 챙기는 섬세한 행정을 펼치겠다”고 한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옷차림조차 선거 전략이 될 수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일관성 있는 행보임에는 분명했다.
이런 그가 이번 서울시장선거에서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먹고 사는 문제’다. 그가 출사표 직후 첫 번째 찾은 현장이 재개발이 막힌 노후화된 지역이고, 1호 공약이 코로나19로 시름하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지원책이었다.
그는 매경럭스멘과의 인터뷰에서 4월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해 “선거에 진다면 야당이 없기도 하겠지만 국민의 삶도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그만큼 ‘먹고 사는 문제’가 이번 선거에 달렸다는 절박함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면서 나 전 의원은 그가 준비한 정책 보따리를 하나씩 끄집어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강남·북 균형 발전과 관련한 정책 구상. 나 전 의원은 “강북에도 판교테크노밸리 같은 급의 직주공존 단지를 만들겠다”며 “이를 통해 강북 발전을 강남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허브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공릉동 한국전력 연수원 부지 10만 평을 활용해 일명 ‘북부테크노밸리’를 조성할 계획인데, 이곳에 AI, 바이오 등 첨단 산업을 대거 유치한다는 구상이다. 나 전 의원은 “현재 강북의 가장 큰 문제점은 주거지는 넘쳐나지만 일하고 싶은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것”이라면서 “북부테크노밸리가 활성화되면 자연스럽게 사람도 몰려들고 주거 환경도 바뀔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이어 “현재 부동산 불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급밖에 답이 없다”면서 “반값아파트 등 공급 가능한 모든 수단을 활용할 필요도 있고, 재개발·재건축의 활성화를 막고 있는 규제는 반드시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 전 의원은 아파트 공급 확대가 분양가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기술 보호를 할 수 있는 수준에서 분양가 원가를 공개할 필요가 있고, 동시에 분양가상한제도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분양가를 낮춘다고 해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시장 자체적으로 정상화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 전 의원은 또 ▲최저생계비 보장이 되지 않는 20만 가구를 대상으로 지원하는 서울형 기본소득 도입 ▲6조원 규모 긴급구조 기금설치(숨통트임론) ▲소상공인 디지털화 작업 지원 등의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왜 자신이 서울시장이 되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2014년 보궐선거 때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경기도에 출마하라는 당의 권유를 받았지만 나가지 않았다”면서 “2011년 서울시장에 출마해놓고 서울을 떠나는 것은 아닌 것 같고, 선출직으로 마지막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서울시민에 대한 봉사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수도 서울은 잠재력이 크지만 여전히 어떤 특징이 없는 도시”라며 “만일 직책을 맡는다면 서울을 글로벌 디지털시티로, 또 통일 시대의 수도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은 또 현재 진행되고 있는 광화문 광장 공사는 “기본적으로 뒤집을 수는 없겠지만 중단이 필요할 경우 시민들의 의사를 먼저 묻겠다”고 했다.
나경원 전 의원(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 |
▶서울시 발전에 대한 청사진부터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서울의 경쟁력을 높여 글로벌 5대 도시로 자리매김시키고 싶습니다. 서울은 좋은 도시고 잠재력도 풍부한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이 서울이란 도시의 진가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파리하면 문화가, 뉴욕은 경제란 단어가 먼저 떠오르지 않습니까. 그런데 서울은 어떤 ‘특징적’인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시장직에 오르게 되면 서울을 ‘디지털시티’란 단어가 절로 떠오르는 도시로 만들고 싶습니다. 올해 CES 주제가 디지털시티였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삶의 형태가 달라지듯이 도시의 형태도 바뀔 수 있다고 봅니다. 이런 부분에서 서울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4차 산업 시대에 서울이란 도시의 미래는 ‘디지털시티’에 있다고 자신합니다. 서울이 글로벌 디지털시티의 대표도시가 되는 것이죠. 디지털시티가 다소 먼 미래의, 추상적인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우리에게 가까이 와 있고 서울시의 역량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일례로 저의 소상공인 관련 3호 공약이 ‘소상공인의 디지털화’입니다. 현재 유통 구조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이 대세입니다.
이 흐름에서 디지털화에 익숙하지 않은 소상공인들이 소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울에 얼마나 많은 맛집이 있습니까. 이들 중 디지털화에 서툴러 실력 대비 저평가된 곳들이 정말 많습니다. 음식사진을 먹음직스럽게 찍어서 온라인상에 홍보하는 작업이 단순할 순 있지만, 의외로 어려워하는 소상공인들이 많습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서울시가 경영컨설팅 회사가 되어서 도와드리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울 내 시급히 해결해야 될 과제 중 하나가 강남·북 불균형 발전인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그래서 저는 강북이 제2의 강남이 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교육, 문화, 의료 등 삶과 직결된 분야에서 질을 높여야 합니다. 교육과 관련해서는 25-25 프로젝트를 공약에 담았습니다. 25개구에 25개의 우수 학군을 만들겠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현 정부 들어 자사고를 폐지하면서 강남 8학군 선호현상이 다시 강해지지 않았습니까. 이런 흐름을 막기 위해서라도 서울 내 곳곳에 좋은 학군이 다양하게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것만으로 강남·북 불평등 현상을 해소하기는 힘들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일종의 강북 개발 허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런 점에서 저는 판교테크노밸리를 강북에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판교 일대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요즘 젊은 세대들이 선호하는 직주공존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4차 산업과 관련된 첨단 일자리와 인근에 좋은 주거 환경이 맞물려서 내는 효과인 거죠. 그래서 저는 강북에도 판교테크노밸리 같은 곳을 만들 생각입니다. 노원구 공릉동 한국전력 연수원 부지 10만 평에 북부테크노밸리를 조성할 계획인데, 이곳에 AI, 바이오 등 4차 산업을 대거 유치할 계획입니다. 강북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일하고 싶은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이를 북부테크노밸리를 통해 해소하겠습니다. 이곳이 활성화되면 자연스럽게 사람도 몰려들고 주거 환경도 바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전연수원 일대에는 여러 대학들도 있어 산학협력 등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출마선언 이후 부동산 문제 해결 의지를 많이 드러내고 계십니다.
▷공급 확대밖에 답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부동산 가격 형성 과정에는 심리적인 요인이 많이 작용합니다. 이 정부 들어서 폭등한 집값은 공급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을 것 같다는 심리가 작동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고 박원순 전 시장 재임기간 동안 393곳에 달하는 재개발·재건축 등의 정비사업구역이 해제됐습니다. 공급이 없고 수요가 많으니 집값은 당연히 올라가지 않겠습니까.
▶구상하시는 주택 공급방안은 어떤 것인가요.
▷이번 서울시장 임기는 1년 3개월인데 주택 공급과 관련해 몇 십만 호를 짓겠다 이런 정책을 내놓는 것은, 물론 준비는 돼 있지만 언급하는 것이 다소 허황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임기 내 할 수 있는 것부터 하겠습니다. 용적률 상향, 층고제한 해제, 용도지역 변경 등의 문제를 이른 시일 내에 해결해 재개발·재건축 활성화의 물꼬를 트게 하겠습니다.
▶경쟁자인 오세훈 전 시장이 반값아파트 공급을 이야기했는데요.
▷저도 기본적으로 이 부분에 공감합니다. 서울시가 확보할 수 있는 부지를 활용하면 가능한 일이기도 하고요. 차량기지 상부공간을 활용하면 땅값이 들지 않으니 싼값의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것이죠. 차량기지를 예로 들었지만, 경부선·경의중앙선 등 철도시설 지하화, 양재IC~한남대교 구간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등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상부공간 등 활용할 부지들 꽤 많습니다.
▶공급을 늘린다고 하지만 높아진 집값에 분양가 또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만.
▷분양가가 치솟는 것을 막기 위해서 먼저 기술 보호를 할 수 있는 수준에서 분양가 원가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면서 분양가상한제도 동시에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인위적으로 분양가를 유지하면 투기수요가 끼어들 여지가 커지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해 가격이 시장에서 자체적으로 정상화되도록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공급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저는 분양가를 낮춘다고 해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로또 분양만 양산해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분양가에 인위적인 제약을 가하면 땜질식 처방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부동산 세금에 대한 원성도 높습니다.
▷지자체장이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재산세를 깎아드리겠습니다. 또 공시가격을 이용한 무분별한 세금 징수를 막겠습니다. 공시가격 인상에 있어 시장의 동의를 받게 한다든지, 국회의 동의를 받게 한다든지 하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시행령으로 세 부담을 늘리는 행위는 조세법률주의의 위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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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에서 기본소득을 말씀하셨는데요.
▷서울형 기본소득을 도입하겠다는 것이 저의 입장입니다. 모든 사람한테 다주는 것이 아니고 더 힘든 분들에게 더 많이 드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최저 생계비도 보장되지 않는 가구가 20만 정도로 파악되는데, 이들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지지층 확장 전략의 일환이신가요.
▷이념보다는 우리 기본적 삶과 관련한 행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솔직히 서울시장이 펼치는 정책 중 이념으로 대립되는 것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대북정책 정도가 이에 속하고 대부분 생활 이슈들이 많습니다. 먹고사는 문제에 있어서는 진영 간 이념이나 철학 차이가 날 게 별로 없습니다. 때문에 공약에 담은 정책들은 서울시민의 삶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돼야 한다는 것을 기본전제로 합니다. 이런 노력들을 하다 보면 현재 우파의 고민거리인 중도층 확장도 자연스레 이뤄지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됩니다. 숨통트임론(숨트론) 공약도 이런 일환입니다. 코로나19로 힘겨워하는 소상공인, 특수고용근로자, 자영업자, 프리랜서, 예술인 등을 살리기 위해서는 일회성 지원보다 회생을 위한 장기적 발판을 마련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재난지원금의 효과는 일시적일 뿐입니다. 그래서 이들에게 1인당 최대 5000만원까지 대출을 해주는 저금리 장기대출 구상을 마련한 것입니다. 재원은 서울시가 마련한 6조원 기금을 가지고 서울신용보증기금에 넣으면 90조원까지 대출이 가능합니다. 1%의 금리로 3년 거치 5년 상황을 조건으로 합니다.
▶그래도 20, 30대 젊은 층의 보수 혐오 현상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공감을 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아직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청년국민의힘’이라는 정당 내 정당을 만들어 이들이 무엇에 관심이 있고 무엇을 고민하는지, 또 이들이 어떤 문제의 해결을 원하는지 알아보고 공감하려 했지만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최근 중국 소속사에 소속된 한국 유튜버가 김치를 한국 음식이라고 밝혔다가 계약해지를 당한 사건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 응원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많은 젊은 층들이 공감을 해주는 것을 보고, 젊은 층들이 관심 있어 하는 사안에 대해 더 신경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저의 선거 캠프에 20~30대 스태프들이 꽤 많습니다.
▶서울시장은 대외 관계도 중요합니다.
▷서울이 국제도시라는 점에서 시장의 역할은 물론 국내에만 한정하지 않습니다. 서울이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미국, 중국, 일본 등 글로벌 수도들과의 관계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여기서 의원시절 외통위원장을 한 경험이 보탬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관광객이 오고 가는 문제도 도시 차원에서 풀어낼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여당발 수도이전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습니다.
▷서울은 통일수도로서의 역할도 준비해야 될 때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행정수도 이전에는 부정적입니다.
▶광화문광장을 바꾸는 공사와 관련해 의견이 분분한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원점 회귀는 힘들다고 봅니다. 다만 중단이 필요하다면 시민들의 의사를 물어서 결정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상대 후보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유력한 것 같습니다. 같이 예능에도 출연해 화제를 모았는데요.
▷같이 정치를 오래해 서로 잘 알기도 하고… 하지만 시청률은 제가 높았죠.(웃음) (나 전 의원이 11%를, 박 전 장관은 9.6%를 기록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야당의 운명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맞습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 만일 선거에 진다면 야당이 없기도 하겠지만 국민의 삶도 없을 것 같습니다.
▶보수 진영에서 나경원 필패론을 이야기하는 이들이 꽤 있습니다.
▷여당의 프레임에 걸려들었다고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때 솔직히 말하면 우군이 되어야 할 주위로부터 별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다소 비겁한 측면이 있었다고 보는데… 다 지난일입니다. 왜냐하면 이제는 스스로 굴레를 벗어났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연말 고발된 사건 13개에 대해서 모두 무혐의를 받았습니다.
시민단체 앞세워 고발하고, 여당 몇몇이 주도하면서 의혹을 키우고, 끝내 기소까지 끌고 가려했지만 무위로 돌아간 것이죠. 압수수색도 수차례 청구됐습니다. 검찰의 무혐의 판정으로 그동안 제게 씌워졌던 여러 의혹과 프레임들이 다 근거 없음이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흠이 있었다면 스스로 이번 시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왜 서울시장인가요.
▷식상한 답변일 수 있지만 서울에서 태어났고 서울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2014년 보궐선거 당시 경기도에 출마하라는 당의 권유를 받았습니다. 남경필 전 지사의 지역구였는데 당선 가능성도 높았습니다. 하지만 서울시장에 한 번 출마했던 사람이 서울을 떠날 수는 없다며 거부했습니다. 지금의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선출직으로 마지막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서울시민에 대한 봉사입니다. 그만큼 서울에 대한 애정도 많고, 저의 정치 경험을 서울을 위해 사용하고 싶습니다.
[대담 홍기영 국장 문수인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5호 (2021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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