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시장주의 안맞는 이익공유제…韓경제 가장 큰 적은 포퓰리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음달 5일 한국경제학회장에 취임하는 정진욱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를 최근 만났다. 그는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무작정 지원하기보다 재원을 저리로 상공인에게 대출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처방했다. 한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로는 포퓰리즘을 꼽았다. 그는 "경제학에서는 개인의 이기심을 나쁘게 안 보지만, 정치가의 이기심은 백해무익하다"며 "정치가 경제를 망치는 최고 수단이 포퓰리즘인데, 어느 때보다 이 리스크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올해 3.2% 성장을 전망했다.

▷3%는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쉽지 않은 성장률이다.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 생성을 시도한다고 해도 연말까지는 싸워야 하는 국면이다. 100년 만에 오는 감염병 사태를 맞았는데 3%는 거의 불가능하다. 다만, 외환위기 때처럼 산업 기반이 망가진 것은 아니다.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소비가 살아나면 회복은 빠를 것이다. 올해 하반기 코로나19 종식을 전제로 한다면 내년 하반기가 되면 예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본다.

―재난지원금 카드가 적절한가.

▷지금은 쓸 수 있는 공격적인 수단이 없다. 재정정책으로 철저하게 방어해야 할 때다. 재난지원금은 무작정 주기보다는 아주 낮은 금리로 상공인들에게 빌려주는 방식이 낫다.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있는데, 빚을 져서 아들에게 물려준다고 가정해보자. 아버지가 도박해 빚을 졌다면 아들이 갚기 힘들다. 그런데 공장을 짓기 위해 빚을 진 것이라면 나중에 공장을 돌려서 갚을 수 있기 때문에 낫다. 정부가 어떤 식으로 빚을 지느냐가 관건이다. 생산성이 있는 데 돈을 써야 한다. 지금처럼 나눠주기만 하면 도박 빚이 될 수 있다. 지출의 질을 생각해야 한다.

―이익공유제 등은 부의 분배를 강요하는 것 아닌가.

▷의도는 좋다. 문제는 정부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나 할 수 없는 일은 없다고 생각하는 정부 만능주의다. 적어도 위헌적인 일은 해서는 안 된다. 헌법 119조에 개인과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 자유시장주의가 천명됐다. 헌법을 고칠 것도 아니면서 여기에 안 맞는 정책들이 나온다는 게 문제다. 현실성도 없고, 원칙에도 안 맞는 게 많다. 정부가 심판이 아니라 게임에서 뛰는 선수까지 되려고 한다. 정부가 모든 것을 할 필요는 없다. 시장이 작동을 안 할 때만 들어가면 된다.

―포퓰리즘은 어느 정도 악재인가.

▷엄청나다. 포퓰리즘이 올해 한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다. 정치가들이 유혹에 빠지는 대표적인 부문이 단기 효과와 포퓰리즘이다. 예컨대 일자리를 늘리려면 생산성을 늘리는 게 기본이다. 그런데 코앞의 목표만 보고 공공근로만 늘린다. 공공근로는 생산성에는 큰 기여를 못한다. 하지만 성장률 지표로 잡히니 목숨을 걸고 늘린다. 경제학에서는 개인의 이기심을 나쁘게 안 보지만, 정치가의 이기심은 백해무익이다.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을 평가한다면.

▷가격을 안정시키려면 정부가 믿을 만해야 하는데, 시장에 역행하는 정책만 폈다. 정책목표와 정책수단 모두 잘못됐다. 2019년 국내 부동산 거래액이 400조원이다. 국내총생산(GDP)의 20%에 달하는 시장을 대상으로 싸우겠다는 것이다. 워낙 공급이 줄어 가격이 오르니 수요를 줄이는 정책을 쓰고 있다. 수요를 줄이는 정책은 최악이다.

―지금 부동산은 버블 상태인가.

▷정책 실패로 아파트 가격이 버블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너무 많이 올랐다. 부동산 악질 채무자가 늘었기 때문에 이제 가격이 급격히 내려가도 안 된다. 정부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연착륙시켜야 한다. 이제 이념을 얘기하는 사치를 부릴 여유가 없다. 경제정책에 이념은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가져야 비로소 해결이 가능하다.

―어떻게 꼬인 실타래를 풀어야 하나.

▷우선 양도소득세 등의 거래세를 인하해 양적 조절에 나서야 한다. 양도세는 조금만 내려주면 좋은 공급 물량이 나와 가격이 내려갈 것이다. 강남 등 수요가 많은 곳에 재건축을 푸는 것은 중책(中策)이다. 하책(下策)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신도시 건설이다.

―올해 한국이 꼭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떨어진 생산성을 살리는 일이다. 공교육이 창피할 정도로 많이 무너졌다. 교육부문 생산성이 굉장히 낮다. 이 부문에 대한 생산성이 올라간다면 사회 전체의 생산성이 올라갈 것이다. 둘째는 지역균형 개발이다. 수도권에 모든 게 집중되면서 자원 배분 효율성이 낮아졌다.

▶▶He is…

△연세대 경제학부 △미국 플로리다대 경제학 박사 △아주대 경제학부 조교수 △연세대 경제학부장 △한국계량경제학회장 △현재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김정환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