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일본대사관 재산 빈 조약으로 보호…일본, ICJ 제소 등 검토
문대통령 "해법 한일 협의"…강창일 대사, 새로운 기금 필요성 언급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옛 일본대사관 소녀상 앞에서 제1475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열리고 있다. |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한국 법원 판결에 일본이 반발하는 가운데 일본 정부 자산을 압류해 실제 배상받기는 쉽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가 동의할 외교적 해법을 한일 양국 정부가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본 정부가 위자료를 지급하도록 명령한 한국 법원 판결이 23일 확정되면서 원고(위안부 피해자)들은 강제 집행을 신청할 수도 있게 됐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원고 측이 한국 내 일본 공관, 관용차, PC 등 비품 외에 금융기관 계좌 등을 염두에 두고 한국 내에 있는 일본 정부 자산에 대한 압류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교부에 진입하는 주한일본대사관 관용차 |
하지만 한국과 일본이 모두 비준한 외교관계에 대한 빈 협약은 외국 공관의 재산 등에 대한 불가침 원칙을 규정하고 있으며 원고 측이 이 협약의 보호 대상에서 제외되는 일본 정부 자산을 찾아 압류하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요미우리(讀賣)신문은 "한국에 있는 일본 정부 자산을 압류해 배상받는 방안을 찾고 있다. 압류 가능한 자산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위안부 피해자 소송대리인(변호사)의 발언을 23일 전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은 한국 정부가 일본 측에 "압류는 없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외교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판결에 반발하고 있으며 대항책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안부 배상 판결 확정에 관한 일본 외무상 담화 |
일본 외무성은 "국제법상 국가는 주권을 가지고 있으며 서로 대등한 존재이므로 원칙적으로 외국의 재판권에 따르는 것은 없다"며 이번 배상 판결이 "국제사법재판소(ICJ) 판결에서 제시된 국제법에 명백하게 어긋난다"는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 명의의 담화를 23일 0시를 조금 넘겨 발표했다.
일본의 대항 수단으로는 ICJ 제소 등이 거론된다.
한국이 ICJ의 강제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 측 동의가 없으면 ICJ의 재판이 성립하지 않지만, 제소 자체를 여론전의 도구로 활용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국제사법재판소(ICJ) |
일본 정부의 한 고위 관료는 "법의 지배에 의한 해결을 목표로 하는 자세를 세계에 발신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요미우리신문에 말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ICJ에 제소한 뒤 한국 측이 응하지 않으면 '일본은 법에 따라 해결하려고 하고 있으나 한국이 거부하고 있다'는 식의 프레임 만들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엿보이는 셈이다.
하지만 제소를 계기로 국제사회가 전쟁 중 여성의 인권을 짓밟은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본질에 주목하게 될 가능성이나 한국 측이 재판에 응했을 때 ICJ가 판례를 뒤집고 위안부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주는 등 역풍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섣불리 제소를 선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년 기자회견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
ICJ는 2차대전 중 독일에서 강제노역한 이탈리아인이 독일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국가의 국제범죄에 해당하는 국가의 행위에는 주권면제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시한 이탈리아 대법원의 2004년 판결이 위법이라고 2012년 3월 판단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신년 기자회견에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는 정부 간 공식 합의였다. 그런 토대 위에서 피해 할머니들도 동의할 수 있는 해법을 찾도록 한일 간에 협의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한일 외교 당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취재에 응하는 강창일 주일본한국대사 |
22일 부임한 강창일 주일본한국대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할 사업을 하도록 "(한일) 양국 정부가 그 돈(일본 정부 출연금)도 합해서 기금을 만드는 문제에 관해서 얘기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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