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23일 일본 정부를 피고로 한 서울중앙지법의 위안부 피해자 배상 판결이 확정된 직후 한국 정부 주도의 시정을 요구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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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테기 외무상은 판결에 대해 "국제법에 명백히 반하는 것으로, 매우 유감"이라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판결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과 2015년 한일 외교장관 간 ‘위안부 합의’에 어긋난다면서 "(한국 정부가) 즉각 국제법 위반을 시정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강구할 것을 재차 강하게 요구한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재판장 김정곤)는 지난 8일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일본 정부가 원고들에게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항소기한인 23일 0시까지 일본 정부가 항소하지 않으며 판결은 확정됐다.
일본 정부는 주권 국가가 다른 나라 법정에 서지 않는다는 국제관습법상의 ‘국가면제(주권면제)’ 원칙을 내세워 이 소송에 불응하는 등 재판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입장이다. 반면 우리 법원은 위안부 사건이 국가 차원의 반인도적 범죄 행위라는 점에서 한국에서 재판할 권리가 있으며 국가면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원고들은 배상금 확보 수단으로 일본 정부의 한국 내 자산에 대한 압류·매각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주한 일본대사관 등의 자산은 외국 공관에 대한 불가침을 정한 빈 협약의 보호를 받아 압류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원고 측이 압류할 수 있는 일본 정부의 한국 내 자산을 찾아내야 하는 상황이어서 일본 정부가 자발적으로 협조하지 않을 경우 배상금을 받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외무성은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이 나온 직후 남관표 당시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해 "(한국 법원이) 국제법상의 주권면제 원칙을 부정하는 것은 매우 유감으로, 일본 정부로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일본 집권 자민당 내 조직인 외교부회는 19일 위안부 배상 판결을 비난하는 결의문을 모테기 외무상에게 전달하고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등 "단호한 대응 조치"를 검토하라고 일본 정부에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모테기 외무상은 "모든 선택지를 가능성에 두고 대응하겠다"고 했다.
박현익 기자(beepar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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