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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애사심, 먼지처럼 하찮아져"... 극단으로 치닫는 르노삼성 노사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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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의 적자를 기록한 르노삼성자동차가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밝히자 노조가 강력히 반발하며 경영진을 규탄하고 나섰다. 특히 르노삼성차 노사는 지난해 국내 완성차 5사 중 유일하게 임금단체협약을 끝내지 못한 상태로 해를 넘겼다. 여기에 민주노총 가입까지 요구하던 강경파 수장이 노조위원장으로 재추대되면서 파업의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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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전경. /르노삼성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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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노조는 22일 지부장성명서를 공개하고 "회사의 무능하고도 무책임한 경영진들의 결정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경영진의 결정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앞서 지난 21일 르노삼성차는 적자 탈피를 위한 '서바이벌 플랜'을 발표했다. 부산공장의 경쟁력 입증과 인원감축이 골자로, 전체 임원 중 40%를 줄이고 남은 임원의 임금 20%를 삭감하며 모든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한다는 내용이다.

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단 한해 적자라는 이유로 희망퇴직을 강행한다는 것은 20년간 몸 바쳐 일한 회사로부터 버림받은 느낌"이라며 "회사의 행태에 애사심은 사라져 한줌의 먼지처럼 하찮게 느껴질 만큼 배신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신차구매를 강제로 끊어내는 목전지계한 모습에 분노한다"며 "그간 노동자들이 피땀으로 일군 성장을 베풀라"고 요구했다.

르노삼성차는 이전에도 허리띠를 졸라매 경영정상화에 성공한 적이 있다. 세계적 금융위기였던 2011년 2150억 원, 2012년 1721억 원의 적자를 낸 르노삼성은 2012년 '리바이벌 플랜'을 통해 444억원의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인기모델 SM6와 QM6등 신차를 개발하고 닛산로그의 부산공장 생산수주를 맡게 되면서다.

하지만 제품 라인업 부족과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르노삼성은 다시 수출절벽에 부딪쳤다. 특히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부산공장 전체 수출 물량 중 72%를 담당하던 닛산 로그 생산이 종료되면서 2019년보다 80% 급감한 문제가 가장 컸다. 이후 지난해 11월부터 일감이 없었던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가동률은 현재 46%까지 쪼그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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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차 XM3. /르노삼성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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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에 이어 내수판매도 부진했다. 지난해 르노삼성차은 제품 노후화가 심했던 SM3, SM5, SM7 등 세단 라인을 정리하고 수요가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M3, 르노 캡처, QM6를 투입했으나 국내 판매대수는 9만5939대에 그쳤다. 본사인 르노그룹도 지난 14일 2025년까지 30억유로의 고정비를 절감하는 내용의 구조조정안 '르놀루션'을 발표하며 한국을 수익성 강화해야할 지역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강경파 노조로 인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르노삼성차 계획에 난항이 예상된다. 노조는 이날 성명서에서 노조원들에게 "희망퇴직이라는 섣부른 선택을 하지말고 더 신중히 고민하고 현업을 지켜달라"고 강력히 당부했다. 2018년 당선된 현 강경파 노조는 2년 연속 임금협상 때마다 파업을 주도했다. 지난해에는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가입을 추진했다가 조합원 투표에서 과반수를 넘기지 못하고 무산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선거를 기점으로 2년 더 연임하게 된 강경파 노조는 이미 쟁의권도 확보해 조합원 투표만 거치면 얼마든지 파업이 가능하다. 르노삼성 노사의 2020년도 임단협은 해가 바뀌어서도 네 차례밖에 교섭이 진행되지 못하는 등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노조가 성명서를 내놓은 이날 이뤄진 올해 네번째 본교섭도 진전없이 끝난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안팎에서는 중요한 고비를 맞는 르노삼성차 노사가 힘을 합쳐 이 시기를 헤쳐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XM3로 재기에 나서는 르노삼성차가 당장 시급한 것은 한국지사의 가치를 증명하는 일인데, 노사가 힘을 합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서연 기자(mins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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