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6 (목)

"바이든, 北 핵동결 압박 시작할것…6자회담 틀 부활 가능성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바이든시대 개막 ◆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일(한국시간) 출범한 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혀 문재인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전략에도 적잖은 영향이 예고된다. 남북 관계도 기존 전략에서 벗어나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바이든 시대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전략과 새로운 동북아 질서에 대해 동아시아연구원(EAI)과 함께 알아봤다.

하영선 EAI 이사장(서울대 명예교수)은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의 완전 비핵화를 담보하도록 모든 핵시설과 핵 능력의 포괄적 신고와 검증을 포함한 핵 동결 협상을 추진할 텐데, 북한 김정은 체제는 완전한 비핵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결국 북한의 제재 해제, 체제 보장 요구와 미국의 포괄적 신고·검증을 포함한 핵 동결 요구가 협상의 핵심 의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 이사장은 바이든 시대 미국의 대북 전략을 크게 4가지로 내다봤다.

그는 "우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시절의 미·북정상회담 같은 이벤트성 외교는 사라지고 전문 직업 관료들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두 번째로 다자주의를 강조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 6자회담 같은 다자협상의 틀을 새로 마련하려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미국이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하는 핵 동결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미국에서 북한 내부의 정보 소통 문제를 부각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하 이사장의 예상이다.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북한이 비핵화로 가는 최종 결단을 내리기 위해 북한 내의 자유로운 정보 소통 문제를 강조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 이사장은 그러나 "경제제재·보건 위기·자연재해의 삼중고를 겪고 있는 북한은 3대 혁명 역량 강화라는 과거의 시야를 넘어서서 21세기에 걸맞은 미래의 시야에서 생존 번영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하는 시점"이라며 "비핵 북한의 자생적 노력과 관련 당사국들의 공동협력이 함께 어우러지는 청사진을 새롭게 마련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재성 EAI 국가안보연구센터 소장(서울대 교수)은 "미국에 올해는 미·북 간에 길고 긴 격돌의 초석을 놓는 한 해일 테지만 임기를 1년여 남겨놓은 한국 정부엔 북핵 문제에 가시적 성과를 얻어야 하는 시기"라며 "한국은 중국에 대한 전략을 포함한 아시아 전략 마련에 더욱 힘쓰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템포와 스케줄을 미국과 최대한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동맹을 강화하더라도 중국의 오해가 없도록 중국과도 전략적 외교 대화 채널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동률 EAI 중국연구센터 소장(동덕여대 교수)은 "한중 관계는 수교 30년을 바라보고 있지만 여전히 실질적인 내실화가 이뤄지지 못한 채 미·중 관계라는 외생 변수의 영향에 취약하다"며 "따라서 한중 관계에 대한 치밀하고 복합적인 전략 구상이 필요하고 그를 위한 국민적 합의가 더욱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소장은 "바이든 정부 출범 후 한미동맹 강화에 대비해 한중 간 불신을 막기 위한 전략적 소통 채널을 구조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이 미국의 동맹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이행하지만 중국을 견제, 적대시할 의사가 없다는 전략적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소장도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규범, 제도에 기반한 외교적 환경이 마련된다는 점에서 한미 관계는 안정될 것"이라면서도 "중국에 대한 견제는 바이든 정부 외교 정책의 핵심인 만큼, 한미동맹이 대중 전략을 놓고 어떠한 역할을 할지 근본적인 협의의 순간이 다가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정부가 방위비나 통상을 무기로 압박을 가하지는 않겠지만 중국에 대해서는 큰 압박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미 미국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비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재정립하고 있는 단계라 한미동맹 역시 이런 틀에서 압박이 올 확률이 높다. 그는 이어 "바이든 정부의 외교 정책은 트럼프 지우기(Anything but Trump)에 기반하지만 그렇다고 오바마2.0이 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가정했다. 트럼프 정부가 시도했던 일방주의적 자국 이익 우선주의와 동맹 폄하 등은 덜하겠지만 오바마 정부 때보다 훨씬 심각한 국내 정치 위기에 봉착해 있기 때문이다.

국교 수립 이후 최악의 관계를 걷고 있는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전향적인 해법을 찾기 어렵다면 상황 악화를 막는 쪽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손열 EAI 원장(연세대 교수)은 "문재인정부가 향후 1년 동안 할 수 있는 한일 관계 개선의 현실적 대안은 역사 문제에 있어서는 더 이상 나빠지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면서, 안보·경제 협력 등의 분야에서 관계 개선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손 원장은 "문재인정부가 그동안 표면적으로 투 트랙 외교를 내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설득력을 갖지 못한 까닭은 안보·경제 분야 등에서 일본과 적극적으로 협력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도쿄 올림픽을 관계 개선의 기회로 활용하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성과에 집착하다 역사 문제를 조급하게 다루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 원장은 특히 "올해 대일 외교 정책은 국내 정치와의 디커플링 원칙을 지켜 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일본 기업의 자산 현금화 시간이 다가올수록, 그리고 선거 국면과 중첩될수록, 반일 강경론이 득세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부와 정치 지도층의 용기와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한예경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