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4년 동안 미중경쟁으로 반사이익을 누린 대만의 가권지수가 69% 상승했다. 반면 보안법 이슈, 인권 문제가 불거진 홍콩의 항셍지수는 같은 기간 31%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했다. 트럼프 재임기간, 대만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겨냥해 대만과의 접촉면을 확대하고 중국기업을 제재하면서 적잖은 반사이익을 누렸다.
대만 가권지수는 지난 2017년 1월 20일 9331.46에서 2021년 1월 20일 15806.2로 4년 동안 69% 상승했다. 20일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재임 기간 동안 대만증시가 달러화기준 92% 상승해, 전 세계 지수 중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트럼프 재임기간 동안 보안법 제정으로 격렬한 시위 사태가 벌어졌던 홍콩의 항셍지수는 22885.9에서 29962.5로 31% 상승하는데 그쳤다. 대만 가권지수 상승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대만 가권지수 상승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건 대만 파운드리업체인 TSMC다. TSMC 주가는 트럼프 재임기간 181대만달러에서 647대만달러로 257% 상승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파운드리업체인 SMIC를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등 중국 반도체업체에 제재를 가하면서 TSMC가 반사이익을 얻었다. 반도체 업황도 좋았다.
트럼프의 중국 기업 제재로 더 큰 이익을 본 기업은 AP생산업체인 미디어텍이다. 미디어텍 주가는 트럼프 재임기간 211.5대만달러에서 872대만달러로 312% 상승했다. 화웨이는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이 설계한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TSMC에 발주해서 자사 스마트폰에 탑재했다. 그런데, 트럼프의 화웨이 제재로 TSMC가 화웨이 주문을 못 받게 되자 화웨이는 미디어텍으로부터 AP를 구매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글로벌 AP시장에서 대만 미디어텍은 31%의 점유율로 퀄컴(29%)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트럼프 화웨이 제재로 인해, 미디어텍이 1위 자리를 꿰찬 셈이다.
반면, 트럼프 제재 대상이 된 중국 기업이 다수 상장된 홍콩증시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말까지도 SMIC, 차이나모바일, 차이나텔레콤은 주가가 줄곧 하락했다.
그런데 올해들어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이 보인다. 올들어 지난 20일까지 홍콩 항셍지수는 10% 상승하며 대만 가권지수(7.3%)를 앞섰다. 차이나모바일, 차이나텔레콤 등 뉴욕증시에서 주식예탁증서(ADR) 거래가 중지된 종목들도 홍콩증시에 상장된 H주는 저점대비 30%에 가까운 반등폭을 보였다.
21일도 홍콩 항셍지수는 장중 한때 3만포인트를 돌파하며 30135.5를 찍었다가 0.5% 하락한 29820.28로 거래되고 있다.
홍콩증시 상승에는 중국 투자자들의 홍콩증시 순매수가 큰 영향을 미쳤다. 중국 투자자들은 홍콩 증시가 바닥을 찍었다고 보는 분위기다. 똑같은 중국 기업이 발행해서 본토증시에 상장한 A주가 홍콩증시에 상장된 H주보다 약 30% 비싼 것도 매수이유다.
올해들어 지난 20일까지 중국 투자자들의 홍콩 증시 순매수 금액은 13거래일동안 2056억 홍콩달러(약 29조2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매수강도가 세다.
바이든 대통령 기간에도 미중 경쟁은 지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트럼프 재임기간보다 홍콩증시는 좋은 움직임을 보일 전망이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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