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공모 시장 관계자들은 최근 나타난 지난주(1월 11~15일) IPO(기업공개) 시장 결과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통상적으로 IPO 비수기인 1월 5건의 수요예측이 몰린 시장 상황도 흥미로운데 결과마저 예상을 뛰어넘었다. 5개 기업 모두 수요예측 경쟁률이 1000대 1을 넘었다. 공모 일정이 겹치며 투자 수요가 분산될 수 있다는 예상은 기우였다.
올해 첫 공모주 엔비티의 청약 경쟁률 신기록(4397.67대 1)에 이어 또 한 번 공모시장 투자 열기를 증명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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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핀테크 화장품 소부장 게임 모두 공모 흥행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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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시장에서 수요예측 경쟁률 1000대 1은 초대박의 기준이다. 요즘은 흔해졌지만 1000대 1의 경쟁률은 원래 쉽지 않다.
공모 일정이 겹칠 경우 더 그렇다. 한 예로 4개 기업이 잇따라 수요예측에 나선 2019년 12월 둘째주(9~13일), 2개 회사는 경쟁률 100대 1 미만으로 체면을 구겼다.
5개 기업의 동시다발적 흥행은 이례적이다. 시장에서도 “보기 드문 경우”라고 평가한다. 업종도 다양하다.
코로나19(COVID-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장품(선진뷰티사이언스), 코로나19 백신 보급으로 미래 성장 전망에 불확실성이 있는 마스크(씨앤투스성진), 벽돌깨기 등 아케이드 위주 모바일 게임(모비릭스) 모두 흥행 랠리에 동참했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솔루엠과 핀테크 핑거 역시 높은 인기를 실감했다.
삼성전기에서 분사한 전자부품 회사 솔루엠의 수요예측 경쟁률은 1167.55대 1이다. 코스피 IPO 역대 2번째 기록이다. 핑거의 수요예측 경쟁률은 1453.12대 1로, 국내 IPO 전체 시장 역대 2위 기록이다. 카카오게임즈(1478.53대 1) 다음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기관의 경우 수요예측 때 증거금을 내지 않지만 그렇다 해도 이 정도 흥행 열기는 매우 이례적”이라며 “지금 IPO 시장은 기업 분석을 떠나 무조건 물량을 많이 확보하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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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청약 열기도 폭발적…"차명계좌도 많을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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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공모주 엔비티는 처음으로 IPO 청약 경쟁률 4000대 1을 넘었다.
다음 주자인 선진뷰티사이언스의 청약 경쟁률은 1987.74대 1. 엔비티보다 낮지만 역대급 경쟁률이란 점은 같다.
20일까지 청약을 마감한 모비릭스와 씨앤투스성진도 많은 투자자가 몰렸다. 모비릭스 청약 경쟁률은 1000대 1을 훌쩍 넘고, 씨앤투스성진은 700대 1에 육박한다.
씨앤투스성진 청약 경쟁률이 비교적 낮아 보이지만, 공모 규모가 512억원에 달하는 중형급 IPO 딜(거래)인데다 처음으로 균등배정 방식이 적용된 공모주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또 선진뷰티사이언스, 모비릭스와 청약 일정이 겹친데다 수요예측에서 보다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핑거와 솔루엠이 오는 21일부터 공모 절차에 돌입하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낮은 경쟁률이 아니라 크게 흥행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최근 폭발적인 공모주 청약 열기의 배경은 유동성이다.
이달 들어 투자자예탁금이 72조원을 돌파하며 최고치를 경신할 정도로 주식시장 대기자금이 넘친다. 그동안 경험으로 공모주 투자가 비교적 안정적이란 인식이 확산된 점도 한몫했다.
올해부터 개인 배정 공모주에 대해 균등배정 방식이 도입되면서 차명계좌 이슈도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국내 증권사의 신규 계좌가 급증하고 있는데, 일부 공모주 투자를 위한 수요가 유입된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균등배정 방식에선 자금이 풍부한 개인 투자자의 경우 여러 계좌를 활용해 청약을 넣는 편이 공모주 물량 확보에 유리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균등배정이 일부 개인투자자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지만, 진짜 돈 많은 투자자는 배우자를 비롯한 가족, 친인척, 지인 등 계좌를 활용해 공모주 청약에 나설 것"이라며 "또 개인 배정 물량을 확대한 만큼 상장 이후 주가 변동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도윤 기자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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