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1 (토)

백신 접종 ‘빈부차’… “부국은 3900만회, 阿 기니는 25회 그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WHO, 부유국 백신 사재기 비판

“세계 파멸적 도덕적 실패 직전에

실패 대가, 극빈국들 삶·생계 위협”

美·英 등 부국들 연내 접종 마무리

빈국은 취약층조차 시작 못할 듯

과거 에이즈 때 치료제 입도선매

일일 사망자 8000명 넘게 증가 초래

WHO·中 늑장 대처 탓 세계 확산

세계일보

브라질 상파울루주 정부 산하 부탄탕 연구소의 중국 시노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생산라인에서 지난 14일(현지시간) 직원들이 막 나온 백신을 매만지고 있다. 상파울루=AFP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출현으로 더욱 가열된 부국들의 ‘백신 사재기’를 비판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18일(현지시간) 개막한 제148회 WHO 이사회에서 비교적 부유한 49개국에서는 지금껏 백신 3900만회분이 접종됐지만 “최빈국 중 한 곳에선 2500만회분도, 2만5000회분도 아닌 단 25회분만 투여됐다”면서 “세계가 ‘파멸적인 도덕적 실패’ 직전에 와 있으며, 실패의 대가는 극빈국 국민의 삶과 생계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와 관련해 “저소득 국가 중에서는 아프리카 기니가 유일하게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며 “지난주 대통령을 포함한 25명이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을 맞았다”고 전했다.

반면 지난달 8일 세계 최초로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은 백신 1회차분을 맞은 사람이 전날 기준으로 400만명을 돌파했으며, 속도를 더 높이기 위해 이달 말까지 런던에 24시간 백신 접종센터를 시범 도입할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그간 노인요양시설 입소자·직원과 의료진 등에게 접종 우선권을 줬던 프랑스에서는 이날부터 75세 이상 고령자 전원, 화학 치료를 받는 암 환자 등에게로 문호를 넓혔다. 통계 사이트 ‘아워 월드 인 데이터’에 따르면 1회차분이라도 백신을 맞은 인구 비율은 이스라엘(29.43%), 아랍에미리트(19.93%), 바레인(8.32%), 영국(6.65%) 순으로 높았다. 미국 접종률은 3.71%로 집계됐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백신 제약사와 부국 간 거래가 지난해 44건, 올해 들어 최소 12건 체결됐다면서 “부국들이 가격을 올려 코백스(Covax·국제 백신 공유 프로젝트)와 경쟁하고, 일부 제약사는 WHO에 자료를 제출하기보다 더 비싼 값에 백신을 팔 수 있는 부국에서 개별적으로 사용 승인을 받는 것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런 행동은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연장할 뿐”이라며 “부국들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를 수년간 입도선매하는 바람에 일일 사망자가 8000명 이상으로 증가했던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팬데믹 준비 및 대응을 위한 독립적 자문위원회’(IPPPR)도 이날 발표한 2차 보고서에서 “부국들은 올해 안에 백신 접종을 거의 마무리하겠지만, 빈국들은 취약계층에 대한 접종조차 시작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또 전 세계의 코로나19 부실 대처 원인으로 △느리고 복잡하고 우유부단했던 WHO 경보 시스템 △지난 수년간 준비해온 전염병 대비계획 미이행 △일관성이 부족했고 심지어 방해만 됐던 각국 정부 대응을 꼽았다.

세계일보

지난 14일(현지시간) 터키 수도 앙카라의 시립병원에서 의료진이 중국 제약사 시노백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앙카라=AFP연합뉴스


자문위는 “WHO가 왜 1월 말까지 기다렸다가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유행했을 때 (중국) 보건당국은 더 신속하고 단호한 조치를 해야 했다. 뒤이어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실수를 했다”고 지적했다.

IPPPR는 아울러 경제를 우선시하느라 방역을 소홀히 한 나라들은 오히려 경제 사정이 악화했다고 분석했다.

앞서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코로나19 대응을 검토할 자문위를 임명했다. 헬렌 클라크 전 뉴질랜드 총리와 엘런 존슨 설리프 전 라이베리아 대통령이 공동위원장을 맡아 지난해 첫 번째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