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일이 가까워지면서 개봉 박두한 대작 영화처럼 여권 안팎의 기대감과 함께 시장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다음 달 나올 주택 공급대책과 관련 그동안 언급했던 '특단의 대책'을 넘어 "국민 불안을 일거에 해소하자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면서 "저도 기대가 된다. 발표를 함께 기다려주시기 바란다"고 했습니다.
정부는 그간 3기 신도시는 물론 일부 그린벨트를 풀거나 호텔을 전세 주택으로 개조하는 아이디어까지 총동원해 서울에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대책을 내놨으나 시장 불안을 해소하지 못했고 새해 들어서도 집값 상승세는 지속되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서울 도심 주택 공급과 관련해 "공공 참여를 더욱 늘리고, 인센티브를 강화하며, 절차를 크게 단축하는 방식으로 공공 재개발, 역세권 개발, 신규택지의 과감한 개발 등을 통해 시장이 예상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공급을 특별하게 늘리겠다"면서 "공급이 부족하다는 국민들의 불안을 일거에 해소하자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지난 11일 신년사에서 "주거 안정을 위해 필요한 대책 마련을 주저하지 않겠다", "특별히 공급 확대에 역점을 두고,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주택공급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한 것에 비해 구체적이고 발언의 강도가 높습니다.
작년 아파트 가격과 전·월세 폭등의 진앙은 서울이었다. 강남권에서 시작된 가격 급등세가 강북으로 옮겨붙고, 수도권을 거쳐 전국 주요 도시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습니다. 넘치는 유동성에 공급 불안 심리가 겹치면서 수요자들을 영끌 패닉으로 몰아넣은 이런 흐름은 올해 들어서도 진행형입니다. 따라서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서울 집값, 특히 수요자들이 원하는 아파트 가격을 진정시키는 게 급선무입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최근 방송 대담에서 언급한 대로 공급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신규 건설을 통해 공급을 늘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주택자들이 물량을 내놓도록 해 화급한 주택 수요에 대응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다주택자들을 움직일 수 있는 유력한 방안으로 시장에서 원했던 양도세 인하는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불로소득을 용인할 수 없다며 퇴로를 차단하는 배수진을 친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안은 새로운 택지를 확보해 시장이 만족할만한 규모로 공급을 확실하게 늘리는 것 외엔 없습니다. 문 대통령이 기회 있을 때마다 '특단의 대책'을 언급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서울 지역 공급에 대한 문 대통령의 단호한 의지가 확인되면서 시장 일각에서는 그린벨트 해제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으나, 이는 정부의 정책 기조를 볼 때 가능성이 작다는 견해가 우세합니다.
일단 변창흠 장관의 기존 구상은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 주거지 등 저밀 개발된 지역에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공공 고밀개발을 통해 용적률 인센티브나 도시규제 완화 등 혜택을 줌으로써 도심 아파트 공급을 대폭 늘린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 공급 부족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전문가가 많습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 서울 시내에는 민간의 기존 주택지 외엔 빈 땅이 거의 없어 공급을 일시에 대거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재건축 규제, 개발 이익 환수 등의 기존 정책을 고수하거나 민간의 개발 참여를 유도하지 않는 공공 개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했습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지난 2019년과 작년은 각각 4만8천813가구와 4만9천32가구로 엇비슷했으나 올해엔 2만9천649가구, 내년엔 2만341가구로 확 줄어듭니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공급 물량 감소가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올해부터 분양물량은 많이 증가합니다. 작년 2만8천137가구에 그쳤던 아파트 분양은 올해 4만1천489가구, 내년엔 4만5천217가구로 늘어납니다. 서울시는 2020년부터 6년간 서울에 공급되는 아파트를 연평균 5만 가구 안팎으로 예상하지만 인허가, 분양가격 결정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절차가 늦어질 수 있어 계획대로 분양이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잠재적 서울 아파트 수요는 굉장히 많기 때문에 이를 완전히 충족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입주 아파트 기준으로 연간 최소한 3만 가구 이상이라도 꾸준히 계속 공급할 수 있다면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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