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 개봉 |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1995년 일본 한신(阪神) 대지진 당시 정신과 의사로 피해자를 돌보는 데 앞장섰던 재일동포 3세 고(故) 안 가쓰마사(安克昌)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이 1월 29일부터 순차적으로 일본 전역에서 상영된다.
1월 29일 도쿄와 간토(關東)·홋카이도(北海道)·도호쿠(東北) 지방에서 개봉하고 2월 12일부터는 고베(神戶)를 시작으로 간사히(關西)·나고야(名古屋)·후쿠오카(福岡) 등 서일본지역에서 상영돼 5월까지 일본 전체에서 공개된다.
일본 공영방송인 NHK는 지난해지진 25주년을 맞아 안 씨의 이야기를 소재로 드라마를 제작해 1∼2월 4회분으로 방송했다. 많은 공감을 얻으면서 드라마에 호평이 이어져 지난해 방송문화기금상 TV드라마부문 최우수상, 일본방송비평간담회의 월간 갤럭시상 등을 수상했고 이에 힘을 얻어 극장판 제작이 성사됐다.
영화제작위원회에는 안 씨의 친동생이었던 안 아키히로(成洋) 씨가 사무국장으로 참여했다. 116분 분량의 극장판에는 안 씨의 일생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드라마에서 미공개했던 장면들도 넣었다.
한신대지진은 1995년 1월 17일 오전 효고(兵庫)현 고베시를 비롯해 아와지시마(淡路島), 오사카(大阪) 등지에서 발생한 규모 7.3의 대지진으로 6천434명의 사망자와 4만3천여 명의 부상자를 내고 20여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가옥과 빌딩은 물론이고 도로·철도·통신시설 등 사회 기간시설도 파괴돼 1천400억 달러의 재산피해를 낸 대형참사로 기록됐다.
당시 고베대학 부속병원에 근무하던 안 씨는 본인도 다쳤지만 병원을 지키며 밀려드는 환자를 진료했고, 피난소 등을 돌면서 상담 등을 진행해 피해자들의 정신적 상처를 돌보는 봉사에도 앞장섰다.
그는 1년간 이어졌던 진료·봉사 활동을 담아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는 일-365일'이란 제목의 책을 발간해 제18회 산토리 학술상을 받기도 했다. 심적 외상 스트레스 장애(PTSD) 치료의 선구자로 불리는 그는 이후 고베 시립 서부 시민병원 정신과 과장으로 지내던 중 2000년 12월 간암으로 39세에 사망했다.
안 씨는 책에서 정신과 의사가 할 수 있는 일은 피해자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치유력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저서에서 밝히기도 했다.
15일 고베시에서 열린 영화 시사회에서 드라마를 기획하고 영화화를 주도한 교우타 미쓰히로(京田光廣) 씨는 "안 씨의 책에 기술된 내용을 중심으로 진료실·피난소·임시주택의 긴박한 상황,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달려온 의료진과 자원봉사자의 활동, 일본에서 소수인 재일동포로 살아가는 안 씨와 가족의 사랑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묘사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최근 긴급사태 조치까지 내려진 상황이라서 온라인 상영으로 전환할까 했지만 작품에 엑스트라로 참여했던 고베시의 수많은 시민과 극장 관계자 등이 영화관에서 상영해야 제대로 감동을 전해줄 수 있다고 응원해와 개봉을 결정했다"며 "가족애·부부애뿐만 아니라 안 씨의 훌륭한 인간애가 넘치는 영화"라고 밝혔다.
일본영화비평가대상 신인상을 받는 등 영화와 드라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에모토 타스쿠(柄本佑)가 주인공인 안 씨 역을 맡았고 재일동포 부인역은 오노 미치코(尾野眞千子)가 열연했다.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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