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는 분류인력 투입과 그에 따른 비용을 택배사가 전액 부담할 것, 야간배송 중단과 지연배송 허용, 택배 요금 정상화 등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간 쟁점이 됐던 사안들인데, 부분적으로는 해결 방안이 나와 추진되지만, 아직 현장 적용에 이르지 못한 것들과 시간이 더 걸리는 문제도 있을 것이다.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월 '택배기사 과로 방지 대책'을 통해 하루 작업시간 한도 설정, 주 5일 근무 확산 유도, 오후 10시 이후 심야배송 제한 권고 등을 추진키로 했다. 택배기사의 산재보험 가입 확대를 추진하는 방안도 발표했다. 택배사와 대리점의 갑질 등 불공정 관행 개선 대책도 내놨는데, 화주에게 지급하는 일종의 리베이트인 '백마진'을 금지하고 6년간 운송 위탁계약을 보장하는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는 내용 등은 법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정부 대책의 상당 부분은 당장 실효성을 담보하기보다는 장기적인 방향이 많아 여전히 많은 후속 과제를 안고 있다. '주 5일 근무제' 도입 방안 등이 대표적이다. 택배기사의 과중한 업무 부담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분류 작업에 대해서도 택배기사들은 본연의 업무가 아니라고 하지만, 택배사들은 배송 업무의 일부로 간주하는 등 간극이 여전해 보인다.
택배기사 인력 충원과 배송 수수료 인상 문제도 여러 이해관계가 얽히는 사안이라서 해법 도출이 간단치 않다. 이를테면 택배기사들은 배송 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데 작업시간을 단축하고 수수료를 그대로 두면 소득 감소가 불가피해진다. 누군가는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택배기사와 택배사 단체뿐 아니라 소비자 단체, 대형 화주, 국회, 정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를 출범시킨 이유다. 개선이 시급한 문제점은 서둘러 보완해 나가되 복잡한 사안을 풀려면 시간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워낙 장기간 누적, 고착된 문제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가능한 창의적인 노력도 요구된다. 우체국 소포 상자에 구멍을 내는 형태로 손잡이를 만들어 운송 작업을 더 수월하게 한 조치는 좋은 예다. 밀집 주거지 내 무인택배함 확대 설치 등 택배기사의 고충을 덜어줄 수 있는 조치와 아이디어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2009∼2019년 택배 산업 규모는 연평균 8.8%씩 성장했고, 지난해 택배 물동량은 약 33억 개로 전년 대비 18% 급증했다고 한다. 지난해 국민 1인당 약 63회 택배를 이용한 셈이다. 전자 상거래 활성화와 비대면 소비 급증으로 이런 추세는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택배노동 문제 대처는 사회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게 현실이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조속히 바로잡아 나가야 할 때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