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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건설업계, PF 옥석가리기에 긍정 평가…단기간 부실정리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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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사업장 수요 제한적 지적도…지방 소규모 아파트·비아파트 정리 많을듯

연합뉴스

부동산 PF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권혜진 기자 =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성 평가를 강화해 정상 사업장은 지원을 강화하고, 부실 사업장은 정리를 지원하는 내용의 정부의 PF 정책에 대해 건설업계는 일단 방향성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적지 않은 PF 사업장이 단기간에 정리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충격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특히 '옥석 가리기' 과정에서 대기업에 수혜가 집중되고, 중소규모 건설사 사업장이 부실 대상으로 지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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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개발사업 부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 "구체적 가이드라인으로 시장 불안 해소…옥석 가리기 신호탄"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 박정주 연구위원은 13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부동산 PF 시장 연착륙을 위한 금융당국의 평가기준 강화 방안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정리 대상이 되는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이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박 연구위원은 특히 모든 사업장에 대해 일시에 평가를 실시하는 것이 아닌, 만기 도래 시점에 따라 순차적으로 평가가 이뤄지도록 하고 평가 대상도 사업성이 떨어지는 브릿지론에 우선 집중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 연구위원은 "시장 참여자들이 최대한 자구 노력을 통해 손실을 스스로 흡수 노력을 기울이도록 여유를 줬다"고 밝혔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 박선구 연구위원은 "정부가 PF 연착륙을 위해 지속적으로 정책을 내놓는 자체가 좋은 신호"라고 평했다.

박 연구위원은 "부동산 PF 정상화를 위해 풀 것은 풀고, (사업성이) 괜찮은 것은 가져가겠다는 점에서 '옥석 가리기' 신호탄"이라며 고정비용이 낮은 건설업 특성상 업황 위기로 인한 결과가 수년 후에 나타난다는 점에서 현 시점에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주택건설업체 모임인 주택건설협회 관계자도 "업계가 연착륙 지원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는 점에서 방향성 자체는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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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건설현장(CG)
[연합뉴스TV 제공]



◇ "단기간 영향 불가피…부실 사업장 매입 수요 제한적"

다만 업계 전문가들은 새로운 사업성 평가 기준을 적용하면 적지 않은 사업장이 부실 처리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시장이 미칠 영향에 우려를 표했다. 부실 사업장을 매입할 수요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이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박정주 건산연 연구위원은 "부동산 시장 회복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적지 않은 사업장이 부실 처리될 것"이라며 "정부가 은행과 보험권의 신디케이트론, 한국토지주택공사(LH) 토지 매입,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부실채권 매입 등을 통해 9조1천억원을 지원한다는 안을 내놨지만, 브릿지론만 14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등 부실 사업장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어 시장 충격 흡수에 다소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박선구 건정연 연구위원은 "그동안 업계에선 부동산 PF 규모를 135조원 정도로 잡았는데 정부는 부동산 PF 대출과 위험 특성이 유사한 중소금융업권의 토지담보대출, 채무보증약정에 새마을금고까지 포함하면서 부동산 PF 규모를 230조원으로 산정했다"며 "연체율이 높은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 증권사, 새마을금고 등이 포함되면 연체율이 올라가게 돼 부동산 PF가 여전히 위험하다는 인식이 단기적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실 우려 사업장에 대한 경공매 추진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박선구 연구위원은 "토지 가격을 낮춰서 경공매를 추진한다고 해도 누가 사줄 것인지의 문제가 남아있다"며 "특히 사업성이 없는 곳은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지방 사업장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주택건설협회 관계자도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업장은 대부분 대기업 소유 아니겠느냐"며 "작은 건설사는 사업 하나 엎어지면 그동안 투입한 비용이 모두 매몰돼 버틸 수 없게 돼 중소 사업자는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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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재건축 현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 건설업계 "일률적인 등급 분류 우려"…시행사 논의 배제 불만도

건설업계는 부실 사업장 정리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제대로 된 '옥석가리기'가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했다.

금융회사가 융통성을 갖고 다양한 평가 지표를 고려하도록 했지만 결국에는 3∼4회 이상 브릿지론 만기를 연장했거나 6개월 이상 연체된 사업장처럼 수치화된 잣대를 들이대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특히 건설업계는 지난 2022∼2023년 금리 상승 여파로 브릿지론 만기를 3개월 단위로 최소 3회 이상 연장한 경우가 많았는데 일률적으로 악화 우려가 있는 '유의' 또는 '부실 우려' 등급으로 분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시행사 대표는 "브릿지론은 통상 1년 이내로 만기를 잡는데 금리 급등기에는 금융권은 이자를 높게 받기 위해, 시행사는 혹시 모를 인하 가능성에 대비해 3개월 단위로 만기를 짧게 가져가는 게 보통이었다"며 "만기 연장 횟수 등 획일적인 잣대를 평가 지표 중 하나로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시행업계는 이번 정부 대책에 대해 토지 매입과 인허가 등 실질적인 '원재료'를 공급하는 시행사를 논의 주체에서 배제한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건설업계는 이번 대책과 관련, 분양이 양호한 수도권의 아파트는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분양성이 떨어지는 지방 소규모 아파트 단지나 오피스텔, 생활형숙박시설, 지식산업센터 등 비아파트에서 정리되는 부실 사업장이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차원에서 건설업계는 부실 사업장 정리는 바람직하지만 우량 사업장까지 정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도록 제대로 된 사업성 평가와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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