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회 '아이보시 부임 보류' 요구
제소 등 요구에는 日 정부내 '신중론'
위안부 문제 국제사회 부각 우려한 듯
한국 법원이 지난 8일 위안부 피해자에게 1인당 1억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한 판결을 놓고 일본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집권 자민당 등 일각에선 ICJ 제소 등의 강경 대응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신중론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사진은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 세워져 있는 고(故) 배춘희 할머니와 세상을 떠난 위안부 할머니들의 흉상.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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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법원의 위안부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해 “국제법 위반”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던 일본 정부가 정작 ICJ(국제사법재판소) 제소 카드는 쉽사리 꺼내지 못하고 있다. 자칫 득보다 실이 커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일본 내부의 여론도 ‘신중론’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일본 교도통신은 위안부 판결에 대항하는 조치로 ICJ 제소를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신중한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14일 보도했다.
ICJ 제소는 일본 입장에선 '양날의 칼'이다. ▲한국이 ICJ 재판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재판이 진행된다 해도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는 데다 ▲재판 결과 역시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15년 한일 외교장관 합의를 통해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주장하는 일본 입장에선 잘해야 본전만 찾고 말 공산이 크다.
이와 관련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위안부 판결은 주권면제의 원칙을 배제했다는 점에서 국제법에 위배될 소지가 다분하다"면서도 "이에 맞서 ICJ 제소를 진행할 경우 위안부 문제가 다시 국제적 관심을 받는 상황을 초래해 일본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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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J 제소 부담에 日 정부 "상대할 필요 없어"
일본 집권 자민당에선 ICJ 제소 등 강경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일본 정부가 확답을 꺼리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지난 12일 자민당 외교부회에선 “한국 법원이 주권국가인 일본에 (배상을) 명령해 이를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ICJ 제소 등의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는 주장이 이어졌다. 하지만 일본 외무성은 “비상식적 판결을 상대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교도통신은 보도했다.
일본 측이 한국 법원의 재판권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며 항소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23일 0시에 판결은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여론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우회 압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아이보시 고이치(相星孝一) 신임 주한 일본대사의 부임이 연기되는 상황 역시 위안부 판결로 인한 '장외시위' 성격으로 풀이된다. 스가 요시히데 내각은 지난 8일 아이보시 대사의 임명을 각의에서 결정했지만 1주일 넘게 부임을 미루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 일본 자민당 외교부회는 15일 위안부 판결과 관련한 한국 정부의 대응을 촉구하고 아이보시 대사의 부임을 보류하자는 내용의 결의 문안을 제시했다고 일본 NHK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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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장급 협의서도 항의 계속될 듯
일본은 15일 이뤄진 한일 외교당국 국장급 화상 회의에서도 위안부 판결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일본 측 후나코시 다케히로 국장은 이번 판결이 주권면제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국 정부의 대응을 요구했다. 한국 외교부는 일본 측 항의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 내용은 공개하지 않은 채 “한국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일 양국 모두 2015년 위안부 합의를 '공식 합의'로 받아들인 상황에서 이와 결이 다른 사법부 판단으로 한국 정부가 외교적 딜레마 상황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교부의 이런 입장은 지난 8일 위안부 판결에 대해 “법원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2015년 12월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합의가 양국 정부의 공식 합의라는 점을 상기한다”고 발표한 공식 입장에도 녹아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법원 판결 이후 위안부 문제는 인도적 책임을 둘러싼 공방이 아닌 ‘법적 책임’을 인정할지의 문제가 된 상황”이라며 “한일 양국 간 추가 협의를 통해 기념관 건립 등 역사 화해를 이루는 식의 해결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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