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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동호회 첫 1억명 돌파… 진원지는 미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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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가수 방탄소년단의 신보를 사기 위해 서울 DDP 앞에 모여든 다국적 한류 팬들. /장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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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한류 팬이 사상 최초로 1억명을 돌파했다.

14일 한국국제교류재단이 발간한 ’2020 지구촌 한류현황'에 따르면, 전세계 98개국 한류 팬 숫자는 전년 대비 약 545만명 증가한 1억477만7808명으로 집계돼 2012년 조사 이래 처음 1억명을 넘겼다. 이는 98개국 재외공관을 통해 현지 한류 동호회 데이터를 합산한 수치다. 동호회에 가입하지 않은 개별 팬은 집계되지 않아, 사실상 한류 인구는 통계를 훌쩍 뛰어넘는다는 얘기가 된다.

한류 확산의 진원은 미국이었다. 그간 한류 거점이었던 아시아 지역은 감소한 반면, 미주 대륙 한류 팬은 1580만명으로 전년보다 약 365만명이 늘어나는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미국이 전년 대비 약 66만명 증가해 전체 한류 동호회원이 600만 명에 달하는 북미 최대 한류 강국이 됐다. 한류가 안착해 성장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의 한류 동호회는 소그룹 차원에서 벗어나, 동호회 당 평균 회원 10만명이 활동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춘 거대 집단으로 성장했다. 규모에 기반한 동호회 활동이 지난해 한국 가수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차트 1위 달성에도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내 방탄소년단 동호회들이 집계 순위 시스템을 분석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해 음원 판매량과 스트리밍 실적을 통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라디오 방송 횟수 점수를 보완하는 등의 조직적 단결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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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안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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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확산에는 유례없는 감염병이 한 몫 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온라인 활동을 통해 전세계에 포진한 1835개 한류 동호회의 활동이 더 체계화·전략화됐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K팝 동호회는 크게 네 가지 활동으로 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래 가사나 대사 등을 자국어로 바꿔 소개하는 ‘번역’, 뮤직비디오나 노래 가사에 담긴 의미를 설명하는 ‘해석’, 한류 콘텐츠를 소비하는 다양한 반응을 취합해 전달하는 ‘리액션 영상’, 케이팝 그룹의 의상이나 춤, 노래를 똑같이 보여주는 ‘커버댄스’다. 세계한류학회는 “이 같은 체계화된 움직임이 그간 한류의 최대 진입 장벽이었던 ‘한국어’를 수월하게 넘어가는 구름판 역할을 했다”며 “비대면 시대에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한류 동호회의 적극적인 활동이 팬덤의 열기를 증폭시키는 동시에 강한 소속감을 부여한다”고 분석했다.

아시아 지역 내 동호회 수와 동호인 수는 모두 하락했다. 2012년 조사 이래 처음이다. 특히 중국에서는 한한령(限韓令) 등으로 동호회원 수가 약 1000만명 줄어들었다. 최근 방탄소년단의 6·25전쟁 관련 “우리는 (한미) 양국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 발언을 빌미로 중국 내 대형 택배 업체들이 방탄소년단 관련 상품 배송을 거부하는 등의 소동이 일었다. 일련의 사건이 계속되며 기존 한류 팬들도 양국의 정치 관계에 민감해지고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 측은 “괄목할 성과에도 초기 한류의 전진기지였던 아시아 지역의 한류 성장 위축, 한류 팬이 러시아에 편중된 유럽 지역, 나치게 상업적이고 선정적인 한류와 맹목적인 한류 팬에 대한 반감 역시 관찰되는 만큼 실효성 있는 대책 수립이 요구된다”고 했다.

[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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