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 리뷰
댄스컴퍼니 명 ‘업사이클링 댄스’
‘업사이클링 댄스’ 한 장면(사진=댄스컴퍼니 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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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해리 한국춤문화원 이사장] 2010년 창단된 댄스컴퍼니 명은 안무가 최명현이 이끄는 무용단이다. 최명현은 사물의 본질, 인간의 존엄, 사회문제를 ‘춤의 사유성’, ‘춤의 존재성’으로 탐구해 온 안무가다. 남원의 한적한 전통공방에서 자란 최명현은 스트리트 댄서 출신이다. 대학 무용과의 졸업 작품을 유명 안무전에 출품해 최우수상을 받았고, 이후 각종 상을 휩쓸면서 유망 안무가로 떠올랐다. 그러나 자신의 연속 수상은 또래 안무가들에게 기회 박탈이라는 자각에서 안무 작업을 중단하고 인천의 재개발 골목으로 스며들어 사회 약자층에 봉사하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인천과 서울의 소극장을 오가며 고독한 춤 실험을 지속했고, 선후배들의 작업에 무용수와 스태프로 참여하며 생존했다. 개념, 춤, 무대공간을 하나의 유기체로 조립하고픈 열망에 영상과 사운드아트 그리고 조명 기술과 무대장치술까지 터득해갔다. 그렇게 10년을 보냈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 만에 최명현은 춤으로 개념예술과 설치예술을 구현해내는 동시대 안무가로 자리 잡았다.
‘업사이클링 댄스’ 한 장면(사진=댄스컴퍼니 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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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컴퍼니 명 10주년 기념 공연 ‘동행’(2020년 8월 13∼16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최명현은 자신의 대표작 ‘마음소리’, ‘사물과 인간사이’, ‘업사이클링 댄스’ 그리고 자신의 안무세계에 영향을 준 스승 미나유의 ‘로미오+줄리엣’과 신뢰하는 동료 안무가 박성율의 ‘사물의 본질’을 올렸다.
‘동행’에서 무용평단이 주목했던 작품은 피날레였던 ‘업사이클링 댄스’였다. 이 작품은 현재 인류가 맞닥뜨린 코로나19 전염병 대유행을 떠올리게 하며 기후 위기와 환경오염에 대해 경각심을 줬다. 최명현은 이 작품을 통해 풍요로운 사회 속에서 인간의 비윤리적 소비행태와 환경파괴가 초래할 기후 위기를 풍자하며, 우리의 의식과 행동에 변화가 필요함을 설파했다. 2019년에 이 작품을 초연하며 최명현은 “앞으로 일어날 인식의 변화로 인한 제한된 의·식·주”의 세계를 예측했다. 무대 위에 잔뜩 쌓인 쓰레기 더미에서 들려오는 신음, 그 쓰레기 더미 안을 감시하는 사람, 패션쇼의 런웨이를 걸어 나온 커플들이 무표정하게 음식을 소비하는 모습, 우산과 비옷, 잠수경 등을 기후 위기 대비 상품으로 조립해 홈쇼핑으로 광고하는 장면 등 그가 불과 1년 전에 예측했던 세계가 갑자기 현실로 돼버린 초현실적 상황에서 인류의 과오를 되새기는 춤 장면에서 관객들은 전율을 느꼈을 것이다. 또 한편 비문명자처럼 무대 위를 거닐던 최명현이 갑자기 로켓 추진체를 타고 우주로 떠나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가 연출한 진지한 풍자성은 너무나 자연스러워 마치 무기교의 기교를 보는 듯 흥미로웠다.
‘업사이클링 댄스’ 한 장면(사진=댄스컴퍼니 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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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 앞서 최명현은 환경 변화, 윤리적 소비, 기후 변화, 인류 변화 등을 주제로 전시회 ‘저장된 30일’과 ‘플라스틱’, ‘몸꽃’, ‘리사이클 라이프’를 공연한 바 있다. 일종의 사전 리서치 작업이었다. ‘업사이클링 댄스’는 그간의 리서치 작업을 엮고 움직임, 연기, 사운드아트, 무대장치, 소품 등 그가 10년간 집적한 모든 창작력을 동원해 조립한 역작이다. 거기에 최명현과 그의 ‘친구들’(이병진 외 9명)의 빼어난 열연이 더해져 ‘업사이클링 댄스’는 이 시대를 상징하는 명작으로 재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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