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역대급 베팅으로 증시 대들보로 부상한 개인투자자(동학개미)들이 이번엔 기관투자자와 맞붙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시 팬데믹에서 외국인들이 내던진 매도 폭탄을 싹쓸이하며 오히려 'V'자 반등을 이뤘던 개미들이 이번에는 기관 물량을 소화할 수 있을 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일대비 22.34포인트(0.71%) 오른 3148.29에 장을 끝냈다. 전일 기록한 0.71%(3125.95) 하락폭을 그대로 회복했다. 지난 6일 사상 처음으로 3000포인트 고지를 밟은 지수는 연일 고점 행진을 이어가다 최근에는 3100 박스권에서 머물고 있다. 코스피 3000시대의 주역으로 꼽히는 동학개미가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기관의 매도 물량도 만만치 않다.
개인들은 이날에도 매수세를 이어갔다. 1687억원으로 기세가 다소 꺾이긴 했으나 올해 들어서만 8조7000억원을 사들이는 등 압도적인 수준이다. 반면 기관은 지난 7일(1조원 순매수)을 제외하고 올해 내내 물량을 쏟아냈다. 기관이 매도 금액만 9조원에 달한다. 기관이 팔면 개인들이 그대로 받아내는 형국이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개인은 팬데믹 충격 시점부터 적극 매수에 나서 이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이며 기록적 순매수 랠리를 이어가는 등 국내 증시 주도 세력으로 자리 잡았다"며 "다른 자산 대비 주식의 상대 매력이 높아진 것도 매수 유인으로 작용해 결국 올해도 개인들의 주도 가능성이 높아 지수 하단을 더욱 견고히 만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해 3월 역대급 패닉장에서 코스피는 1439.43까지 주저앉았으나 오히려 급락장에서 구원투수로 나선 동학개미는 지난해 한해에만 코스피 시장에서 47조 5000억원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기관은 25조 5000억원, 외국인은 24조 6000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이번 코스피 조정장이 '동학개미의 2차전'이라고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변동장은 시장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에 대한 시각의 차이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기관 투자자들은 현재 시장의 단기 과열에 대한 부담으로 신중한 수급전략을 내세운 것"이라며 "기업이익과 경제 펀더멘털 뿐 아니라 유동성 규모 대비로 봐도 현재 증시는 부담스러운 위치인데다 미국 국채 10년 금리가 지난주 1%대로 올라선 이후 상승세 지속한 것이 주효한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시 급등 이후 숨고르기 과정 속에서 이달 말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증시대기자금이 쌓여있는 만큼 개인들의 매수세는 커져가는 동안 기관을 비롯한 다른 수급 주체들은 보수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안 연구원은 "저금리와 완화정책에 의한 증시 부양 효과가 컸던 만큼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규모를 축소하며 시중 유동성 조절에 나서는 것)에 나선다면 시장을 뒷받침한 재료들은 부정적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규리 매경닷컴 기자 wizkim61@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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