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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 (목)

[권혁재의 사람사진] 82년생 배우 오유미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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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권혁재의 사람사진 / 배우 오유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저는 82년생 배우 오유미입니다.

5년 차 배우인데 제 프로필 사진을 찍어 주실 수 있는지요?’

지난해 말 이런 내용의 이메일이 왔다.

메일로 판단하건대 마흔에 경력 5년 차니 꽤 늦깎이 배우였다.

게다가 매니저 없이 홀로 동분서주하는 듯하여 사연을 그에게 물었다.

“신혼 초에 남편이 사업 실패했습니다. 부부 신용불량자가 되었습니다.

아이 둘을 키우기 위해선 어떻게든 살아야겠다 싶었습니다.

중고 물품을 7000원에 내놓고 애 둘을 데리고 10㎞를 가기도 했죠.

애들 키우려면 단돈 몇천 원이라도 매일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스파게티 가게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심지어 식당이라 식사를 공짜로 준다 하니 더할 나위 없었습니다.

이러던 차에 제 여동생이 생뚱맞은 제안을 했습니다.

아줌마 대상 미스코리아 대회가 있다는데 나가보지 않겠냐고….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대회 참가했는데 짝퉁대회였습니다.

실망하던 터에 한 두시간 제품 들고 사진 찍는 일을 참가자가 알려줬습니다.

일당이 10만~20만원이라니 솔깃했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촬영 아르바이트가 한 두 건씩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제 사진들이 돌고 돌아 급하게 펑크난 드라마 단역 대타까지 요청 왔습니다.

지난 5년간 드라마 40회, 광고 30~40회, 영화 11회 출연했습니다.

더 비중 있는 역을 하려 성형도 해봤지만 예쁜 거로는 안된다는 걸 알았죠.

제 모습 그대로, 포토샵 없는 사진으로 배역에 도전하려고 연락 드린 겁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단역 배우에겐 이루 말할 수 없이 힘든 시기다.

배우도 일을 따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일일 근로자니 쉬울 리 없다.

힘든 날 지난 후 다가올 기회를 위해 오늘도 ‘가갸거겨고교구규그기’

뱃심으로 연습 중인 82년생 배우 오유미,

그가 꿈을 말했다.

“저도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는 배우가 될 겁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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