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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VIEW POINT] 기업규제 3법·정치 혼란…韓 CEO만 경영에 전념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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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세계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전시회인 CES 2021에서는 한국 업체가 선보인 TV 신제품 유튜브 동영상 조회 수가 1600만회를 넘을 정도로 주인공 자리를 한국 기업이 차지했다.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으로 열리고 있지만 작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을 때 한국 기업 부스는 세계에서 몰려든 참관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고, 그들은 압도적인 제품·기술력에 탄성을 자아냈다. 우리 기업이 주인공인 CES를 몇 년간 취재할 기회를 얻으면서 '이런 기업이 더 많이 나오고 세계 시장에서 오랫동안 주인공 대접을 받아야 할 텐데, 한국이 그런 환경을 갖춰나가고 있을까' 하는 물음을 떠올리곤 했다.

최근 한·중·일 경영자 290명(한국 106명·일본 84명·중국 100명)을 대상으로 했던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하며, 당시 의문이 다시 떠올랐다. 기업이 처한 불안 요인을 묻는 질문에 일본·중국 경영자의 머릿속에는 가장 큰 요소로 코로나19와 미·중 무역갈등이 들어 있는데, 한국 기업인은 코로나19 다음으로 과도한 규제와 정치·정책 혼란을 꼽았기 때문이다. 작년에 기업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개정안·금융그룹감독법)'이 통과되는 등 규제가 확대되고 올해도 그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한국 경영자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혼란은 여야·좌우로 대립된 국내 정치 현실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규제를 꼽은 경영자가 한국 41명, 일본 2명인 점을 비교하면 우리 기업인을 누르고 있는 무게를 가늠해볼 수 있다.

중·일 기업이 세계적 문제인 코로나19와 미·중 무역분쟁 영향을 줄이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은 이 변수 외에도 규제·정치 혼란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

시장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때때로 규제가 필요할 수 있지만 기업이 코로나19, 미·중 무역분쟁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지금이 과연 적당한 시점인지, 그 규제들이 적합한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위기 때 어떤 준비를 했는지가 위기 후 경쟁력으로 연결된다. 지금과 같은 엄중한 시기에 우리가 무엇을 했는지에 따라 몇 년 후 한국 산업은 위상·경쟁력이 달라질 것이다.

[도쿄 = 김규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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