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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사설] 한전공대, 전력기금까지 끌어당겨 운영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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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전공대 운영에 전력산업기반기금을 끌어다 쓸 수 있는 길을 터줘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전력기금 사용 범위를 명시한 전기사업법 시행령 제34조 제4호를 '전력산업 전문인력 양성'에서 '전력산업 관련 융·복합 분야 전문인력의 양성 및 관리'로 개정하고 12일 공포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9년부터 한전공대 운영 비용을 전력기금으로 충당하는 방안을 추진해 '전력기금이 쌈짓돈이냐'는 비판이 제기됐는데 결국 시행령을 고쳐 한전공대에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전력기금은 매달 국민과 기업이 내는 전기요금에 3.7%씩을 추가로 걷어 적립하는 돈이다. 사실상 '준조세'인데 충분한 논의도 없이 한전공대 운영에 쓰는 것은 수익자 부담 원칙에 어긋날 뿐 아니라 기금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전기사업법에 법적 근거를 둔 전력기금은 전력산업의 발전과 기반 조성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2001년 설치됐다. 2019년 말 기준 4조300억원이 적립됐다. 정부는 지난해 7월 한국수력원자력의 탈원전으로 인한 손실을 전력기금을 활용해 보전해주기로 방침을 정해 논란이 됐다.

한전공대는 대선 공약이지만 과연 설립이 필요한지 의문이다. 한전공대 설립에는 2021년까지 투자비 5200억여 원, 특화연구소 확장 비용까지 합하면 2031년까지 총 1조6000억원이 필요하다. 연간 운영비는 641억원이 소요된다. 한국전력의 경영 악화로 재원 확보가 힘들어지자 정부가 전력기금에서 충당하도록 한 것이다. 에너지 특성화 대학을 목표로 내세우지만 나주 인근 GIST뿐 아니라 DGIST, UNIST 등 특성화 대학은 이미 많다. 더구나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감소해 대학 신설보다는 구조조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지난해 4월 한전공대 학교법인 설립을 허가하며 밀어붙였다. 차기 대선 직전인 2022년 3월 개교 예정이다 보니 '선거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경영 악화를 호소하며 전력기금 요율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력기금을 털어 한전공대에 쓴다면 국민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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