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1을 주최한 CTA가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올해는 증강현실(AR) 기술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은 미국 산업용 AR 스마트글라스 제조기업 VUZIX가 CES 2021에서 선보인 `M4000`제품. [사진 제공 = VUZI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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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아이의 자율주행 테스트 차량이 미국 디트로이트 시내에서 운전자 조작 없이 달리고 있는 모습. 모빌아이는 2022년까지 텔아비브를 비롯한 세계 3개 주요 도시에서 `로보택시`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제공 = 모빌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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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로봇과 드론, 자율주행차에 대한 인간의 거부감이 크게 줄어들었다. 어쩌면 올해가 지능을 가진 로봇에 대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한 해가 될 지 모른다." (스티브 쾨닉 CTA 부사장)
올해 CES에서 가장 화두가 되는 기술영역은 무엇일까? 지난해 CES에서는 '사물지능'(Intelligence of Things)라는 용어가 화두로 떠올랐었다. '사물지능'이란 '사물인터넷'에서 진화한 용어로, 작은 기계 하나 하나에 인공지능이 들어가는 현상을 의미한다. 실제로 CES2020에서는 인공지능이 들어간 개밥그릇, 허리띠 등이 전시되는 등 사물 곳곳에 인공지능이 포함되는 미래가 전시됐다. 그렇다면 올해 CES에서는 그와 버금가는 확연한 트렌드가 있을까? 매일경제신문은 실제 기술을 가지고 비즈니스를 만드는 현업에 종사하는 벤처투자자들과 기술기반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CES의 주요 기술트렌드 발표내용을 요약해서 전달한 다음 의견을 구했다. 그랬더니, 공통된 답이 한 가지 등장했다. 이를 간단한 용어로 정리해 보면 '로봇패러다임'이라는 말로 요약해 볼 수 있었다. 이번 CES 발표 및 전시내용을 돌아보니, 과거와 달리 로보택시, 로봇배송, 로봇돌봄 서비스 처럼 인간 삶에 실제 도움이 되는 로봇 기술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때보다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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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든 거부감, 늘어난 기술
기술기반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하는 엑셀러레이터인 블루포인트 파트너스의 황희철 본부장는 "지난 20년간 서비스 로봇 시장에서 큰 성공사례가 없었지만 CES의 발표를 보고 나니 이제는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기술적 진보 뿐만 아니라 코로나 이후 사람들이 로봇에 익숙해 지게 되면서 지능을 가진 기계들에 대한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한 해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CTA는 이날 코로나 이후 조사대상의 1/4 이상이 기계를 활용한 배송을 좋아하게 됐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인공지능이나 로봇 등의 시장확대를 억제하는 것은 생소한 인터페이스 때문이었다고 본다"며 "그런데 이제 그에 대한 인식전환이 이뤄진 만큼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배달로봇, 공장자동화로봇, 컨퍼런스로봇, 소방방제감시로봇, 안내로봇 등에서 유니콘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황희철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본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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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번 CES 전시장에서는 학교 등 공공장소를 자외선으로 살균하는 로봇 등과 같이 인간 친화적 로봇들이 등장됐다. 또한 노인들의 고독감을 덜어주는 교감형 로봇(PARO), 희귀병을 앓고 있는 환자를 위해 '가상 나들이'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AV1)등도 출전했다. 2019년에 이어 2021년 두 차례 CES에 출전한 휴머노이드 스타트업 '만드로'의 이상호 대표는 "2019년에는 가전외 영역에서 로봇이 쓰는 것을 보기 어려웠다"면서 "하지만 올해는 배송 로봇, 서비스 로봇, 휴머노이드 등 다양한 로봇이 등장해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만드로' 역시 올해 모션센서 등을 장착해 사람이 움직이는 팔동작을 그대로 구현하는 의수를 전시했다.
의수 휴머노이드 스타트업 '만드로'의 이상호 대표 |
여기에 관련 기술 또한 무르익었다. 5G가 올해부터 본격 도입되기 시작했고, 인공지능이 실제 적용가능한 수준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CEO는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미국의 배송회사 UPS가 5G를 사용해 물품배송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을 소개했다.
식당에서 자율주행으로 음식을 서빙하는 로봇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를 창업한 하정우 대표는 "5G 모바일 인공지능 등이 합쳐지면서 로봇 시장에 흥미로운 도전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며 "다만, 수천 수만대 수준의 대형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로봇 제품 시장을 찾을 수 있느냐가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맞고, 인공지능 로봇을 만들 수 있는 기술적 여건도 갖춰진 것이 맞지만, 문제는 시장에서 원하는 단가를 맞출 수 있을만큼 대량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시장을 찾기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는 "로봇이 더 많이 쓰이기 위해서는 다품종 소량생산을 위한 공정기술의 해법이 수반되어야 한다"며 "이런 점에서 한국은 소량을 고품질로 생산할 수 있는 제조업 기반이 뛰어나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정우 베어로보틱스 대표 |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 데이터를 제공
로봇이 이처럼 만들어지고 난 다음에는 로봇이 이동하면서 수집한 데이터를 통해 더 정교한 인공지능이 만들어 진다. 비로소 '로봇패러다임'이 형성되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인공지능 스타트업 몰로코를 창업한 안익진 대표는 "CTA의 보고서를 보고 로봇, 드론, 모빌리티 등이 상당히 진전되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지금은 사람에게서 나오는 데이터만으로 인공지능이 학습을 하는 시기인데, 앞으로 자율주행차나 드론, 로봇 등에서 수많은 데이터들이 뿜어져 나오게 되면 인공지능 기술은 더욱 더 조망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등 기업에서 인공지능 기술 사용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리콘밸리의 전설적 VC인 안데르센호로위츠의 벤 호로위츠 창업자 역시 최근 자사 블로그를 통해 "기존의 소프트웨어가 하던 일을 인공지능이 보조 또는 대체하게 되면서 기업 단위에서 인공지능의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익진 몰로코 대표 |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하는 네이버 D2 스타트업팩토리(D2SF)의 양상환 리더도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집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번 CES의 기술전망 세션에서) 다양한 기술 키워드가 언급이 되었지만 핵심 하나만을 꼽으라면 인공지능"이라며 "로봇, 모빌리티, 디지털 헬스케어, 증강현실, 5G, 전자상거래 할 것 없이 발표에서 언급된 모든 세부 트렌드는 예외없이 하나로 수렴되는데, 그건 바로 유사 이래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폭발하는 데이터"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코로나 이전의 과거를 기반으로 학습되고 모델링된 결과물을 누가 빨리 깨뜨리고, 새로운 의사결정 모델을 수립, 적용하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양상환 네이버 D2SF 리더 |
◆ 또 하나의 뜨거운 화두 '디지털 헬스케어'
이밖에도 이번 CES에서는 코로나 판데믹으로 인해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화두가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CES 최고혁신상을 받은 한국 스타트업 M2S의 이태휘 대표는 "올해 CES 최고혁신상 선정과정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분야가 디지털 헬스케어"라며 "그만큼 코로나 19 이후 관심이 급증했으며 전통 의료시장은 가상현실과 원격을 통한 진료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CES에서도 필립스 뿐만 아니라 보쉬, 옴론 같은 기업들이 새로운 원격의료 관련 진단기기들을 발표하기도 했다. CES 최고혁신상을 받은 M2S 또한 가상현실로 안과검사를 하는 기술을 제공하고 있으며 비대면 시대에 국내 정부 병원 뿐만 아니라 중동 등에도 시범공급 중이다. 그는 "모바일·IT 기술 급성장으로 이미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거대한 흐름은 막을 수 없게 됐다고 본다"며 "공상과학 영화처럼 사람을 스캔하고 건강을 진단하고 원격 진료와 치료까지 이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나아가 '디지털 치료제' 시장의 가능성도 엿봐야 한다고 했다. 게임이나 콘텐츠를 이용한 치료를 말한다. 실제로 M2S의 경우 환자가 VR 기기를 쓰고 콘텐츠를 보면서 눈 근육을 움직이게 되는데, 이 과정을 치료로 발전시키면 눈 근육 재활 치료가 된다.
블루포인트 파트너스의 황희철 본부장도 "의료시장에 아직도 비효율적인 부분이 남아있었는데, ICT기술이 대거 접목되면서 원격의료시장뿐만 아니라 홈의료기기, 헬스케어 등에 대한 시장발전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 비대면경제, ESG 관련기술, 블록체인 등도 주목
황 본부장는 또 비대면 환경에서 벌어지는 각종 원격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트렌드도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이 강제적인 재택근무를 하면서, 인터페이스 환경에 완전히 적응했고 여기서 더 효율적인 면을 발견하기도 했다"며 "학생들도 학교나 학원으로 이동하는 시간절약과 물리적 피곤함 없이 온라인러닝이 더 효과적임을 발견했고, 그 결과 코로나이후에도 재택근무나 온라인러닝을 더 현장처럼 만들어 줄 수 있는 기술들이 도입될 것이다"고 말했다. 홀로그램, 가상현실, 실감사운드 등과 같은 기술이 여기에 속한다. 그는 또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이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지구환경, 지속가능성, 보건 등과 같은 이슈들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트렌드도 유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양상환 네이버 D2 스타트업팩토리(D2SF) 리더도 소상공인 자영업 등과 같은 경제의 허리를 받쳐줄 수 있는 기술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 어느때 보다 기술 도입과 적용이 빨라진 시대라는 것은 그만큼 얼리 어답터와 기술 부적응자간 격차가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특히 코로나 직후 대부분의 소상공인들이 2개월 미만의 현금 보유고를 가질 정도로 재정적으로 취약하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동일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취약한 이들 소상공인의 충격을 완화해 주는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이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양 리더은 또 블록체인에 대해 이번 CES에서 상대적으로 조망이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메가 기술 트렌드의 공통점은, 사람들간의 단절, 리모트 상황이 고착화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오히려 이를 더 가속화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 오랫동안 인간 사회가 만들어온 신뢰 메커니즘을 스킨쉽과 소통이 매우 제한적인 상태에서 재구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운을 뗐다. 여기에 블록체인이 활약할 수 있는 큰 공간이 생길 것이라는게 그의 생각이다. 양 리더은 "거래의 투명성, 가상세계에서의 경제생활, 이질적인 플랫폼의 연결 등 그동안 암호화폐에 가려져왔던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입증할 수 있는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상덕 기자 / 이종혁 기자 /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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