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주축의 습격 사건 대응
BLM 시위 땐 ‘수백명’ 대조
인종차별 논란으로 번져
흑인 여성 조네타 엘지는 지난 6일(현지시간) 워싱턴 의사당 습격장면을 보며 분노했다. 폭도들이 잘 빠져나갈 수 있도록 경찰들이 문을 열어주고 계단을 내려올 때 손을 잡아주는 것을 보며 그는 흑인인권 시위가 벌어질 때마다 목격한 경찰들의 폭력적인 대응을 떠올렸다. 흑인 시위에서는 유모차를 끄는 여성을 총으로 위협하는 경찰도 있었다. 시위가 시작되면 거리엔 빠르게 최루가스가 퍼졌다. 엘지는 뉴욕타임스에 “이번엔 최루가스를 구하기가 영 힘들었나봐요”라고 말했다.
의사당 습격사건 이후 경찰의 대응이 새로운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주로 백인들이 참가한 이날 폭동에 대한 경찰의 대응이 흑인인권 시위 때와 극명하게 대조됐기 때문이다.
인터넷 언론 복스는 “상·하원 합동 회의를 중단시킨 폭동 이후 경찰이 워싱턴에서 붙잡은 사람은 단 69명에 불과하다”며 “지난해 흑인인권 시위 때 5월30일~6월27일까지 427명을 체포한 것과 비교된다”고 보도했다. 또 “6일 오후 6시 통금이 실시됐지만 많은 극단주의자들이 시내를 배회했다”고 보도했다. 의회 경찰이 워싱턴 경찰이나 주방위군에 지원요청을 신속하게 하지 않은 점과 자체 경비인력만 2000명이 넘는데도 의사당이 쉽게 뚫린 것 역시 경찰들이 시위대를 지나치게 관대하게 봤다는 증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심지어 경찰들의 묵인이 사태를 키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11일 익명의 의회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의회 난동을 부적절하게 지원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다수의 경찰이 직무정지됐고 12명 이상이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흑인인권운동단체인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블랙라이브스매터)’는 성명을 통해 “시위대가 흑인이었다면 최루탄을 맞고 폭행을 당하고 아마도 총에 맞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도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손녀로부터 이 폭도들이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 시위대였다면 다른 대접을 받았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받았다”며 경찰 대응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자도 “두 개의 정의가 있다”고 비판했다. 전 퍼스트 레이디인 미셸 오바마는 “이번 폭동과 지난여름 평화적인 시위에 대한 대응 차이를 보는 것이 고통스럽다”고 밝히기도 했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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