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전환 위해 첨단무기 도입 필요
한미 연합훈련 통한 검증 절차도 필수
김정은 두 가지 콕 집어 "우리 경고 외면"
전작권 전환을 위한 두 가지 핵심 조건이 ①각종 첨단무기를 확보해 전쟁 억제력을 강화하고 ②한·미 연합훈련을 통해 전작권 전환의 조건 충족 여부를 검증하는 것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이 둘을 콕 집어 중단을 요구하는 바람에 북한이 전작권 전환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난 9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노동당 8차 대회에서 이뤄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사업총화 보고 내용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보고에서 대남, 대미 메시지를 표출하며 앞으로 추진할 대외 전략의 구상을 공개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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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에 따르면 북한은 당대회 결산 보고에 해당하는 '사업총화 보고'를 지난 5일부터 사흘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남조선 당국은 첨단 군사장비 반입과 미국과의 합동 군사 연습을 중지해야 한다는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를 계속 외면하고 있다"며 "조선반도의 평화와 군사적 안정을 보장하는 데 대한 북남 합의 이행에 역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겨냥해 "세계 최대 수준의 탄두 중량을 갖춘 탄도미사일을 개발했다느니 하던 집권자가 직접 한 발언들부터 설명해야 할 것"이라며 "계속되는 첨단 공격장비 반입 목적과 본심을 설득력 있게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23일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해 "세계 최대 수준의 탄두 중량을 갖춘 탄도미사일을 개발했다”며 관계자들을 치하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이 미사일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군 안팎에선 현무-4로 받아들였다. 사거리 800㎞에 탄두 중량이 2t 이상인 현무-4는 지하 100m 시설까지 파괴할 수 있는 '벙커버스터'로 유사시 북한 수뇌부를 정밀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외에도 군은 북한의 방공망을 뚫을 수 있는 F-35 스텔스 전투기를 미국에서 추가 도입하기로 결정하는 등 첨단 무기 확충을 서두르고 있다. 이에 따른 국방예산 규모도 해마다 불어나 2020년대 중반께에는 일본 방위비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할 정도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23일 대전 유성구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해 창설 50주년 격려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최첨단 무기와 군사 장비를 시찰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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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국방력 강화 로드맵은 전작권 조기 전환 목표와 맞닿아 있다는 게 군 안팎의 시각이다. 익명을 원한 군 고위 관계자는 "미국과 전작권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우리 군의 독자적인 대북 억지 능력인 만큼 이를 증명할 전력 확보를 서두를 수밖에 없다"며 "북한이 이번 당 대회에서 예고한 것처럼 전술핵을 개발하는 등 위협 수위가 고조되면 첨단 무기 확보가 더욱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한·미 연합훈련의 경우 한국군이 전작권을 전환할 '실력'을 갖췄는지를 확인하는 또 다른 검증 기준인 만큼 정부가 목표로 삼는 내년 5월까지 정부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하려면 연합훈련 재개가 시급하다.
군 안팎에선 3단계 검증 평가 가운데 지난해 미룬 2단계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올 상반기에 진행해야 하반기에 마지막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까지 마칠 수 있다고 본다.
2019년 12월 19일 주한미군 23화학대대 소속 501 중대와 한국군 수도기계화사단 소속 장병들이 지난해 경기도 의정부시 소재 미군기지 캠프 스탠리 지하시설에서 북한 생화학무기 기지에 침투해 시설을 접수하는 모의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주한미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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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북한이 남북관계 파행을 빌미로 연합훈련 중단을 선제적으로 요구한 만큼 정부가 어떤 태도를 보일지가 관건이 됐다. 이와 관련, 한 정부 소식통은 "미국의 동의 없이 전작권 전환이 불가능한 데도, 정부 일각에선 연합훈련을 통한 실질적인 검증 없이 모양새만 갖춰 우리 스스로 능력 평가를 선언하자는 비현실적인 주장까지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북한의 압박에 과도하게 대응하면 오히려 말린다는 지적도 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이번 당 대회에서 미국에는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면 한·미를 따로 떼놓는 '갈라치기' 식의 대남 전술로 보인다"면서 "북한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전략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을 역이용해 남북군사합의 상 공동위원회 개최를 제안하는 등 상황을 반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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