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관련 이미지.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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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 이상의 교사가 아동학대 의심사례를 보거나 듣지만, 신고를 행동으로 옮기는 이들은 다섯 명 중 한 명에 그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신고했다가 오히려 교사가 부모에게 괴롭힘을 당하거나 아동의 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신고를 망설이는 경우가 많았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유치원과 초·중·고교, 특수학교 교사를 상대로 설문한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응답 교사 800명 중 318명(39.8%)이 학대 의심사례를 본 적이 있다고 했다. 근무하는 학교에서 학대 사건이 있었다는 응답도 209명(26.1%)에 달했다. 하지만 신고를 한 건 154명(19.3%)에 그쳤다. 60.1%(466명)가 아동학대 신고를 망설였다.
교사 66% ‘아동학대 목격’, 신고는 19%뿐.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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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동학대 신고 망설이는 교사들, 이야기 들어보니
“경찰이 가정방문을 했지만 별 조치없이 끝났고 아동은 보복으로 더 큰 학대를 받았습니다. 두 번째 신고 후엔 아이가 저에게 ‘우리 가족에 관심갖지 말아달라’ 하는데 미안함과 속상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신고 후 아이는 양육자와 잠시 분리됐다 가정으로 돌아갔습니다. 신고자만 가정을 잠시 분열시켰던 나쁜 사람이 되더라고요.”
“옆 반 선생님이 아동학대 신고 후 해당 어머니에게 저녁마다 전화가 와 시달리는 걸 봤습니다. 교장·교감·복지사 등 누구의 도움도 얻지 못했고 혼자 견디다 다음 해에 학교를 옮기더라고요.”
“왜 신고를 했냐며 학교로 칼 들고 쫓아오고…. 담임 뿐 아니라 학교 교직원 모두가 힘들었어요.”
(실천교육교사모임 설문조사에 응한 교사들이 밝힌 사례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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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 후 보복 학대 당한 아동도…학대 확인 어려워
교사들은 ‘신고 후 아동의 상황이 더 나빠질까 봐(33.8%)’, ‘아동 학대 여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서(32.5%)’ 신고를 망설인다고 답했다. ‘양육자의 위협(14.1%)’을 걱정하는 교사도 적지 않았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전국 76곳의 학대 피해 아동 쉼터 수용 가능 인원이 1000명이 조금 넘는 상황에서 피해 아동을 인근의 쉼터로 옮기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잠시 분리될 뿐, 대개 가정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교사들이 무력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설문에 응한 교사들은 “내가 괜히 부모와 아이를 갈라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드는 경우도 많다”거나 “신고 후 아이에게 왜 그런 말을 밖에서 하고 다니냐며 더 많이 학대하고 때리는 부모도 있었다”고 말했다.
교사 60% ‘신고 망설여’.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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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했더니 "담임이 가정불화 일으켰다" 공격받아
교사들이 목격한 학대 유형은 신체학대(37%)뿐 아니라 방임·유기(32%)나 정서학대(16%)도 많지만 확인이 더 어렵다. 아이가 제시간에 자도록 관리하지 않거나 밥을 제때 먹이지 않고, 동거인과 아이 앞에서 애정행각을 하는 식의 학대는 신체에 흔적이 남지 않는다. 한 교사는 “아동이 머릿니가 가득해 방임으로 보고 신고했는데, 관련 기관에선 영양 상태가 좋고 신체학대가 없어 학대가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인 교사는 의료·복지기관 종사자보다 가해·피해자와의 관계를 신경 쓸 수밖에 없다. 가해자로 지목된 부모가 '신고자가 담임교사 아니면 보건교사'라고 쉽게 추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설문에서 “담임이 아이를 꼬드겨 가정불화를 일으켰다고 거꾸로 공격을 당했다”, “학부모가 학교에 찾아와 책상 던지고 신고한 XX 나오라고 난동을 부렸다”, “부모가 소송을 진행했고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결국 신고자가 노출됐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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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 교사 보호책 절실…비대면 시대 학대 파악 대책도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 양이 안치된 경기도 양평군 안데르센 공원묘원.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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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에선 교사에게 신고 의무와 미신고시 처벌(과태료·징계)만 강조해서는 신고 활성화가 어렵다고 지적한다. 김동석 한국교총 교권복지본부장은 “교사는 제자의 상처에 한 번 울고, 신고 후에는 보복을 당하지 않을까 불안감에 두 번 운다”며 “아동학대 신고자가 보복당하지 않도록 하고, 수사기관은 어떠한 경우라도 학부모에게 수사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등의 보호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현직 중학교 교사인 박정현 한국교육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후 비대면 수업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 부소장은 “수업이나 급우 관계를 통해 학대 징후를 파악하곤 했는데 비대면 수업 이후로는 이런 것이 불가능해졌다”며 “온라인 상담만으론 부족하고 코로나 이후 학대 의심 징후 파악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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