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이 9일 일본 정부의 위안부 피해자 배상 책임을 인정한 한국 법원 판결을 놓고 전화 회담을 했다. 통화에서 강 장관은 "냉정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고, 모테기 외상은 "매우 유감"이라면서 "비상식적 판결"이라고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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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에 따르면 강 장관은 이날 모테기 외상의 요청으로 약 20분간 통화하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판결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모테기 외상은 현재 중남미·아프리카 순방 일정 중으로 현재 브라질에 있다. 한국 법원 판결에 항의하기 위해 순방 중 브라질에서 강 장관에게 전화를 건 것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강 장관은 모테기 외상에게 우리 정부가 이미 밝힌 입장을 설명하고, 일본 측에 "과도한 반응을 자제해달라"고 주문했다. 앞서 외교부는 전날 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정부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기 위하여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해 나갈 것"이라며 "정부는 2015년 12월 한일 정부간 위안부 합의가 양국 정부의 공식 합의라는 점을 상기한다"고 했다.
모테기 외상은 강 장관에게 해당 판결이 국제법 위반으로 "매우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교도통신은 모테기 외상이 "(한국 법원이) 국제법상의 주권면제(국가면제) 원칙을 부정하고, 원고의 주장을 인정한 판결을 일본 정부로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또 모테기 외상은 1965년의 한일청구권협정과 2015년의 한일 간 '위안부 합의'를 언급하면서 "위안부 문제는 한일 양국 정부 사이에서 '최종적, 불가역적인 해결'을 확인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모테기 외무상은 강 장관과 통화 뒤 일본 기자들의 온라인 취재에 응했다. 그는 "국제법상이나 2국 간 관계로도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비정상 사태가 발생했다"며 "일한 양국은 (이미) 매우 심각한 관계였지만 이번 판결로 (관계가) 급속히 악화할 우려가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상식으로 말하면 생각할 수 없는 판결이 나온 것"이라며 "모든 선택지를 염두에 두고 의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 눈사람이 놓여져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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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정곤 부장판사)는 전날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에게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 소송에 대해 일본 정부는 '한 국가의 법원이 다른 국가를 소송 당사자로 삼아 재판할 수 없다'는 주권면제 원칙을 내세워 소장도 접수하지 않았다. 또 이 원칙에 따라 한국의 재판권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항소도 하지 않을 방침이다.
외교부는 전날 "한일 양국 간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협력이 계속될 수 있도록 제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혀 이번 판결로 한일관계가 악화하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박소정 기자(so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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