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한국 법원이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한일 관계에 적지 않은 파급 효과를 미칠 전망이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1인당 1억 원을 배상하라는 8일 법원 판결에 대해 외교부는 "판결이 외교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여 한일 양국간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협력이 계속될 수 있도록 제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대변인 논평을 통해 "정부는 2015년 12월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합의가 양국 정부의 공식 합의라는 점을 상기"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외교부의 이러한 입장은 판결 이후 한일 관계 악화가 예상되는 만큼, 일정 수준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고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내 일본 기업의 자산 압류 가능성이 있는 강제동원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에 대해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하며 강하게 반발했던 일본 정부가, 정부 자산 압류까지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놓은 이번 판결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외무성은 판결 직후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도쿄 지요다(千代田)구에 있는 외무성 청사로 초치해 항의의 뜻을 전달하는 등 즉각적인 반박 의사를 보였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도 정례기자회견에서 "이런 판결이 나온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위안부 문제는 2015년 한일 합의에서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는 게 한일 양 정부 간에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 최영삼 외교부 신임대변인이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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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고령의 피해 당사자들과 위안부 피해자 지원 시민단체들은 법원 판결에 일제히 환영 입장을 밝힌 가운데, 일본 정부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면서 국내 여론과 한일관계를 동시에 관리해야 할 외교부의 고민은 적지 않다.
외교부는 "정부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기 위하여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5년 체결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지는 않지만,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해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반성을 이끌어내는 쪽으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특히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존엄 회복 및 보상 문제는 정부가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위안부 합의가 유효하다는 일본의 주장을 일정 부분 수용하면서 이 사안에 대한 협상의 여지를 열어두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일본 정부가 재판 결과에 수긍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데다 '일본의 법적 책임 인정'이라는 피해자들의 요청을 우회할 수단도 별로 없어 악화된 한일관계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정부의 고민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앞서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정곤 부장판사)는 고(故) 배춘희 할머니를 비롯한 12명의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들에게 1인당 1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국 법원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판결이 확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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