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주권 면제론’ 불구 일본 책임 전향적 인정
김강원 변호사, “형평성 생각할 때 충분히 가능한 결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처음으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은 8일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에게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우리나라 법원에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여러 건 있으나, 이 중 판결이 선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할머니 측 소송대리인인 김강원 변호사가 재판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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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8일 일제 강점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일본 정부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오자, 소송을 대리한 김강원 변호사는 “감개가 무량하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그간 당했던 것에 대한 최초의 판결이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분쟁 7년 6개월여 만이다.
김 변호사는 이날 고(故) 배춘희 씨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낸 소송의 1심 선고 직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취재진들과 만나 이같이 소감을 전했다. 다만 실제 일본 정부가 배상금을 지급할지에 관해서는 “강제 집행이 가능한 재산이 있는지 좀 더 별도로 검토해야 할 사항이라서 지금 즉답은 조금 힘들다”고 덧붙였다.
향후 집행 절차에 있어 우리 정부와 협의할 계획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엔 “원고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고 피고는 일본국(日本國)이다. 한국 정부와 논리 필연적으로 협의해야 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사건에서는 과연 우리 법원에서 일본 정부를 소송 당사자로 인정할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국제관습법상 국가는 다른 나라에서 소송 당사자가 될 수 없다는 주권면제론 때문이다. 김 변호사도 “과연 일본국을 상대로 주권면제를 넘어서고, 오늘 같은 판결을 선고받을 수 있을 것인지가 제일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재판부가 ‘페리니 판결’을 언급하자 “충분히 가능하다고 봤다”는 설명이다. 페리니 판결이란 지난 2004년 이탈리아 전쟁포로 출신 루이지 페리니가 독일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배상 소송에서 이탈리아 대법원이 독일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다. 김 변호사는 “나치 독일군들의 인권 탄압보다 더 했으면 더 했지, 덜 하지 않은 것이 바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인권탄압”이라며 “형평성 있게 생각해본다면 충분히 가능하리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패소한 일본은 항소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측은 이번 소송이 주권면제 사안이므로 항소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의 입장만 전달하는 선에서 향후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현장에는 ‘일본 TBS’, ‘테레비 도쿄’ 등을 비롯해 프랑스 AFP 등 외신들 역시 큰 관심을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변호사와 함께 법원을 찾은 김대월 나눔의집 학예실장, 이나영 정의기역연대 이사장은 김 변호사의 발언 직후 재판부의 원고 승소 판결을 환영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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