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성철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이 정식 재판에 회부된 지 약 5년 만에 1심에서 승소한 8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 목도리가 둘러져 있다. 2021.1.8/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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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을 한국 법원이 8일 내리며 한일관계가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됐다. 강제징용 판결 후 평행선을 좁히지 못해 온 한일간 간극이 더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정곤 부장판사)는 이날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에게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 2016년 1월 사건이 재판에 회부된 지 5년 만이다.
이날 판결은 국내 법원에 제기된 복수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중 나온 첫 판결로, 사법부가 일본 위안부 피해자 인권을 인정해줬다는 의미를 갖는다. 일본 정부가 한국 재판에 따르지 않는다는 의미로 항소를 하지 않기로 해 이 판결이 사실상 최종심이다. 피해자들은 앞서 일본 법원과 미국 연방 대법원에도 제소했지만 국제법상 한 국가 법원이 다른 국가를 재판할 수 없다는 '주권면제 원칙'을 이유로 기각됐다.
그러나 이미 2018년 한국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책임을 판결한 뒤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관계는 해법을 찾기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특히 이번 판결은 여러 면에서 강제징용 배상판결 보다 풀기 어려운 문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피해자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게 '일본의 법적 책임 인정'인 만큼 우회로를 찾기 어려운데다,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달리 피고가 일본 기업이 아닌 일본 정부다. 강제징용 배상판결을 이행하지 않은 일본 기업들의 한국 내 자산 압류 후 매각 절차가 진행되고 있듯, 일본 정부가 판결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이론상 한국 내 일본 정부 자산 압류·매각 절차 개시가 가능하다.
양기호 성공회대학교 교수는 "이번 판결은 강제징용 판결 보다 더 답이 없는 어려운 문제"라며 "1965년 청구권협정이 양국간 관계의 기본이었지만 국내법적으로 사실상 붕괴가 된 셈이기 때문에 청구권 협정을 기본으로 해 온 양국관계와 현재 상황간 갭을 극복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도쿄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가토 가쓰노부 일본 후생노동상이 25일 (현지시간) 도쿄에서 코로나 19 관련 기회견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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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판결 직후 남관표 주일한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하고 유감을 표했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기자회견에서 "이런 판결이 나온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가토 장관은 "한국이 국제법 위반을 시정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강구할 것을 강하게 요구한다"고 했다. 일본 정부가 주권면제를 이유로 사건이 각하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으며, 이번 판결이 국제법상 주권면제 원칙을 부정한 것이란게 일본 정부의 주장이다.
또 그는 "위안부 문제를 포함해 한일 간 재산 및 청구권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 경제협력협정으로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며 "또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2015년 한일 합의에 있어서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는 게 한일 양 정부 간에 확인됐다"고 했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 한국 정부는 2005년 민간합동 조사위에서 '위안부·사할린·원폭 피해는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모든 청구권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해결됐다'는 주장을 고수해 온 일본과 대치해 온 것이다.
그러다가 2015년 12월 박근혜 정부 당시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10억 엔을 출연하는 대신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한다'는 내용을 담은 위안부 합의가 한일간 이뤄졌다.
당시 아베 신조 총리는 합의 직후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법적 책임은 1965년 한일협정으로 이미 끝난 문제"라며, 이 합의에 '일본의 법적 책임 인정'이란 피해자들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첫 해인 2017년 "2015년 한·일 양국 정부 간 위안부 협상은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중대한 흠결이 있었음이 확인됐다”며 위안부 합의가 "피해 당사자와 국민이 배제된 정치적 합의였다"고 했다.
권다희 , 김주동 기자 dawn2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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