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가로서 국제법 위반 시정 위해 적절한 조치하라"
일본 정부는 8일 한국 법원에서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온 것을 수용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다만 항소는 하지 않을 방침이다. '주권 면제' 원칙에 따라 일본 정부가 한국의 재판권에 복종하는 것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처음으로 승소했다. 이날 할머니 측 소송대리인인 김강원 변호사가 공판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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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판결'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런 판결이 나온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이 재판에 대해 국제법상 '주권 면제' 원칙이 적용돼 사건이 각하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가토 장관은 이날도 이번 판결이 국제법상 주권 면제 원칙을 부정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그는 "한국이 국가로서 국제법 위반을 시정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강구할 것을 강하게 요구한다"고 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낸 다른 소송은 오는 13일 선고가 예정돼 있는데, 가토 장관은 이 소송도 주권 면제 원칙에 따라 각하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권 면제는 주권 국가는 타국 법정에서 재판받을 수 없다는 원칙이다.
이런 차원에서 일본 정부는 항소하지 않을 방침이다. 가토 장관은 "국제법의 '주권면제' 원칙에서 일본 정부가 한국 측 재판권에 복종하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항소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가토 관방장관은 "한국과 일본 사이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됐으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경우 2015년 한일 외교장관 합의에서 '최종적이며 불가역적인 해결'이 일한 양국 정부 사이에서 확인도 됐다"고 했다.
가토 관방장관은 이날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외무성 사무차관이 남관표 주일본 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이런 일본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강하게 항의했다고 밝혔다. 외무성 역시 이번 판결을 결코 인정할 수 없으며 한국 정부가 국제법 위반을 시정하는 적절한 조치를 하도록 강하게 요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정곤 부장판사)는 이날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에게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 판결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처음으로 승소한 것이다.
위안부 피해자인 배춘희 할머니 등은 2013년 8월 일제강점기에 폭력을 사용하거나 속이는 방식으로 위안부를 차출한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각 위자료 1억원씩을 청구하는 조정 신청을 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 소송이 헤이그송달협약 13조 '자국의 안보 또는 주권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주권 면제' 원칙을 내세워 소장 접수 자체를 거부했다.
이 사건은 2016년 1월28일 정식 재판으로 넘어갔고, 지난해 4월 소송제기 약 4년 만에 첫 재판이 열렸다. 법원은 공시송달을 통해 직권으로 일본 정부에 소장을 전달했다.
손덕호 기자(hueyduc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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