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까지 몰린 위안부 배상 판결… "나치보다 위안부 인권 탄압이 더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 측 소송대리인인 김강원 변호사가 공판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8일 승소했다. 재판이 시작된 지 약 5년 만에 나온 결과다.

재판이 열린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법원은 수많은 취재진이 몰려 북적였다. 한파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직접 법원을 찾지는 않았지만, 수많은 취재진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일본 매체를 비롯해 외신 기자들도 여럿 눈에 띄기도 했다. 이날 판결은 한국 법원에서 진행 중인 일본국 상대 위안부 손해배상 소송 중 가장 먼저 나온 판결인 만큼 여론의 주목도가 높았다.

오전 10시가 넘어서 할머니들의 승소 사실이 전해졌고, 잠시 뒤 할머니 소송대리인이었던 김강원 변호사가 법원 2층으로 내려와 브리핑을 진행했다. 김 변호사는 조금 상기된 얼굴로 이탈리아 페리니 사건을 언급하며 승소를 예상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페리니 사건은 2004년 이탈리아 대법원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로 끌려가 강제노역한 루이제 페리니(Luigi Ferini)가 독일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주권면제 예외라고 판단해 독일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다.

김 변호사는 "2011년 우리나라 헌법재판소에서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에 대한 판단이 있었다. 나치 독일군의 인권탄압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것이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인권탄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본인들이 스스로 문명국가라 자부하는 일본이 1945년 패망된 이후 아직까지 반인도적이고 반문명적인 걸 해결조차 안하지 않았냐"라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그동안 당했던 것에 대한 최초의 판결이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른바 강제징용 사건이 1965년 한·일수교로 해결됐다고 보는 의견이 있는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문제는 당시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며 "당연히 손해배상 청구에 대한 배상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개인적인 소회도 밝혔다. 그는 "정말 감개무량하다"며 "할머니들이 부디 건강히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기자들이 일본국과 일본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김 변호사는 미소를 띈 채 "오늘 판결로 가름하겠다"고만 했다.

김민우 기자(minsich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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