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법원, 일본 정부에 “위안부 피해 배상하라” 첫 판결 (종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피해자 12명 낸 소송에서 1인당 1억원 지급 판결

향후 유사 소송에도 영향…외교 문제 비화될 듯

헤럴드경제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연합]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점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우리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향후 유사 사건에 영향이 미치는 것은 물론, 집행 과정에서 외교 마찰도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부장 김정곤)는 8일 고(故) 배춘희 씨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판결이 확정되면 일본 정부는 피해자 1인당 1억원씩 총 12억원을 배상해야 한다.“일제 강점기 위안부는 불법행위… 재판 당사자 인정” 이번 재판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일본에서 주장하는 국가면제의 인정여부였다. 국가면제는 국가가 행한 행위는 다른 나라에서 재판의 피고로 서는 것이 면제된다는 국제사회 관습법이다. 국가면제가 받아들여지면 원고 측 주장이 형식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에 해당돼 재판부는 내용에 대한 판단 없이 소송을 각하한다.

하지만 재판부는 일본이 불법행위를 저지른 만큼 소송 당사자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국가면제는 합법행위일 때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위안부 사안에 일본 업자가 관여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본 정부의 행위를 합법적인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불법 행위가 계획적, 조직적으로 자행된 반 인도적 행위여서 국제 강행규범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상상하기 힘든 극심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 시달렸는데도 일본으로부터 국제적 사과를 받지 못했다”며 “위자료는 청구한 1억 원 이상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해 청구를 모두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에서 위안부 손해배상에 관한 부분은 다뤄지지 않았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협정으로 인해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분쟁 8년만에 첫 결론… 소송 당사자 12명 중 5명만 생존 이번 판결은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 정부의 불법행위에 대해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소송 중 우리법원이 내린 첫 판단이다. 과거 일본에 의한 강제징용노동자들이 신일철주금 등 전범기업들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사건과 달리 일본 정부가 그 상대방인 만큼 그 결과가 향후 한일관계에도 더 큰 파장을 나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결과가 더욱 주목됐다.

사건은 피해자들이 2013년 일본정부를 상대로 1인당 1억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조정을 신청하며 시작됐다. 민사조정은 정식재판을 거치지 않고 법원에 설치된 조정위원회가 주도해 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하는 제도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조정 절차에 응하지 않았고, 2016년 1월 정식 재판이 시작됐다.

피해자들은 일제강점기에 폭력 또는 속임수를 이용해 위안부로 차출한 일본의 불법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을 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소송에 응하지 않아, 관련 서류를 피고 측에 전달하는 송달 문제로 소송을 낸지 약 4년만인 지난해 초 변론이 시작됐다. 그 사이 소송을 낸 12명의 피해자 상당수가 운명을 달리해 현재 생존자는 5명 뿐이다.13일에도 위안부 사건 판결 예정, 실제 집행까지는 난항 예상 이번 판단은 다른 비슷한 소송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같은 법원 민사15부도 위안부 피해자 사건을 심리 중이고, 13일 선고 예정이다. 여기서도 재판부는 원고 측에 “이 사건은 국가면제라는 장벽이 있다”며 “국가면제 이론을 극복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주장을 준비해 달라”고 했다. 일본 외무부는 앞서 ‘국가면제 원칙에 따라 소송이 각하돼야 한다’는 입장을 한국 정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일본의 이같은 ‘면책 논리’에 반박하기 위해 피해자 측 대리인은 지난 재판에서 2011년 대한민국 헌법재판소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배상청구권에 관한 한일 분쟁에서 정부가 구체적인 노력을 다하지 않은 것은 피해자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결정한 것을 근거로 들기도 했다.

일본 정부의 이러한 태도를 비춰볼 때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실제 배상을 받는 데 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국내가 아닌 일본에 강제집행을 하기 위해서는 외교적 마찰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sang@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