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도라에몽, 도널드 덕, 미키 마우스, 이웃집 토토로 등 1980~90년대를 지나온 세대들에게 익숙한 만화 캐릭터들이다. 코로나 사태로 지친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즐거웠던 향수를 선물한다.
올해 초 구찌가 발매한 구찌X도라에몽 캡슐 컬렉션. 사진 구찌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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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만원 가방에 찍힌 만화
지난 2일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구찌가 일본 인기 캐릭터 ‘도라에몽’을 새긴 신발과 가방, 의류를 냈다. 구찌의 상징인 ‘GG’ 모노그램 패턴에 도라에몽 캐릭터가 올라간 모습이 코믹하면서도 귀여워 화제다. 도라에몽은 1969년 일본의 만화가 후지코 F. 후지오가 만든 어린이 공상과학 만화 캐릭터다. 22세기에서 온 고양이 로봇이라는 설정으로 많은 마니아를 거느리고 있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이 깜찍한 개틱터는 200만원 상당의 클래식한 명품 가방 위에 눕고 뛰고, 입맛을 다시기도 하며 천연덕스럽게 자리한다. 구찌 도라에몽 캡슐 컬렉션(작은 규모로 자주 발표하는 컬렉션)은 한국에 정식 발매되진 않지만, 구찌 글로벌 웹사이트에서 만날 수 있다. 지난해 12월에도 구찌는 디즈니 캐릭터인 도널드 덕을 새겨 넣은 토트백 등을 발매했었다. 가방부터 핸드폰 케이스까지 유쾌한 모습의 도널드 덕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클래식한 명품 가방 위에 유쾌한 모습의 도라에몽이 자리했다. 사진 구찌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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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가죽 브랜드 로에베는 둥실둥실 귀여운 캐릭터 ‘토토로’를 택했다.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제작 업체 ‘스튜디오 지브리’가 1988년 발표한 만화영화 ‘이웃집 토토로’의 주요 캐릭터로, 친절한 숲의 정령으로 등장한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대표 인기 캐릭터인 토토로는 아름다운 자연과 동심의 세계를 상징하는 문화적 아이콘이기도 하다.
로에베가 지난 5일 공개한 2021 봄여름 시즌 캡슐 컬렉션에는 토토로와 그의 친구들이 핸드 프린트돼 있는 가죽 재킷과 티셔츠, 스웨트셔츠, 가죽 가방, 가죽 액세서리 등이 포함되어 있다. 로에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나단 앤더슨은 “인류에게 자연의 중요성은 오늘날 모두의 마음속에 있다”며 “환상의 프리즘을 통해 들여다 볼 수 있는 자연과의 조화가 이 컬렉션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스페인 가죽 브랜드 로에베는 숲의 정령 토토로를 소환, 자연과 동심의 세계를 그려냈다. 사진 로에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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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를 상징하는 디즈니 캐릭터는 패션 브랜드의 러브콜을 한 몸에 받는 인기 캐릭터다. 지난해 12월 뉴욕 패션 브랜드 ‘코치’도 ‘디즈니 미키마우스 X 키스해링 컬렉션’을 공개했다. 일러스트레이터 키스 해링이 1980년대에 그린 미키마우스가 강조된 가죽 가방, 재킷 등이 포함된 컬렉션으로 ‘모두를 위한 예술’을 상징한다.
일러스트레이터 키스 해링이 그린 미키마우스를 담은 코치의 가방. 사진 코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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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캐릭터를 소환하는 건 패션 브랜드만이 아니다. 스위스 고급 시계브랜드 오메가도 무려 1000만 원대의 시계에 친숙한 만화 캐릭터 ‘스누피’를 새겨 넣었다. 1970년에 미국의 나사(NASA)가 오메가에 수여한 ‘실버 스누피 어워드’의 50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10월 출시된 시계다. 실버 스누피 어워드는 우주 계획 중에서 특히 큰 공적을 올린 회사나 그룹에 대해서 나사가 수여하는 명예상이다. 스누피는 1950년대 미국에서 탄생한 만화 ‘피너츠’의 주요 캐릭터로 따뜻한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덕분에 나사의 안전 프로그램을 상징하는 마스코트로 채택됐다.
스위스 시계 브랜드 오메가는 스누피를 새겨 넣은 시계를 발매했다. 사진 오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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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층 노리는 럭셔리
만화 캐릭터가 패션 업계의 디자인 소재가 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친숙하면서도 귀여운 캐릭터를 통해 호감을 사는 것은 물론 주목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명품 브랜드들은 연초에 주로 중국 및 동아시아 지역의 음력 설 대목을 겨냥해 다양한 캐릭터 상품을 내놓는다. 만화 캐릭터나 작가와의 협업으로 한정판을 출시해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쥐의 해를 맞아 디즈니의 미키 마우스 캐릭터를 담은 패션 제품이 다양하게 출시된 바 있다.
하지만 최근엔 이런 캐릭터 패션의 영역이 티셔츠나 스웨트셔츠 등 주로 진입 장벽이 낮은 저가 아이템 위주가 아닌, 명품 시계나 가방·주얼리 등 고가의 럭셔리 제품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한두 개 주력 제품만이 아니라 40~50개가 넘는 전체 컬렉션 제품 모두에 캐릭터를 새기는 등 보다 과감해진 것도 특징이다.
로에베의 가죽 가방에 그려진 토토로 캐릭터. 사진 디자이너 조나단 앤더슨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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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엔 1980년대와 90년대 유년시절을 보낸 지금의 밀레니얼·Z세대가 공감할만한 추억의 캐릭터가 주로 소환됐다. 주요 소비 주체로 떠오른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했다는 얘기다. 트렌드 분석가 이향은 성신여대 서비스디자인공학과 교수는 “과거엔 역사와 장인정신을 강조하는 등 무겁게 분위기를 잡았던 럭셔리 브랜드가 친숙한 만화 캐릭터를 활용해 한층 가볍고 유쾌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며 “진지하기보다 가볍고 쿨한 것을 선호하는 요즘 MZ세대의 입맛에 맞춰 젊어지려는 노력이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또한 추억 속 만화 캐릭터를 활용해 ‘향수’를 자극하려는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이는 코로나 블루 등 우울한 사회 분위기를 의식한 행보이기도 하다. 모두가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캐릭터를 담은 패션으로 힐링 효과를 노린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추억의 캐릭터는 과거 회상 효과가 있다”며 “현실이 힘들수록 치열하지 않았던 유년 시절 혹은 과거를 상징하는 캐릭터에 편안함을 느끼고 이를 통해 위로받으려는 심리를 파고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추억의 만화 캐릭터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존재다. 디즈니X구찌 도널드 덕 스니커즈. 사진 구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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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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