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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

`정인이 사건` 여론 뭇매에…고개숙인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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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김창룡 경찰청장(사진)이 결국 정인 양 사망과 관련해 학대 부모와 아이를 분리 조치하지 않은 것에 대해 사과했다. 그간 세 차례에 걸쳐 신고받고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고, 분리 조치도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결국 경찰은 서울양천경찰서장을 직위해제하고 김 청장이 직접 사과했다.

6일 김 청장은 배포한 사과문에서 "학대 피해를 당한 어린아이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은 사죄 말씀을 드린다"며 "초동 대응과 수사 과정에서 미흡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경찰 최고책임자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고개를 숙였다.

경찰은 사과문과 함께 뒤늦은 대책을 내놨다. 먼저 국민의 생명·안전, 특히 사회적 약자와 관련된 사건은 앞으로 일선 서장이 직접 보고받고 지휘하도록 할 예정이다. 또 경찰청에 아동학대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학대 혐의자의 정신병력이나 알코올 중독과 피해 아동의 과거 진료 기록을 반드시 확인하도록 수사 지침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경찰은 청장의 사과문 발표를 놓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후 2시께 양천서장 대기발령 조치와 경찰청장의 사과문 발표가 예고됐다. 오후 2시 30분께 김 청장이 직접 내려와서 사과문을 읽겠다는 뜻을 전달했지만, 오후 3시 갑자기 경찰청장 브리핑이 취소됐다. 이에 대해 경찰은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음을 감안해달라"고만 해명했다.

그동안 정인 양 사망 이후 양천경찰서 측 초동 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정인 양은 지난해 2월 입양됐다. 이후 지난해 5·6·9월 세 차례 학대 신고가 이뤄졌지만 경찰은 학대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정인 양과 입양 부모를 분리 조치하지 않았다. 결국 정인 양은 지난해 10월 13일 사망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실은 양천서의 부실 조치와 관련해 시민감찰위원회 심의를 진행했다. 심의 결과 3차 신고 사건 처리 담당자인 팀장 등 3명과 학대 예방경찰관(APO) 2명 등 총 5명이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1·2차 신고를 처리한 수사관과 관리자인 여성청소년과장과 계장은 경징계 처분을 받았다.

해당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신혁재)에는 입양 부모에게 엄벌을 내려달라는 진정서·탄원서가 쏟아지고 있다. 남부지법 관계자는 "진정서 접수 건수가 직원이 시스템에 일일이 입력하기 어려운 정도에 달했다"며 "이제부터는 전산 입력을 하지 않고 기록에 바로 편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법원은 유무죄 판단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어 증거를 다 보고 유무죄를 판단하기 전까지 진정서를 보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들에 대한 첫 재판은 오는 13일 열린다.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가 진행되며 여론이 악화되자 정부와 정치권은 부랴부랴 아동학대 대책을 내놓고 있다. 6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장관이 된다면 아동인권보호를 위한 특별 기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국회는 감독기관 처벌을 강화하는 등 관련법 개정안을 40개 이상 발의한 상태다. 지난 5일 정부도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예비 양부모 자격 검증을 강화하는 등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인 양이 사망한 지 약 3개월이 지나서야 늦장 대책이 나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감독 기관에 대한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입양특례법 제25조에 따르면 입양이 이뤄진 후에도 담당 기관은 입양 아동 상태를 관찰하고 1년간 사후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홀트아동복지회는 정인 양 입양 이후 학대 의심 신고를 받고 몇 차례 가정 방문을 통해 학대 사실을 파악했지만 학대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희석 기자 /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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