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주 딜라이브 대표(왼쪽)와 김태율 CMB 대표이사. |
케이블TV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딜라이브와 CMB가 표류하고 있다. 현재 KT스카이라이프와 기업 결합 심사를 받고 있는 현대HCN의 뒤를 이어 빠르게 새 주인을 찾으려고 했으나 올해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6일 유료방송 업계에 따르면, 딜라이브와 CMB 모두 지난해 KT와 매각 관련 논의를 진행했으나 최종 협상까지 이르지 못했다.
딜라이브는 수년 전부터 매각을 추진 중이지만 유료방송 합산규제 논란 등에 휩싸여 타이밍을 놓쳤다.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몸값이 떨어지고, M&A 시장에서 매력도도 낮아졌다. 과거에도 지금도 KT가 딜라이브에 관심을 보이지만, 이렇다 할 결과물은 나오지 않고 있다.
매각을 공식 선언하고 물밑 작업을 이어온 CMB 역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앞서 CMB는 김앤장을 매각 법률자문사로 선정하고, 프라이빗 딜(비공개 입찰)을 진행했다. 현대HCN을 놓친 SK텔레콤이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예상보다 적극적이지 않았다.
이동통신 3사는 지난해 '탈통신'으로 바빴다. 어느 순간 케이블TV M&A가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됐다. 이 같은 기조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결국 M&A 성사 여부는 매각 가격에 달렸다. 현대HCN은 덩치에 비해 5000억원이라는 높은 가격에 M&A가 성사됐는데 이는 재무건전성이 좋기 때문에 가능했다. 딜라이브와 CMB는 상황이 다르다. 주요 인수 주체인 이통3사가 움직이게 하려면 다른 뾰족한 수가 없다.
이통3사를 살펴보면, LG유플러스는 LG헬로비전 인수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당장 총알을 쓰기 어렵다. KT는 기업가치 개선이 우선순위다. SK텔레콤의 경우 중간지주사 전환을 추진 중으로, 티브로드를 사들인 이후 추가 M&A는 쉽지 않다.
다행히 딜라이브는 자회사 IHQ를 매각해 몸집을 줄였다. 하지만 현 채권자들이 워낙 높은 가격에 딜라이브를 샀던 터라 최근 시세와의 간극을 좁히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최근까지 진행한 KT와의 M&A 협상이 만족할 수준에 못 미친 이유다.
다만, 이통3사도 각자의 이유로 케이블TV에 완전히 관심을 끊긴 어려워 보인다.
SK텔레콤은 자회사 기업공개(IPO)를 예고한 만큼 SK브로드밴드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케이블TV M&A를 추진할 수 있다. KT는 구현모 대표가 지난해 10월 말 기자 간담회에서 "미디어 사업에선 1등이 중요하다. 1등과 2등은 다르다"고 말해 협상의 끈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LG유플러스는 미지수지만, 현대HCN 본입찰에도 참여했던 만큼 꾸준히 동향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헐값 논란이 나와서는 안 되겠지만,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플러스까지 글로벌 OTT와의 제휴 등에 이통3사가 치중한 상황에서 딜라이브와 CMB가 점유율 확보 이상의 새로운 경쟁력을 내세우긴 어렵다"며 "결국 매각가격이 얼마인지가 변수인데 현대HCN과 비교하기보다 자체적인 가치 책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경조 기자 felizkj@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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