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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

정인이 학대 마지막 신고엔 “한달 새 걷지 못할 상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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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영 의원실, 112 녹취록 공개

경찰·아동보호기관 문제 없다 결론

입양기관, 정인이 보낸 과정도 문제

검증 없이 양부모 처음 본 당일 결정

중앙일보

양부모의 학대로 짧은 생을 마감한 정인이를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정인이가 안치된 경기도 양평의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에서 5일 오후 추모객들이 놓고 간 꽃과 선물들을 한 가족이 바라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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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숨진 ‘정인이 사건’을 두고 경찰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중앙일보가 지난해 9월 마지막 신고자였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A씨의 112 신고 녹취록을 입수했다. 해당 통화에서 A씨는 정인양의 영양 상태와 멍 자국 등을 언급하며 학대 정황이 의심된다고 말했지만 신고 직후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경찰 녹취록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9월 23일 정인양이 병원에 다녀간 직후 112에 전화를 걸어 “오늘 데리고 온 아이 보호자가 어린이집 원장님인데, 과거에도 경찰과 아동보호기관에서 (학대 의심 정황 때문에) 몇 번 출동했던 아이라고 한다. 한두 달 만에 (어린이집에) 왔는데 혼자 걷지도 못할 정도로 영양 상태가 안 좋아서 엄마 몰래 선생님이 우리 병원에 데리고 왔다”고 신고했다. A씨는 “멍이 들었던 적도 자주 있었던 것 같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경찰이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과 함께 출동해 양부모와 정인양, A씨를 상대로 아동학대 여부를 조사했지만 학대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했다. 경찰은 이전 두 차례 아동학대 신고 때도 내사 종결(6월 16일), 불기소 의견 검찰 송치(8월 12일) 결론을 내렸다. 아보전도 지난해 5~9월 네 차례 정인양의 멍과 상처를 발견하고도 양부모 해명만 믿고 모두 “문제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입양기관이 충분한 자격 조사 없이 양부모와 정인양이 처음 만난 당일 입양 결정을 내렸던 사실도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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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쌍둥이 남매와 이곳을 찾은 배우 이영애씨.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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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입양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 측은 2019년 8월 2일 양부모가 정인양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아이를 입양하고 싶다”고 말하자 당일 입양 결정을 내린 뒤 가정법원에 입양 신청 소장을 제출했다. 입양 이전 양부모 가정조사 단계 때 해야 하는 객관적 자격 검증 없이 양부모의 진술에만 의존해 상담사가 주관적 판단을 내린 것이다.

사후 관리 과정에서도 문제가 많았다. 홀트 측은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한 다음 날인 지난해 5월 26일 가정방문을 했고, “(양부모가) 아동의 배, 허벅지 안쪽 등에 생긴 멍 자국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의심 정황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동 양육에 보다 민감하게 대처하고 반응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권고만 했을 뿐 4개월 동안 별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6월 26일에도 아보전을 통해 정인양이 쇄골 주변에 생긴 실금 때문에 2주간 깁스를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어린이집에서 생활하다 생긴 것으로 경미한 실금”이라는 양부의 해명만 듣고 넘어갔다.

이후 입양기관은 양부모와 전화통화만 하다가 지난해 9월 의사 A씨가 세 번째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한 뒤에야 가정방문 요청을 했다. 하지만 양모가 거부하는 바람에 10월 15일로 연기했다. 정인양은 가정방문 이틀 전에 세상을 떠났다.

신 의원은 “용기 있는 신고가 이어졌지만 정인양을 구하지 못했다. 입양기관의 책임과 경찰, 아보전 등의 유기적인 대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공혜정 아동학대방지협의회 대표는 “입양 절차도 개선돼야 하지만 경찰의 무능력이나 관련 기관의 대응 미비 등에 대한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스더·이우림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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