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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

인력·시설 확충 없이 대책만 내놔서는 ‘제 2의 정인이’ 못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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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아동 학대 방지 대책

형사처벌 대폭 강화 등 내놓지만

신고 4만여건에 '쉼터' 72곳뿐

전담 공무원도 262명에 그쳐

보호시설·관리인력 확보해야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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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월 아이가 양부모의 지속적인 학대로 끝내 사망한 이른바 ‘정인이 사건’이 재조명되며 당국과 정치권이 피해 아동과 가해자 분리를 강화하고 형사처벌 수위를 높이는 등의 대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하지만 반복되는 아동 학대를 막기 위해서라도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아동 학대 관리 인력과 보호시설을 충분히 확충해야 ‘제2의 정인이 사건’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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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13일 정인 양이 사망한 후 당국과 정치권은 각종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았다.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은 지난해 11월 두 번 이상 신고된 아동에게 멍이 발견될 경우 해당 아동을 72시간 동안 응급 분리하도록 했다. 최근 방송 프로그램에서 사건이 재조명된 후 정세균 국무총리는 5일 “아동 학대 가해자에 대한 양형 기준 상향을 법원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의원들도 학대 가정과 아동의 분리 의무화 등 다양한 내용의 아동 학대 방지 관련 법안들을 발의했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대책 실현에 필요한 시설과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먼저라는 지적이다. 학대 피해 아동의 분리 보호를 강화하는 대안들이 우후죽순 나오고 있지만 피해 아동들이 생활하는 ‘학대 피해 아동 쉼터’는 2020년 1월 기준 전국에 72개뿐이다. 이마저도 쉼터당 수용 인원은 5~7명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15개 쉼터를 개소할 예정이다. 하지만 지난해 학대 신고 건수가 4만 1,389건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새로운 쉼터가 생기더라도 아동들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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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발생 시 아동보호는 물론 학대 가정과 피해 아동의 회복을 돕는 관리 인력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118개 시군구를 선정해 아동 학대 전담 공무원을 두고 학대 의심 사건의 초동 조사를 맡기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까지 배치한 전담 공무원은 262명에 불과하다. 시군구당 2명꼴이다. 아동 학대 전담 공무원은 최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조사 업무를 하다 보면 오후 9시 퇴근이 기본이고 새벽 퇴근도 허다하다. 수당조차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누가 이 업무를 하려 하겠느냐”며 “대책만 쏟아내지 않기를 (정부에)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실은 학대 아동의 사후 관리를 담당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도 다르지 않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지난해 아보전 상담원 1인당 관리하는 아동 학대 사례는 64건에 달했다.

더 큰 문제는 열악한 현실과 처우가 관리 인력들의 전문성을 키우는 데 장애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 학대는 사건마다 특징이 다르고 피해자의 의사 표현도 어려워 담당자들의 전문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경찰은 범죄 사실을 파악하는 것이 주 업무라 전담 공무원과 아보전 직원들이 학대 정도와 위험성을 판단해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권한이 없고 처우도 열악해 다들 오래 못 버틴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아보전 상담원들의 이직률은 28.5%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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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지속적인 관심과 재원 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 분리와 가해자 처벌 강화는 사회에 경종을 울릴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라며 “관련 인력의 전문성을 제고하고 학대 가정에 대한 사후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인력과 예산을 확보해달라”고 촉구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사회보장위원회에 따르면 보육을 제외한 한국의 아동·가족 복지 지출은 지난 2015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0.2% 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3%에 비해 현저히 적었다.
/김태영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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