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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다시 돌아온 ‘가즈아’ 비트코인 열풍, 2021년 가격 상승 기대된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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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금’인가 ‘투기’인가. 가상자산(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다시 돌아왔다. 비트코인 가격은 2020년 말 사상 처음으로 2만달러를 넘어섰다. 연초부터 상승 조짐을 보이던 비트코인은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급등했다. 2017~2018년 ‘코인 광풍’으로 벼락부자가 되거나, 큰 손실을 봤던 사람들은 비트코인에 회의적이다. 하지만 과거와는 다르다는 장밋빛 전망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2021년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 또는 ‘디지털 화폐’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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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광풍 재현되나

비트코인은 한때 국내외 시세 차이인 ‘김치 프리미엄’이 있을 정도로 투기적 성격이 짙었다. 2018년 1월 6일 비트코인 가격은 2598만800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하지만 국내외 강력한 규제로 급락하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사기 혐의를 받는 가상화폐공개(ICO)에서 투자자들에게서 받은 자산을 동결하고, 추가 ICO를 금지했다. 정부는 가상화폐를 거래할 때 실명계좌를 이용해야 하는 거래실명제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불과 한 달 만에 반토막 난 비트코인 가격은 2020년 초까지도 600만원 선을 맴돌았다.

분위기는 지난 3월을 지나며 달라졌다. 4월 비트코인은 한 달 만에 50% 넘게 올라 1000만원을 돌파했다. 그 뒤로 오르락내리락하기를 거듭했으나 상승 추세를 이어갔다. 우선 비트코인 가격이 오른 이유로는 ‘반감기’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반감기엔 비트코인 공급량이 줄어들어 가격이 오른다. 비트코인 전체 발행 개수는 2100만 개로 정해져있고, 2040년엔 채굴이 끝난다. 현재 시장엔 1860만 개가 채굴돼 유통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비트코인 상승장에 불을 지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자 불안한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을 찾아 나섰다. 당시 달러당 원화값은 1200원대로 급락했고, 안전자산인 금값은 급등했다. 덩달아 비트코인 가격도 오르면서 ‘디지털 금’으로 인정받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풍부한 유동성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되자 각국 중앙은행은 엄청난 양의 돈을 풀었다. 한국은행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9월 달러 유통량은 1년 전보다 20.4%, 유로화는 9.1%, 일본 엔화는 6.4% 각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갈 길을 잃은 돈은 비트코인으로도 향했다. 인플레이션 위험 회피 수단으로서도 비트코인이 각광받았다. 통화 가치가 떨어질 것에 대비해서 투자자들이 보험을 들어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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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의 암호화폐 프로젝트 ‘리브라(Libra)’가 ‘디엠(Diem)’으로 이름을 변경한 가운데, 출시 시기에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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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과 달리 큰손들이 움직였다

지난번 광풍 때와 이번 비트코인 가격 상승이 다른 점은 기관투자자들의 투자가 꼽힌다. 미국 핀테크 기업인 페이팔은 올 초부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비트코인캐시, 라이트코인 등 가상화폐 4종을 넣을 수 있는 전자지갑 서비스를 시작한다. 전 세계 2600만 개 온라인 가맹점에서 비트코인을 활용해 결제할 수 있다. 고객이 가상화폐로 결제하면 페이팔이 미 달러 등 법정화폐로 실시간 환전해서 보내주는 방식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가상화폐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글로벌 금융사 JP모건은 스테이블코인인 ‘JPM코인’을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스테이블코인이란 달러 등 법정 화폐와 연동한 가상화폐다. 예컨대 ‘JPM코인=1달러’ 가치다. 페이스북도 2021년 스테이블코인인 ‘디엠(Diem)’을 출시한다. 당초 페이스북은 달러·유로·파운드·엔화 등과 연동한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리브라를 선보이려 했다. 하지만 법정 화폐를 위협한다는 각국 정부의 반대에 무산됐다. 글로벌 신용카드사 비자(VISA)도 이르면 새해 스테이블코인 ‘USDC’로 결제하는 법인용 신용카드를 내놓는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피델리티도 자회사를 통해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가상화폐 수탁 사업을 시작했다. 동남아 최대 은행인 싱가포르의 DBS도 가상자산 거래소 출범 계획을 밝혔다.

세계적인 투자자들도 비트코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짐 사이먼스 르네상스 테크놀로지 회장은 2020년 3월부터 비트코인 투자를 시작했다. 헤지펀드 투자자인 스캔리 드러켄밀러도 비트코인을 보유한다.

여기에 각국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바람도 비트코인 가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기업들이 하나둘씩 자체 가상화폐를 내놓자 중앙은행들도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급결제시장을 민간 기업에 빼앗길지 모른다는 위기감에서다. 가장 앞선 곳은 중국 인민은행이다. 중국은 이미 선전시와 쑤저우 등에서 디지털 화폐 실험을 했다. 디지털 화폐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법정 화폐로, 원화가 디지털 지갑 속으로 들어간 개념이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도 최근 2021년 블록체인 키워드로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를 제시했다.

미국 중앙은행(Fed)도 내부적으로 디지털 달러화 연구에 들어갔다. 유럽 국가에선 스웨덴 중앙은행이 최초로 디지털 화폐인 ‘e-크로나’를 실험하고 새해 도입 여부를 결정한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자체 ‘디지털 유로화’ 발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호주 중앙은행도 이더리움 기반의 분산 원장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화폐 실험을 시작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전 세계 80%의 중앙은행이 CBDC 연구에 착수했다. 한국은행도 새해 디지털 화폐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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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전망 “디지털 금” vs “투기일뿐”

2021년 비트코인을 둘러싼 전망은 엇갈린다. 새로운 디지털 자산이나 화폐로 자리 잡을 거란 예상부터 여전히 투기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맞선다. 씨티은행은 최근 비트코인을 ‘21세기 금’으로 불렀다. 비트코인 가격이 2021년 말 31만8000달러에 도달할 거라는 예상이다. 1970년대 리처드 닉슨 미 행정부가 금과 달러 교환을 중단하자 50년간 온스당 20~35달러였던 금값이 80달러로 뛰었던 것과 비교한 것이다.

시장에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비트코인에 우호적인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CNBC방송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최고경영자 래리 핑크도 최근 미국 외교관계위원회에서 마크니 전 영국 중앙은행 총재에게 “비트코인이 글로벌 자산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블랙록 출신들을 경제 참모로 기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당선인 인수위원회에 있는 게리 겐슬러 전 상품선물거래위원회 의장도 가상화폐에 우호적인 인물이다. 금융 역사가인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블룸버그인텔리전스에 “인류 역사에서 전염병 사태를 계기로 돈이 혁명적으로 바뀌었다”며 “코로나19 팬데믹이 낳은 돈의 혁명에서 비트코인이 승자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기업들은 비트코인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댄 슐먼 페이팔 최고 경영자는 “가상화폐가 갖는 다양한 이점을 감안할 때 미래 금융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화폐의 디지털 전환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블록체인 기술 기반 가상화폐의 장점도 있다. 우선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1년 365일, 하루 24시간 내내 거래할 수 있다. 시공간을 벗어나 자유롭게 움직인다. 미국 가상화폐 투자회사인 갤럭시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의 마이클 노보그라츠 최고경영자는 “기관투자자 확대와 페이팔의 가상자산 수용, JP모건의 스테이블코인 발행 등이 가상화폐의 제도권 진입을 앞당기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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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인 금융업계도 태도를 바꿨다. JP모건은 지난 2017년 “비트코인은 사기”라고 비판했다. 투기적 성격의 비트코인은 대체 자산으로 자리 잡지 못한다는 부정적인 인식이었다.

하지만 지난 10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JP모건은 “금과 비트코인을 유사하게 보는 밀레니얼 세대 시각이 비트코인 가격 장기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기관투자가들이 비트코인을 금의 디지털 대체품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투자 포트폴리오에 비트코인을 추가하는 기관투자가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한국에선 새해에 특정금융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점이 시장 안정화 요인이다. 가상화폐거래소에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고, 거래소 영업을 하려면 금융당국 인가를 받는 내용이 주요 내용이다. 금융당국은 “특금법이 가상자산 제도화가 아니다”라고 강조했지만, 시장 기대가 크다. 특금법으로 거래소 ‘옥석 가리기’가 시작돼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 2020’에서 “가상화폐 등장 초기엔 ‘실체가 없다’고 했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며 “여러 차원에서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반면 부정적 전망도 여전하다. 세계적인 투자가인 레이 달리오는 얼마 전 트위터에 “비트코인은 가치 저장 수단으로 보기 어렵다”며 “금과 비슷한 위치에 오르는 것을 정부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단기적으로 각국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발행 흐름이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앙은행이 지급결제시장 주도권을 비트코인에 내주긴 어려운 탓이다.

실물이 없는 비트코인을 ‘금’과 비교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여전히 돈 세탁이나 불법자금 조달 등 자금세탁에 쓰일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라는 주장이 아직까지 입증되지 않았다”고 했다.

가상화폐 투자회사 이글브룩 어드바이저스 설립자 크리스 킹은 “궁극적으로 비트코인은 여전히 위험한 투기성 자산”이라며 “총자산의 5% 이상을 가상화폐에 투자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우리나라 금융사들도 아직까지 비트코인 투자를 권하지 않고 있다. 가격 변동성이 크고 이를 예측하기 어려워 개인투자자들이 투자하기엔 리스크가 커서다.

이번 상승장으로 비트코인 외 가상화폐들도 일부 오르기도 하지만, 투자엔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7~2018년에는 가상화폐들이 관심을 받았지만, 최근엔 비트코인이라는 대장주 중심으로 오르고 있어서다. 실제 이더리움을 제외하고 다른 알트코인들은 대부분 하락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비트코인 랠리에 기대서 금융 소비자를 현혹하는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가상화폐업계가 아직 제도권 밖에 있다 보니 사기를 치려는 사람들이 많다”며 “투자자들이 먼저 조심해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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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이 3년여 만에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가운데 서울 강남의 빗썸 거래소 모니터에 비트코인 시세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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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투자 방법은

비트코인 거래는 원화 입출금이 가능한 국내 가상화폐거래소를 이용하는 게 편리하다. 현재 국내 가상화폐거래소 중에 은행 실명계좌서비스가 연결된 곳은 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 등 이른바 ‘빅4’뿐이다. 실명계좌는 가상화폐거래소가 계약을 맺은 은행과 같은 은행 계좌를 가진 고객만 입출금하게 만든 제도다.

투자를 하려면 우선 각 거래소와 연결된 은행 계좌를 미리 열어야 한다. 빗썸은 NH농협은행, 업비트는 케이뱅크, 코빗은 신한은행 계좌가 필요하다. 거래소 홈페이지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실명 인증을 받아 가입하면 된다. 거래소마다 비트코인 가격이 조금씩 달라 꼼꼼히 따져보는 게 좋다.

가상화폐 거래소 계좌에 돈을 입금하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사고팔 수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1개에 2000만원이 넘지만 소수점 단위로도 살 수 있다.

가상화폐 시장은 주식 시장과 달리 24시간, 365일 거래가 가능하다. 주식 시장처럼 변동성 완화 장치가 없어 가격 등락도 주의해야 한다. 투자 시엔 국내 거래소 리포트나 가상화폐 공시 플랫폼인 ‘쟁글’도 참고할 만하다. 특히 비트코인 외에 알트코인에 투자하려면 가상화폐 백서, 투자 후기 등을 꼼꼼히 살펴보는 게 좋다.

2022년부터 비트코인 투자 이익에 소득세가 부과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가상화폐로 연 250만원 넘는 소득을 얻으면 20% 세금을 내야 한다.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다. 당초 가상화폐 과세 시기는 2021년 10월 1일이었으나, 국회 논의에서 3개월 미뤄졌다. 가상자산을 팔아 얻은 기타소득을 1년 단위로 계산해 20% 세율로 분리해 과세한다. 다만 1년간 얻은 소득금액이 250만원 이하면 세금을 내지 않는다. 예를 들어 1년간 비트코인으로 총 5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면 25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250만원에 대해 20%인 50만원을 세금으로 낸다.

[이새하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4호 (2021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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