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충남 천안에서 의붓엄마에 의해 여행가방에 갇혀 숨진 9세 아동, 경남 창녕에서 친모의 학대에 못이겨 탈출한 9세 아동, 보호자가 집을 비운 사이 발생한 화재로 피해를 입은 인천 미추홀구 초등학생 형제,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에 목숨을 잃은 '정인이 사건'까지….
지난해 전국민의 분노를 산 아동학대 사건들이다. 참혹한 사건들이 조명될 때마다 재발 방지를 외치는 목소리가 반복되고 정부가 대책을 쏟아냈지만 아이들의 고통은 끝나지 않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로 '기형적 재원 구조'가 꼽힌다. 아동학대 관련 사업의 시행 주무부처와 재원 담당 부처가 달라 안정적인 사업 수행에 한계가 크다는 지적이다.
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1년도 아동학대 사업 명목으로 편성된 정부 예산·기금은 약 416억100만원 규모다. 이 가운데 287억3600만원은 법무부 소관 범죄피해자보호기금(범피기금)에서 편성됐다.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 운영과 신규설치 △통합전산센터정보시스템 유지관리 △국가아동학대정보시스템 운영 등 명목이다.
기획재정부 소관 복권기금에선 '학대피해아동쉼터 설치·운영'을 위해 86억5500만원이 편성됐다. 주무부처인 복지부 일반회계로 편성된 예산은 '아동정책조정 및 인권증진 사업' 몫 42억1000만원이 전부다. 전체의 10.1%에 불과하다.
복권기금은 2004년 설립시부터 아동학대 관련 예산을 지원 중이다. 복권 판매 사업으로 조성한 복권기금을 소외계층에 대한 복지사업에 사용하도록 한 복권 및 복권기금법이 근거다. 벌금으로 만드는 범피기금도 설치된 2011년부터 아동학대 예방 및 보호 사업 명목 예산을 지원한다. 범피기금법 시행령에 따르면 기금은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아동복지시설의 설치·운영에 쓸 수 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1.05. photo@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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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금에 의존하는 현 시스템으로는 아동학대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 아동학대 대응을 위한 기초 인프라인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학대피해아동쉼터 관련 예산은 모두 기금에서 충당되고 있다. 아동학대 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복지부로선 소관 정식예산이 아닌 기재부와 법무부의 기금을 끌어다 사용하는 만큼 달라지는 정책수요를 예산에 즉각적으로 반영하기 어렵다.
안정적인 예산 지원에도 제약을 받는다. 범피기금의 경우 벌금 수납액을 주요 재원으로 하는데, 수납액에 매년 차이가 있는 데다 2015년 1조3490억원에서 2019년 1조835억원으로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게다가 기금은 아동학대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정된 예산 안에서 아동학대 관련 예산만 크게 늘리기도 어렵다.
시민단체를 비롯한 아동학대 대응 현장은 물론 복지부에서도 기금에서 일반회계로의 전환 필요성에 공감한다. 홍형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수석전문위원도 '2021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예비심사검토보고서에서 "아동학대 예방 사업의 예산을 타 부처 소관 기금이 아닌 복지부 일반회계로 변경함으로써 보다 지속적이고도 안정적인 지원을 실시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예산안 심의 때마다 일반회계 전환을 촉구해 왔던 국회에서도 이번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재원 구조 변경을 위한 논의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가 위기 아동을 위한 대책을 마련했지만 아동학대 사건이 계속 발생해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범피기금에 의존하는 피해보호지원사업이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도록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권혜민 기자 aevin5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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